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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gswann Aug 19. 2021

어느 밤의 싫어증

그림: 요시모토 나라, Nife behind back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무언가(누군가)가 좋다는 판단은 대부분 순간의 직관을 따르는 반면, 싫다는 판단은 최대한 보류(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왜 좋은지 이유를 따지기 보다는 그 달뜨고 즐거운 감정을 흠뻑 누리고 싶어하지만, 싫어하는 마음이 비집고 들어오면 대체 왜 싫은지 의식적으로 싫은 이유를 꼬치꼬치 캐물어 본다. 그냥 좋은 건 있어도 그냥 싫은 건 없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변하기는 쉬워도 일단 싫어하기 시작하면 그 반대 방향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건 쉽지 않을 뿐더러, 어떤 이유로든 싫어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웬만해서는 안 싫어하고 싶다. 해서 '적극적 싫어함'이 찾아오려는 순간 재빨리 '소극적 무관심'의 상태로 감정을 치환하는 방법을 종종 쓰곤 한다. 무관심의 영역에 있으면 적어도 서로를 괴롭게 하진 않으니까. 


그럼에도 때로는 도저히 무관심 할 수 없어 적극적으로 싫어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성격상 열렬히 좋아한 적은 있어도 열렬히 싫어해 본 적은 극히 드물어 다소 당황스럽지만 그렇다고 관심 끄고 안 싫어하기엔 너무 싫음직하여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매일 묻는다. 오늘도 싫니, 싫다. 아직도 싫니. 싫다. 지금도 이미 싫지만 더 격렬하고 적극적으로 싫어하고 싶다. 


- 2015년 썼던 글을 블로그에서 발견하다. 뭐가 그리 싫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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