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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니스타 Oct 30. 2023

지방 출장 다니는 강사의 일상

병원 서비스 전문 강사 라이프


 전국에 있는 병의원에 강의를 다니는 게 일상이다.

지역에 따라 기차, 비행기, 자차를 이용해서 이동수단을 활용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시간 엄수'다.

조급하거나 정신없이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직장 다닐 때부터 20~30분 전에 출근하는 게 습관화되어 있다.

 강의는 무형서비스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 약속이 더욱 중요하다. 강의장에 도착해서 강사가 강의를 시작하면 서비스가 시작된다.


 일찍 도착해서 인근에서 대기하다가 강의 시작 10~15분 전에 입장해서 담당자와 미팅도 하고, 현장 직원들과 아이스브레이킹 하는 시간을 가지면 원활한 강의가 진행될 수 있다.

보통 병의원에서 하는 강의는 한두 시간 내외로 교육을 진행하는데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듣는 경우가 많아서 교육 내용을 전달하는 것 외에도 긍정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도 강사의 역할 중에 하나다. 되도록 하루에 여러 개의 강의를 잡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고, 강의 장소로 이동할 때에도 에너지가 쓸데없이 소모되지 않도록 컨디션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강의가 있는 날에는 식사량도 조절하고 오전에는 요가를 통해 몸의 긴장을 풀어내며 이동하는 동선이 복잡하지 않도록 택시나 자차를 이용해서 걷는 것도 최소화한다. 헤어숍에 들러 기분을 업 하는 것도 강의 전 루틴이다. 이렇듯 10년 넘게 강의를 하러 다니면서 나만의 강의 루틴이 생겼다.  

 최근 지방 출장이 많아지면서 행신역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는데, 행신역 바로 앞 주차장에 출장 다니는 사람들이 주차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 나는 택시로 이동하면서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하는데 자차로 주차장에 두고 기차역에 가면 여러모로 편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택시가 안 잡힐 때는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뜨는 시간이 생기는 게 늘 불편했는데 내가 원하는 시간으로 움직일 수 있겠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살면서 변수가 생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루틴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것에 안정감을 느낀다.

새로운 변수에 대응하는 것은 조직관리를 할 때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지만 나의 일상에서는 완강히 거부한다. 자주 가는 곳 둘 중에 큰 이상이 없다면 대부분 바꾸지 않는 편이다. 카페, 음식점, 주유소까지.

기름값이 더 비싸더라도 갔던 주유소를 루틴대로 간다.


여느 때처럼 지방 출장을 가기 위해 행신역을 가게 되었고, 이번에는 택시를 부르지 않고 자차로 이동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름 꼼꼼한 성격이라 네이버로 행신역 공영주차장 이용 리뷰를 살펴보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신역 공영주차장 이용을 추천했다. 구역별 위치와 비용이 상세하게 나와있어서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행신역 민영 부설주차장 1-2 구역, 1일 이용금액 20,000 30% 14,000
(경차 50% 10,000)
행신역 공영주차장 3-6 구역, 1일 이용금액 8,000원

_2023년 기준

 

 행신역까지 왕복 택시비가 약 2만 5천 원 정도이기 때문에 어디를 이용하든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평소대로 간단하게 기차역에서 식사를 하고 탑승할 계획으로 1시간 일찍 출발했다. 


 주차는 약 40분이 지나서야 할 수 있었다. 행신역 낮 시간의 공영주차장은 대부분 만차였다.

행신역 바로 옆에 있는 1 구역 주차장에 먼저 도착했고 보이는 표지판에는  '만차'라고 쓰여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음의 여유가 있었고, 아직 5개의 주차장이 남아 있다는 생각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른 구역의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아, 큰일 났다
주차할 곳이 하나도 없다



 이후 모든 주차장을 뒤져도 내 자리 하나가 없다는 것을 알게 었고,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침착하자. 침착해. 해결 방안이 있을 거야.'

입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심장은 뛰고 등에는 긴장감으로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중에 감사한 건 여름이었다면 긴장감에 땀으로 범벅이 되었을 텐데, 날씨가 선선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행신역 공영주차장 6 구역을 돌아다니는 동안 약 20분 정도가 흘렀고, 어디에도 주차 자리는 생기지 않았다.

