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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K Apr 25. 2020

'거북이'가 결국 '토끼'를 이긴 이유

'완벽한 멀리뛰기'를 하려 폼 잡지 말고, 지금 당장 '한 걸음'을 걷자

오늘로서 딱 한 달.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3월 말에 마지막 글을 올린 후, 벌써 4월 말.

하루하루 미뤄지다 결국 한 달이 되었다. 물론, 괜찮은 핑곗거리들은 있다.  

4월 1일 남자 친구와의 뜻깊은 1주년. 4월 10일 내 생일. 4월 15일 총선. 몇 달간 코로나 때문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갑자기 바빠진 회사일, 한동안 가지 못했던 지방 본가 방문 등등...


4월은 지난 3월과는 달리나 혼자만의 시간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 그래서 혼자 사색하고 글을 쓸 시간이 상대적으로 충분치 않게 느껴졌다.

 


사실, 지난달은 코로나로 인해 회사일도 별로 없고 집콕해야 했던 상황이라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내 머릿속, 내 마음속, 내 몸속 구석구석 찬찬히 살펴보고 성찰하며 글 속에 녹여낼 충분한 재료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3월 한 달간 가졌던 생산적인 침묵의 시간봄바람 부는 4월이 되자 마음처럼 쉽게 가지기 힘들어졌다.



따뜻한 햇살 아래 꽃잎을 포슬포슬 흩날리며 만개한 벚꽃나무들은 나를 집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했고, 앞서 언급했던 다양한 이벤트 릴레이와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의 연락, 다시 바빠진 회사 업무로 인해 지난 한 달간 쌓아왔던 습관과 루틴들이 조금씩 조금씩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가끔 예전처럼 돌아가버릴까 불안했다.


그렇게 나는 '행복감불안감이 공존하는 한 달'을 보냈다.


그런 불안정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이전처럼 몇 시간을 쭉 앉아 밀도 있는 글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코로나가 지배했던 지난달은 집에서 매일 책을 읽고 좋은 콘텐츠 속에 나를 파묻을 시간이 충분했기에, 좋은 아이디어가 매일 넘쳐흐르고 글을 쓸 의욕도 왕성해서 하루에 1시간만 글 써야지 했다가 내리 8시간을 쭉 글을 쓰기도 했고, 연달아 6편의 글을 발행하여 하루에 조회수 600~700을 기록했고, 며칠 만에 총 조회수 2000을 넘기도 했었다. 처음엔 큰 기대하지 않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고 있다는 사실이 글 쓰는 것이 더 즐겁고 행복하고 뿌듯하기 해주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이렇게 한동안 글을 쓰는 행복을 만끽했다.

하지만, 최근에 나는 집안보다는 집 밖에서 보낸 시간들이 많아졌고, 그렇게 내가 브런치를 떠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회수는 곤두박질쳤다. 또한, 밖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다 보니, 내 안을 깊이 들여다볼 에너지와 여유가 남아있지 않았다. 3월 한 달, 내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숙성된 많은 아이디어들을 몰입해서 한꺼번에 다 쏟아내고 나니 한동안 나를 찾아오지 않았던 '번아웃'이 다시 온 걸까.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은 매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루하루 조회수 10 언저리를 기록하는 브런치 통계만 들여다보면서 글 쓸 의욕도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아예 손을 놓았던 것은 아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찔끔찔끔 써 내려가긴 했다. 그러나, 매일마다 일기에 '오늘은 꼭 브런치 글을 완성해서 업로드 완료하기'를 쓰며 매일 굳게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각난 글 조각들은 한 편의 글로 쉽게 완성되지 않았고, 브런치 오른쪽 상단에 있는 저 민트색 '발행' 버튼은 점점 멀게만 느껴졌다.




지난달, 그렇게 하루 종일 글을 써도 지치지 않고 끝도 없이 글을 써 내려가던 나는 지금 왜 그렇지 못할까. 그 이유에 대해 한동안 고민해보았다.


역시나, '너무 완벽하게 쓰려고 하다'보니 그랬건 것 같다. 


