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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니스타 Mar 06. 2024

일주일에 한 번 테헤란로에 출근한다

뉴 프로젝트

 


테헤란로에 출근하는 첫날.

삼성중앙역에 내려서 걸으며 커피 한 잔 마시며 드는 생각을 정리했다.





나는 프리랜서인가? 1인 기업인가? 디지털노마드인가?


 프리랜서라고 하기에는 하는 일이 좀 많고. 1인 기업이라고 하기에는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디지털노마드라고 하기에는 병원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을 사전 준비를 하는 건데..

내가 하는 일은 오프라인이지만 사전 준비가 기본이라 재택에서 일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가끔 디지털노마드라고 착각하는 이유. 태블릿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 할 수 있는 건 맞다.


 병원(피부과)에서 15년 정도 일을 하고, 프리랜서로 밥벌이 한 지 6년 차이다.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 전환하기 위해 나만의 무기를 약 5년 정도 준비했다. 피부과에서 근무할 때 직장을 다니지 않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병원에 가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뭐가 있을까?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한 결과, 내가 시도해 볼 수 있는 건 '강사' 라는 직업을 생각했고 준비기간을 거쳤다.

사실 마지막 다녔던 병원의 원장님, 복지, 함께 일하는 동료 모든 것이 좋았다. 내가 퇴사하려는 이유를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나는 내가 가야 할 다른 미래를 찾아가서기 위해 퇴사를 했고, 직장 다니면서 더 큰 꿈을 가질 수 없다는 한계를 느꼈고, 퇴사 후 더 많이 배우고 스스로 만들어가며 개척자의 삶을 선택했다.


 역시 개척자의 길을 쉽지 않았다. 지인들이 그렇게 힘든 길을 가냐며 걱정하곤 했다.

'강의가 쉽나', '월급 받는 게 편하지',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없는데 왜 힘들게 개척자의 길을 가'

이런 말을 들으면 '그런가?'하고 포기할 만 한데, 나는 더 불타올랐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니까
내가 가보는 거야.
저 끝에 뭐가 있는지 몰라도 한 번 가보자!

 


 감사하게도 병원 컨설팅 의뢰는 꾸준히 들어왔고, 5년 동안 3곳의 병원을 프로젝트하게 되었다.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만할까, 다시 병원으로 들어갈까를 수십 번 고민했었다. 직장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소속된 직원으로 일 할 때와 스스로 보호하며 일해야 한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이 외로움과 서러움이 될 때가 많다.

 '내 길이 아닐 수도 있어', '직장으로 다시 들어가자', '이렇게 힘든 일을 굳이 해야겠어?' 끊임없이 불평의 소리가 내면에서 올라왔지만 꾹꾹 눌러냈던 시절이 있었다.

나의 강점인 '한 번 하면 끝까지 한다'라는 의지력으로 내면의 나와 대화하면서 조금씩 방향성을 찾아갈 수 있었고,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선택과 몰입'을 실천하려고 하는 나만의 룰이 있다. 그 룰에 따라 지금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병원컨설팅을 하는 순간은 늘 긴장되는 순간이다. 병원은 원래 차가운 이미지인데 내가 들어가면 더 차갑고 냉정하고 누구도 나를 반기는 사람이 없다. 컨설팅 현장으로 들어가는 나의 모습이 보이고 그 순간은 매번 겪을 때마다 긴장된다.

물론 그런 나의 감정과 상태는 아무도 모른다. 왜냐하면 늘 '스마일~'을 장착하고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내 일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한결같이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 나의 역할과 내가 보여줘야 하는 모습 또한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당분간 쉬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순간이 찾아왔고, 1년 전 컨설팅 했던 병원을 마무리하면서 일을 내려놓았다. 나에게 있어서 일을 놓는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일이 주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었고 그게 내 삶의 낙이었다.

일을 통해 인정받고 그로 인해 나의 성장하는 속도가 보이고 변화하는 모습이 보인다. 내가 움직일수록 무언가를 도전하고 해낼 때마다 그에 따른 아웃풋이 나온다. 일을 하면 할수록 나만의 노하우가 생긴다.

그 재미를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싶었다.

 마지막 컨설팅을 종료하면서 '쉬자'라고 다짐한 후 내가 얼마나 쉬게 될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이유는 쉬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20년을 쉬지 않고 일해서 내 기준에 일이 곧 삶이었다. 그런 내가 쉰다고?! 가능할까?!


 '쉼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일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몽땅 하기로 결심한 결과가 10대 뉴스를 넘치게 기록할 만큼 방대한 양이 나왔다. 한 해를 정리하며 쉼도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다.



쉼 프로젝트,  2023년 10대 뉴스 기록들


10대 뉴스 작성하다가 알게 된 것들 (brunch.co.kr)





 내가 테헤란로에 온 이유.


'당분간 쉬자'였는데, '다시 일하자'로 1년 만에 마음이 바뀌었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존재한다. 이번 일을 경험하면서 타이밍의 중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작년에 정기 교육으로 인연을 맺은 병원에서 몇 차례 미팅 요청으로 원장님과 조직 운영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원하는 방향성을 들을 수 있었다. 나와 결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 끝에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좋아하는 HR파트를 맡게 되었고, 앞으로 그 일에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



Doing the best!!!



나에게 해주는 한마디와 설레는 테헤란로 거리.



주문번호 4번

직장인이었을 때에도 아침 일찍 출근해서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참 좋았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는 나에게 오랜 추억이 깃든 곳이다. 20대 초반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언젠가는 나도 테헤란로에 있는 직장에 다녀볼 기회가 있을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가끔 밥 먹으러 온 적이 있었다. 그 꿈을 이룬 것만 같아서 더 설렘이 있지 않았을까.






오늘 본 것들과 감정.


3월, 아침 출근길에 차가운 공기

지하철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발 디딜 틈 없는 빼곡한 9호선

새로운 조직에 대한 기대감

일찍 도착한 카페에서 카페라테를 마시며 글을 쓰는 내 모습

출근해서 만나는 직원들과 어색한 인사 나누기, 싫은 표정은 분명 아니었음

원장님과 점심 미팅하며 일, 일, 일 대화 나누며 에너지 폭발하는 내 모습 발견


이거... 행복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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