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병진 Jan 10. 2024

독일인은 떡국 대신 뭘 먹을까

연말 파티를 위한 안주

우리는 새해가 되면 떡국을 먹습니다. 그런데 독일인들은 베를리너를 먹어치웁니다.

독일인들은 새해 하루 전 날 ‘베를리너(Berliner)’를 먹습니다. '뉴요커'처럼 베를린 시민을 뜻하는 게 아니라 빵 이름입니다.



내가 바로 베를리너!



베를리너는 우리가 봤을 때는 도넛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가운데 뽕 뚫려있는 도넛 말고 커다란 햄버거 패티 모양 빵 안에 딸기쨈이나 바닐라푸딩, 초콜릿, 자두잼 같은 소로 채운 둥글넙적한 도넛입니다. 혹자는 도넛 종류가 아니라 펜케이크라고도 하는데 안에 소를 채운다는 점에서 팬케이크보다는 도넛에 가깝습니다.


베를리너는 주로 독일 북부 지역에서 관습적으로 즐기는데요. 독일 전체적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베를리너를 먹는 풍습이 두루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북부에서 많이 챙겨 먹습니다. 한 해 마지막 날이나 마지막 날을 앞둔 주말 마지막 장을 보러가면 빵집 앞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바로 다양한 종류의 베를리너를 사려는 손님들이 붐비는 장면입니다.


왜 먹을까


‘저 도넛을 저렇게까지 먹어야 하나’ 싶은데, 독일인 친구에게 물어보니까 ‘Silvester(12월 31일)’ 때 밤새 술을 마시며 파티를 즐겨야 하는데, 베를리너로 뱃속에 사전 정지작업(?)을 해놓아야 숙취가 없다’고 말해주더군요. 농담반 진담반이었습니다.


정확한 배경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어디 새로 이사오면 떡 돌리듯이 여기는 페이스트리를 돌리곤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베를리너 형태의 빵은 1900년대 이전에는 흔히 먹을 수 있는 빵이 아니었습니다.


왜 이름이 베를리너인가


정확히 확인된 팩트는 없으나, 독일 일간 ‘슈트트가르터 나크리시트’ 보도를 보면, 대략 1756년 당시 한 베를린의 제과점 제빵사가 프리드리히 대왕 치하의 프로이센 포병대의 포수로 자원 입대를 했으나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대신 야전 제빵사로 복무할 수 있게 기회가 주어졌는데요. 이 베를린 출신 제빵사가 그 감사의 표시로 효모 반죽덩어리를 대포알 모양으로 만들었던 게 오늘날 베를리너의 유래라는 설이 있습니다.  


뉴요커’처럼 베를린 사람, 베를린 시민을 가리키는 줄


이와 관련해선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요. 바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해 했던 말 때문입니다.





“Ich bin ein Berliner”, 본래 의도는 “나는 베를린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는데요. 당시 그의 연설을 들었던 많은 사람들이 Silvester에 먹는 베를리너 빵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베를린의 빵집에 가보면 종종 “Ich bin ein Berliner라는 문장이 붙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독일식 개그라고 할 수 있지요.



 각종 밈으로 영원히 놀림 받는 케네디



케네디 전 대통령이 이 문장을 말한 건 1963년 연설이었는데, 아직 동독과 서독이 분단됐을 시기입니다. 서독, 그중에서도 서베를린을 찾은 미국 대통령이 자유 진영에 힘을 실어주고, 시민들의 전쟁 공포심을 누그려뜨려 줬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는 연설이었습니다. 그런데 영원히 놀림받는 표현으로도 독일인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에서 이맘 때 보행로를 점령하는 생명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