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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Oct 19. 2024

나와의 약속

어른의 글쓰기

일주일에 두 번은 요가원에 다닌다. 하지만 한의원에서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 날이면 퇴근 무렵 꾀가 나기 시작한다. '집에 가서 늘어져 있고 싶다. 빨리 집에 가면 더 좋지 않을까?' 그렇게 혼자 치열하게 고민하다가도 뻑적지근한 어깨와 허리의 아우성이 들리면 어느새 발걸음은 요가원으로 향할 수밖에.


신비로운 향기와 고요한 싱잉볼 소리가 들려오는 요가원. 그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역시 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의 목소리를 따라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이마와 온몸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순식간에 한 시간이 흘러 사바아사나(송장 자세)로 가만히 누워있으면 머릿속에 뿌연 먼지처럼 가득했던 생각들이 촥 가라앉아 있는 걸 발견하다. 


오늘도 수고 많았어. 하루종일 컴퓨터 보고, 허리 숙여 침놓고, 환자들의 말을 듣느라 고생이 많았다. 얼른 집에 가고 싶었을 텐데 이렇게 힘들었던 몸도 돌봐줘서 고마워. 


나와의 약속을 지켜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볍다. 남들은 몰라도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는 것. 어쩌면 그건 나 자신을 믿게 만드는 원료가 될 것이다. 요가도, 글쓰기도, 책 읽기도, 한의원에서도. 오늘도 내가 지킨 약속들의 힘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참고)

이번 주는 '자존감'하면 연상되는 단어 3가지를 떠올려보고 그중 하나의 단어를 골라 연상되는 글을 쓰는 시간이었어요. 저는 이 세 가지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1. 함께

2. 믿음

3. 약속


그중 '약속'에 관한 글을 써 보았어요. 무엇이 나를 존재하게 할까, 무엇이 내 존재를 튼튼하게 만들어줄까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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