점점 당황스럽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차를 놓치면 어떡하지?' '차를 버리고 가야 하나? 어디에 놓고 가지?' '이럴 때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처음 겪는 상황에 침착함은 점점 사라지고 불안감에 휩싸이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다른 대안으로 인근에 있는 일반 상가 주차장에 일일 주차를 하려고 알아보며 골목길을 몇 바퀴 돌았다. 일일 주차비용도 비싸지만 자리도 없었다. 


차를 버리고 갈 수 도 없고, 아무 데나 세워둘 수도 없고. 


평일 낮 12시인데 주차장에 이렇게 자리가 없다니


 주차를 하고 뛰어가도 간신히 탈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마음은 엄청 조급해졌다. 이제 약 1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3-6 구역을 천천히 한 번만 더 돌고 안 되면 일반 상가에 주차하는 것으로 마음을 비웠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제발 플리즈.."


 누구에게 빌었는지도 모르겠다. 간절함 마음과 함께 한 편으로는 어쩔 수 없다면 주차료가 가장 비싼 건물에 주차를 하는 수밖에 없겠다 생각했다.

마음속으로 빌며 코너를 돌고 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 검은색 차 한 대가 나온다.

이건 직감이다. 분명 저건 나오는 차량이다.

(이전에 수 차례 차들이 주차장에서 나왔지만 본인들도 자리를 찾으며 돌다가 나오는 차량이었다)


"야~호!"


렇게 기쁘다고? 

기뻐할 틈도 없이 주차를 하고 신없이 뛰며 행신역으로 향했다. 

행신역에 도착하니 탑승 4분 전었다. 탑승 후 교안을 봐야 하는데 긴장감이 풀려서인지 잠이 들었다. 잠들면서도 '이 날의 기억을 꼭 기록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기차역까지 가기 위해 장, 단점을 충분히 살피고 결정했다고 생각했는데 불안 요소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왔다. 평일 낮 시간에 주차장이 만차일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블로그 리뷰에도 만차인 경우는 행신역 바로 옆에 있는 주차장 외에 3-6 구역은 여유 있는 편이라는 글만 확인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행신역 주차장을 이용할 분들이 있다면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이동하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경험을 통해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보고,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비즈니스 미팅, 강의 등을 할 때 1시간 정도 일찍 움직이는 습관을 쌓아왔던 게 이번에 큰 도움이 되었다. 만약, 일찍 움직이지 않고 기차시간에 맞춰 갔더라면 기차를 놓쳤거나, 놓치지 않기 위해 8만 원이라는 주차료를 사용하느라 불필요한 비용이 지출되었을 거다.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에서 당황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방안을 찾아보려고 노력했고, 그로 인해 임박해서 주차 자리를 찾은 건 성공했지만 조급한 마음으로 인해 긴장도가 높아져 강의할 때 지장이 갈 수 있는 컨디션이 되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중요한 지방 출장 일정이 있을 때는 번거롭더라도 택시를 이용해서 이동하는 것으로 마음먹었다.




 <행신역 공영주차장 이용 시 유의할 점>

-행신역 바로 옆 1,2 구역 일일 주차료 30% 14,000 행신역까지 도보 1-2분.
 공영주차장이라 비용 부담이 적으나 아침 일찍 이동하는 사람들로 인해 주차장은 만차일 수 있음

-행신역 3-6 구역 일일 주차료 8,000
 행신역까지 도보 5-6분. 거리는 있지만 다닐만한 정도의 위치에 있음
 주차 자리가 구역별로 많지 않아서 만차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20-30분 정도 여유를 두고 가야 함

 

  행신역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며 느낀 건 일일 주차료의 부담은 적지만 주차 공간이 여유가 없기 때문에 차를 가지고 갈 때는 기차 탑승 시간보다 여유 있게 도착해서 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앞으로 나는 이와 같은 일을 겪고 싶지 않다. 또한 강사의 일상에서 이동 시간은 컨디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모험하지 않고 택시로 기차역까지 왕복으로 다닐 생각이다. 

강의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최상의 컨디션'이다.

강사가 최상의 컨디션인 상태에서 강의가 진행되어야 청중들에게 좋은 에너지와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강의장에 안전하게 잘 도착해서 강의 시간에 맞춰야 한다는 긴장감은 강의를 하러 가는 매 순간 007 작전을 펼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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