지난달, 운 좋게 내 글이 브런치 메인에 노출이 되었던지 하루에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그 '이력'이 있다 보니, 또다시 그런 글을 쓰려면 시간도 많이 들여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읽는 글이니 완성도 있는 글만을 발행한다는 생각이 나를 점점 더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했던 것 같다. 화면 하얀 마우스 커서발행 버튼은 마치 자석의 같은 극처럼 서로 닿으려고 해도 닿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기부여를 위해 찾아본 한 유튜브 영상에서 나온 문구 하나가 내 마음에 다가왔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완수하는 것이 완벽한 것보다 낫다'라는 말이다. 페이스북 본사에도 붙어있는 유명한 글귀라고 한다.


그렇다. 비록 아직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저 몇 번 더 시도하는 것이 더 낫다. 완벽하려고 준비만 하다가 실행을 늦추면,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더 잘 써서 올려야지 하다가 결국 한 달에 글 한 편도 못 쓴 4월의 내가 딱 그랬다. 유명한 이솝우화인  <토끼와 거북이>의 '토끼'가 되려고 하다가 결국 '거북이'보다도 느려진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거북이가 토끼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느리더라도 쉬지 않고 계속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기 때문이다.


올해 내 브런치 작가로서의 첫 목표는 글 100편을 써서 구독자를 1,000명 확보하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큰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나는 최소 일주일에 3편 이상은 써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글 한 편을 쓰는 것이 생각보다 엄청난 시간과 몰입이 필요하다 보니 출근해야 하는 평일에는 3일에 글 한편 쓰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러다 가끔씩 한 번에 3시간 들여 한 편의 글을 완성하려고 폼 잡다가 그럴 시간 없고 귀찮다고 미루면서 2주의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기도 했다. 이럴 거면 그 시간동안 그냥 매일 하루에 30분씩 나눠서 글을 써서 쉬지 않고 일주일에 한씩 완성하는 게 더 빠를 수 있었다.


만약 처음부터 한 번에 멀리 뛰려고 하다 지쳐 잠든 토끼가 아니라, 답답하게 느려도 매일 걷는 거북이가 되고자 했더라면, 지금까지 나는 글 5편은 더 쓰지 않았을까.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뭔가를 빨리 이루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오히려 더 느려지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운전도 그렇지 않은가. 늦지 않게 목적지에 도착하려고 과도하게 빨리 가다가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 더 늦어진다거나, 오히려 사고로 목숨을 잃고 다시는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고속도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어처럼 '빨리 가려다 정말 (저 세상으로) 빨리 가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빨리 가려다가 경로를 이탈하거나 사고가 난 자동차가 되지 말자.

그러니,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빨리 도달하려고 처음부터 몰아붙여 시속 200km의 속도를 내다가 결국 번아웃이 와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것보다는, 속도를 조금 낮춰 시속 80~100km 정도로 여유를 가지고 꾸준히 달리는 것이 결국은 더 빠른 방법일지도 모른다.




지난 한 달, 비록 생각보다 느려지고 많은 것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이런 불편한 감정이 또 이 글을 쓸 수 있는 소중한 재료가 되어주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후회감이 사그라든다. 하지만, 그동안 내 프로필에 구독을 눌러주셨던 고마우신 독자분들께는 좋은 글을 지속적으로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했다.

빨리 달리다가 지치지 말고, 그냥 매일 한 걸음씩 걷자.

자, 그럼 이제 한 달 동안 완벽하게 멀리뛰기하려고 미적거렸던 나를 반성하며, 매일 그저 조금씩 걸어가기를 시도해보려고 한다. 하루에 딱 한걸음.  하루에 10분이라도 글을 다시 써보려고 한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10분 시간은 낼 수 있지 않을까.


완성도 측면에서는 예전처럼 한 번에 쏟아내는 글이 분명히 더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는 매일 조금씩 쓴 글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어 붙이고 다듬으며 꾸준히 글을 올리고, 그 후에 더 완성도 있게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개선해가는 것이 이렇게 한 달에 글 한 편도 못 쓰는 상황이 다시 오는 것보다는 더 낫지 않을까. 사실 그게 더 멀리 더 빠르게 가는 길일 것이다.




그러니 너무 완벽하려 하지 말자.

그저 조금 느려도 '매일 걷는 거북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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