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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병진 Dec 22. 2018

언론'고시'가 아니에요

명확하게 인식하자. 언론사 '입사'다.

아나운서나 기자, PD를 꿈꾸는 사람들을 보통 '언론고시생'이라고 부릅니다. 언론인이 되는 과정이 워낙 다단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만큼 어렵다는 배경 아래 만들어진 표현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언론인이라고 부르는 제도권 언론사 사람들은 고시에 패스한 게 아닙니다. 언론사 '입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입니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던 시절 대학교 제 책상입니다.

보통 언론을 입법, 사법, 행정에 이은 4번째 권력이라 말하곤 하는데요. 이 때문에 정말 언론고시가 존재하는 줄 아는 사람도 적지 않게 봤습니다. 하지만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엄연히 구분해야겠죠. 언론고시는 없습니다.


고시 낭인 안 되려면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고시 낭인'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막연하게 고시 공부하듯 준비하다가 3년 이상 언론사 지망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언론사 입사는 합격자는 적은데 지원자는 많아서 경쟁이 아주 치열합니다.

카메라테스트를 통과했다면 필기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당시 시험장에 들어서며 찍은 사진.

그런데 이게 고시 공부하는 거라고 착각하면 '언젠가 점수만 올리면 합격하겠지'라고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일정 점수만 받으면 합격하는 고시와 언론사 입사는 성격이 다릅니다. 직원 뽑는 일이기 때문에 고시 공부보다는 일반 대중소기업 지원할 때와 접근법이 비슷하다고 보면 좋습니다.

그냥 아무 준비 없이 치러본 1차 카메라테스트에 덜컥 합격했어요. 앞서 치른 S, K본부는 탈락.

최종면접 통과 못 하면 제도권 언론인 못 하는 겁니다. 최대 3년을 놓고 미친듯이 도전해본 후에도 중소형 언론사 한 곳에 들어가본 적이 없다면 진로를 진지하게 재점검할 필요성이 보입니다.


언론인이 뭘 해야 하는지는 알고 준비해요


물론 언론사가 마냥 일반 회사와 같다고만 볼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언론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이 각 기관에서 제대로 쓰이는지, 오남용은 없는지 살피고 지적하는 언론 덕에 대의 민주주의가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시민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지에서 권력이 일을 잘 하는지 못 하는지 전해듣고, 선거로 심판할 수 있도록 참고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이 바로 언론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거나 권력의 하수인이 돼 정치 놀음에 동원되는 우를 범하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적으로 목격합니다. 나치가 독일을 장악하고 유럽을 초토화시키던 시절 프로파간다 전문가 괴벨스의 비서로 일했던 인물의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정권에 저항한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는 없었어요. 백장미단 사건도 그랬어요. 최소한의 내용으로 제한되었죠. 당시 그 사건이 일어났던 뮌헨에서는 그게 어떤 식으로 보도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무척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었어요. 젊은 사람들이었거든요. 그것도 아직 대학생이었죠. 그런 젊은이들을 즉시 처형해 버린 건 너무 가혹했어요. 누구도 그걸 원치 않았어요.

-브룬힐데 폼젤, 어느 독일인의 삶, 99p-

국민의 알권리를 흐리는 세력에 항거하고 국민의 안위를 살피는 언론인이 시대를 막론하고 긴요한 이유입니다.


언론에 대한 이런 사명감을 기본 소양으로 탑재했다면 잘 간직하길 바랍니다. 그런 마음은 저널리즘의 근간입니다. 이를 토대로 언론사에 입사하는 전략은 효율적으로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취업난으로 버거운 이 시절을 돌파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만 언론인으로서 타인의 고통에 대해 마이크와 펜으로 '아파하자', '고치자', '치유하자' 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제도권 언론인'이라고 이야기 한 부분은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굳이 제도권 언론사에 소속돼 있지 않더라도 블로그나 개인 소셜 활동으로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블로그 저널리스트 '아이엠피터'나 영상 저널리스트 '미디어몽구'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입니다.


아나운서, 기자, PD의 역할은 같습니다. 미디어 수용자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일입니다. 아나운서는 목소리와 동작에, 기자는 기사에, PD는 프로그램에 메시지를 담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일까요? 아나운서, 기자, PD의 입사 원리 또한 같습니다. 전형의 형태가 다를 뿐입니다. 인사권자가 '지원자가 무슨 생각을 갖고 살아왔는지', '그걸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기존 직원들과 잘 지낼른지' 납득된다면 그 사람 뽑습니다.

막연한 동경과 부풀려진 이미지로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다간 '고시 낭인' 십상. 출처: pixabay

타 직군 이해하면 금상첨화


따라서 언론인 지망생이라면 준비 단계부터 타 직군의 직무에 대한 공부도 병행하는 게 좋습니다. 깊이 있게 들어가진 않더라도 적어도 기자, PD, 아나운서의 직무가 무엇인지 혹은 나와 일하게 되면 어떤 식으로 하게 될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방송은 협업입니다. 미디어 일이 다 그렇습니다. 나 혼자 잘났다고 결과까지 담보하지 않습니다.


타 직군 직무를 알면 내 업무를 수행할 때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기자가 기사를 생산하는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앵커는 기사 하나를 전하더라도 기사의 핵심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표현을 설계합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말이죠. 그럼에도 작가가 구성하고 섭외하는 일을 아는 아나운서, PD의 기획을 겸비한 기자는 직무 수행에 도움을 받습니다. 요즘 같은 통섭의 시대, 점점 더 빛을 발하는 역량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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