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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Nov 30. 2022

노브라 가능

편리한 생활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다. 나에게 브라는 외출복이다. 집에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브라를 벗는 일이다. 그만큼 브라를 입는 것을 싫어한다. 며칠 전 기사에서 목폴라나 목도리를 못하는 사람은 촉각 방어로 인한 거부반응이라는 글을 읽었는데 이건 브라에도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중학교 1학년 때 가정선생님이 브라 검사를 하셨다. 그날을 시작으로 지금껏 외출할 때 브라를 입지 않은 날은 하루도 없었던 것 같다. 브라를 처음 입은 날은 점심 먹은 게 가슴께에 걸려서 내려가지 않았다. 거들을 처음 입은 날은 설사를 했다. 거들은 그 뒤로 한 번도 입지 않았지만 브라만큼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작년 여름쯤에 실리콘 패치를 알게 됐다. 가슴이 크거나 하는 사람은 그마저도 옵션이 되지 못하지만 나는 절벽가슴인지라 실리콘 패치를 사용하게 된 후 신세계를 경험했다. 낮에 사람을 만나거나 할 때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잘 사용하지 않지만, 저녁 먹고 어스름할 때 산책을 나가는 경우에는 더운 여름날 브라를 안 해도 된다는 자체로 이미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날이 추워지고 아침에 일어나 거실에 나오면 난방을 하지 않는 거실은 싸늘해서 입고 있던 얇은 면티에 후드를 겹쳐 입곤 한다. 그러다가 잠깐 나갈 일이 있으면 후드티와 면티 두 개를 벗고 브라를 입고 나서 다시 벗어두었던 옷을 입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귀찮은 일이다. 그런데 이럴 때 그걸 한다. 실리콘 패치.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입었다 하는 번거로움 없이 그냥 슬쩍 윗도리를 들추고 양쪽에 붙이고 나면 끝이다. 여름에는 옷이 얇고 땀도 나고 해서 혹시나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지만(한 번도 떨어지거나 한 적은 없었다. 아무리 더운 여름날이라 해도) 겨울에는 혹 떨어져도 큰 낭패는 아니라서 그러는지 마음도 편안하다.

사용하기 시작할 때쯤에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편한 마음으로 사용 중인 실리콘 니플 패치.  특히 나처럼 촉각 방어가 심한 사람에게 꼭 권하고 싶은 용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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