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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ly Apr 22. 2020

보리수

내 노래 들으며 코비드-19로 인한 불안을 잠시 잊고 마음 가라앉히게!

오늘이 3월 21일, 춘분이니 천문학적으로는 북반구에 봄이 오는 날이네. 도시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제비도 벌써 날아오고 주택가의 목련꽃도 봉오리가 터질 만큼 피었네. 게다가 길 건너 숲 속의 작은 연못에도 다닥다닥 엉긴 개구리 알이 솜사탕처럼 떠다닌다네.


하지만 눈도 제대로 오지 않고 물도 얼지 않았던 포근한 겨울을 보낸 시민의 가슴에는 화사한 봄은커녕, 한겨울의 냉기가 서려있지. 신문에 보니 폐에도 서리가 뚜렷한 엑스레이 사진이 있네. 왜냐고?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한국이나 여기 유럽이나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이나 그나마 산천에 봄이 왔으니 봄 인사드리네.


벌써 한 달이 지나도록 연일 끊이지 않는 한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과 사망 소식에 노심초사하였는데, 한국의 신규 감염자가 줄고 있고 아직까지는 우리 가족 중에 희생자가 없다 하니 그나마 다행이네만, 매일 상황이 변하고, 미국과 유럽을 위시해 전 세계의 코로나 확산이 가속되는 중이라 불안하구먼.


더욱이 이곳에서는 중국과 한국에서 코로나와 악전고투하는 것을 세밀히 지켜보면서도, 대응 조치를 제대로 안 해서 의료진조차도 마스크를 비롯한 의료장비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터라, 급작스런 휴교와 폐점 및 통행제한 명령으로 생활에 제동을 걸어 경제활동도 거의 마비되어버렸네.


한국 못지않게 노령인구가 많은 데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위기의식이 희박하여 마스크도 안 쓰는 이곳에서는, 감염자 수가 아직은 인구비례로 한국보다 훨씬 적지만 사망자 수는 더 많고, 의료설비와 인력도 부족해서 사회활동을 제한하는 행정조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단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상점이나 거리에서 대인 간격만 넓히고 있으니 집단 감염의 피해가 클 것 같네.


우리는 시내 외곽에 살고 인근에 큰 숲이랑 공원이 있어서  바로 나가 산책이라도 할 수 있지만, 시내에 밀집해 사는 사람들은 통행제한에 발이 묶여 집에 갇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저녁 8시에나 그저 창문 열고 손뼉 치면서 의료진과 서로를 응원하는 정도라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우리의 감정을 차분히 가다듬어야 삶에도 운치가 있겠는데, 모두들 불안하여 새 날이 오기만 기원하고 있는 전시 같은 이 난국에 닫힌 공간에서 노래라도 부르면 힘이 좀 날까?


독일에 사는 마님 친구에게 생일이라 하여 며칠 전에 전화와 메일로 축하했더니, 카페와 식당도 모두 문을 닫아서 생일 음식마저 같이 먹을 사람이 없다더군. 그 차에 내가 전에 불러서 녹음해 둔 독일 노래를 한 곡 보내주었더니 좋은 선물이었데.


어떤 노래? ‘성문 앞 우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배운 슈베르트의 가곡 보리수(Der Lindenbaum). 신년에 섬집아기와 함께 자네들에게 보내 준 그 노래는 실연한 남자의 아픈 마음을 그린 시였어.


잘 부른 노래는 아니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불안을 잠시 잊고 마음을 가라 앉히기 바라네.


2020년 3월 21일 춘분, 봄의 시작이네!


첨부: 보리수(Der Lindenbaum)

YOUTUBE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m_HLHOWcODI

슈베르트의 가곡 보리수(Der Lindenbaum) , 동영상 길이 4분 5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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