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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병진 Mar 17. 2019

스피치 폐활량 늘리기

호흡량이 모자라세요? 훈련 방법을 소개합니다

베버상수 K를 기억해요


'베버상수 K = 나중 자극 / 처음 자극'


처음 자극이 나중 자극보다 크면 베버상수 K값은 작아집니다. 처음에 강한 자극을 주면 나중에 받은 자극은 별 감흥을 못 준다는 건데요. 물리의 기초 원리는 말하기 훈련에도 적용됩니다. 처음에 훈련을 강도 높게 받으면 실전에서는 조금 더 수월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폐활량을 늘리는 훈련에서는 특히 그렇죠.


호흡을 원하는 만큼 머금고 필요한 만큼 내쉬어 언어를 만드는 작업은 아나운서의 필수 역량입니다. 폐활량은 클수록 좋습니다. 그렇다고 굳이 성악가나 뮤지컬 배우만큼 폐활량을 늘릴 필요까진 없습니다. 단, 훈련 단계에서만큼은 최대한 폐활량을 증량해야 합니다.


호흡량 늘리기 훈련을 최대치로 연습하세요. 그래야 실제 방송에서 적은 힘을 들이고도 여유 있게 호흡량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방송 아나운싱에 필요한 실질 호흡량은 그보다 적기 때문입니다. 이는 일반적인 말하기 훈련에 관심있는 분들 분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숨을 깊게 마시고 내뱉는 연습을 많이 하세요. 출처: pixabay

숨쉬는 방법을 바꾼다


보통 폐활량이라고들 얘기하지만 지금부터는 '호흡량'이라고 통일해 설명드릴게요. 아나운싱이나 일반적인 말하기를 할 때 사용하는 호흡에는 폐호흡도 있지만 복식호흡이 중요한 토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뮤지컬 배우들은 '등으로도 숨을 들이마신다'고 이야기 합니다. 때문에 스피치에 필요한 모든 호흡을 아우르는 '호흡량'이란 단어로 표현을 정리하겠습니다.


훈련 첫 단계는 '코로 마시고 입으로 뱉고'입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허리를 곧추 세웁니다. 머리 위 정수리에 꽂은 쇠꼬챙이 척추를 지나 꼬리뼈로 관통해 나왔다고 상상하며 자세를 바르게 잡습니다. 자세가 잡힌 뒤에는 눈을 감고 코로 숨을 들이마신 후 입으로 내뱉습니다. 한 번 마실 때 깊이 들이마십니다. 배꼽 아래 단전까지 호흡이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느낌을 충분히 느껴줍니다. 호흡이 오갈 때 그 어떤 것도 방해하지 않도록 신경씁니다. 마치 뇌호흡하는 것 같죠? 실제로 머리에 산소가 많이 공급되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가부좌를 틀고 호흡에 집중합니다. 출처: pixabay

'코로 마시고 입으로 뱉고' 호흡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셨나요? 그 다음에는 코로 10초 간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10초 동안 뱉어보세요. 초를 재면서 호흡을 합니다. 10초 간 마셨다가 '휴~' 바로 휙 내뱉는 게 아니라 10초라는 시간가량 호흡을 펴발라서 몸 밖으로 배출합니다.


그 다음에는 15초 코로 마시고 15초 입으로 뱉고, 가능하시다면 20초 마시고 20초 뱉어보세요. 저도 최대 20초까지 연습했던 기억이 납니다. 포인트는 들숨보다는 '날숨'입니다. 숨을 내쉴 때 시간에 맞춰서 내쉬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나운싱이나 스피치를 할 때 호흡을 필요한 만큼 적당히 조절하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진단 끝! 증량 시작

날숨이 몇 초쯤부터 어려운지 체크하세요. 15초 마시고 15초 뱉을 때 힘드셨나요? 그러면 내 호흡량이 최대 15인 겁니다. 10초 마시고 10초 내쉬기도 가까스로 해냈다면 내 호흡량은 10이죠.


얼추 자신의 호흡량 진단을 마치셨다면 이제 이걸 늘려야겠죠? 방법은 간단합니다. 예를 들어 호흡량 10인 사람이 15가 되려면 이렇게 하면 됩니다. 10초 간 숨을 마셨다가 10초 동안 바로 내뱉지 않습니다. 10초 동안 숨을 들이마신 후 10초 동안 숨을 참습니다. 홀딩! 붙잡는 거죠. 숨을 참다가 10초가 지나면 10초 동안 내쉽니다. "1초, 2초 3초" 이렇게 마음 속으로 세면서요. 혹은 누가 옆에서 카운팅해줘도 좋습니다. 다시 숨을 고르고 '10초 들숨, 10초 홀딩, 10초 날숨' 훈련을 반복합니다. 그러면 호흡량 10은 무난한 수준이 될 겁니다.


이 때 호흡량을 늘립니다. 15초 마시고 15초 잡고 15초 내뱉는 거죠. 이제 막 호흡량 10이 수월해진 훈련자는 15에 맞춰 훈련하기가 처음에는 힘들 겁니다. 하지만 조금씩 호흡을 담는 뱃속 물리적인 공간이 늘어나고 숨을 담아두는 공간도 확장돼 15가 무난해집니다. 마치 풍선을 계속 불었더니 풍선의 겉표면이 조금씩 더 늘어나는 현상과 비슷합니다.


이렇게 늘리다보면 20까지도 찍을 수 있는데요. 25 이상은 프로페셔널 성악가나 뮤지컬 배우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방송을 하거나 일반적인 스피치를 연습하는 분들에게는 호흡량 15~20을 추천해드립니다.

호흡량이 증량되면 어떤 말을 할 때도 호흡이 가쁘지 않아요. 출처: pixabay

산소 벽돌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n초 간 마시고 n초 간 참고 n초 내쉬는 호흡량 훈련을 할 때 1초를 산소 벽돌 1개로 치환하시면 보다 수월하게 훈련하실 수 있습니다. 벽돌을 10개를 쌓았다가 10개를 잠깐 품고 산소벽돌을 다시 하나씩 꺼내는 작업으로 상상하는 겁니다. 이 훈련을 하루 20분 정도만 꾸준히 해줘도 어느덧 산소벽돌 15개, 20개를 꺼내는 수준으로 호흡량이 증량되는 경험을 하시게 될 겁니다.


참고로 말하기 코치 같은 거 받을 때 '배에 힘줘라'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으실 텐데요. 배에 힘을 꽉 주고 말하면 소리가 오히려 안 나오죠. 우스꽝스럽게 됩니다. 그런데 산소벽돌을 꺼낼 때, 즉 마셨던 호흡을 내뱉을 때 일정 시간 호흡량을 몸 속에 지니고 있으려면 뱃가죽 표면에 긴장감이 돕니다. 살짝 힘이 들어가죠.


단전까지 들이마신 호흡을 붙잡고 있다가 일정량 만큼씩 내뱉어야 하기에 당연히 배에 잔잔한 힘이 들어갑니다. '배에 힘주라'는 주문은 이 정도 선에서 이해하시면 편할 겁니다. '배에 힘주라는 말이 뭔지 모르겠다'는 고충을 토로하신 후배님들이 많아서 곁가지로 설명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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