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막연한 궁즘증을 갖고 있기도 했지만, 요가를 배우면서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공기나 중력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흐르고 퍼지고 쌓이다 폭발하고 고이기도 하는 것. 요가를 꾸준히 수련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도 오랫동안 수련해 온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아우라랄까, 에너지가 좋았기 때문이다. 가벼우면서 깊고, 유연하면서 단단한.
3년 전 발리우붓의한요가원에서만난, 40대에요가를시작해 30년넘게수련중이라는할머니(라고부르기도미안한분)과의만남은하나의계기였다. 수업시간동안옆에서느껴지는에너지가특별해어떤사람인지궁금했고, 수업이끝난뒤내가먼저말을건넸다. 70대라는나이가믿기지않을정도로균형잡힌몸과건강한에너지를갖고있는그분은 30대에암치료를받고이러다죽겠다싶어, 살기위해요가를시작했다고했다. 일본에서나고자라평생을살다가은퇴후요가에집중하기위해우붓으로이사왔다고. 나도 70대에 (살아있다면) 그와같은에너지를갖고싶다고하자자신은오래꾸준히요가를수련한것, 자연스레건강에관심이생겨채식위주로식습관개선을한것이전부라며요가를하면서변화를직접느껴보라고했다. 그리고작은것들에감사하라고. 죽음을앞두면지금걱정하는것들대부분별거아니고결국가장단순하고사소한것들이남는다고.
관계에도 종종 에너지가 영향을 미친다. 나의 에너지가 상대의 에너지와 상호작용하며 조화를 이룰 때 편안함과 끌림을 느끼고,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고 싶어진다. 반대로 느껴지는 에너지가 나와는 맞지 않아 불편할 때도 있다. 그 불편함을 반복해서 느끼면 만남을 회피하다가 점점 멀어진다. 나는 어떤 에너지를 가진 사람인지, 어떤 에너지를 가진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지, 내가 가진 에너지를 누구/무엇에게 어떤 방식으로 쏟고싶은지 생각한다. 넘치는 호기심의 결과로 그간 여기저기 다양한 곳에 에너지를 흩뿌려왔는데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하고싶...긴 한데 이 성향이 어딜 가진 않으니 쉽진 않을 것도 같고. 일단 요가와 명상 훈련을 통해 내 안의 에너지를 채우는 것 부터 시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