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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병진 Feb 17. 2019

호흡·발성 꿀팁 5가지

이것만 다져도 기초가 잡힌다

아나운서 지망생들이 실기 훈련 초반에 가장 애먹는 부분이 발성입니다. 도대체 감을 못 잡습니다. 힘 있게 딱딱 끊어서 '아!', '아!' 소리친다고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요. 탁 트인 공간에서 용기 내어 소리치다 보면 조금씩 좋아지기도 합니다.


1. 자세부터 잡으세요


일단 원인부터 분석해야겠죠? 아나운싱은 몸을 쓰는 일입니다. 몸을 하나의 악기처럼 연주해야 합니다. 자세를 바로 해 호흡이 단전에서 식도를 타고 올라와 성대를 울려 음을 낼 수 있도록 튜닝해주는 게 급선무입니다. 발성이 잘 안 되는 사람은 자세부터 안 좋은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자세는 어깨를 펴고 턱을 살짝 아래로 당깁니다. 다음은 약간 잔인한 상상을 해야하는데, 정수리에 쇠꼬챙이가 꽂혀 척추를 뚫고 꼬리뼈로 빠져나간다 생각하며 상체를 꼬챙이에 맞춥니다. 그러면 얼추 자세가 나오죠.

발레나 필라테스로 바른 자세를 다져준 사람은 확실히 호흡과 발성도 좋다. 출처: pixabay

앞서 스트레칭을 해주면 좋습니다. 목을 360도로 천천히 돌려주고, 옆구리 운동도 빼먹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아나운서는 몸이 악기입니다. 성악가가 공연을 할 때 '연주하러 간다'라고 하는 이치와 일맥상통합니다. 악기에 해당하는 몸통을 덥혀주고 소리를 발사할 통로를 가지런하게 정렬해주기 위해서는 몸 구석구석의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스트레칭이 안성맞춤입니다.


2. 욕을 해보세요


발성이 약하다고 느껴진다면 욕을 해보세요. 당연히 아무도 듣지 않는 공간에서 말입니다. 저 같은 경우 이불을 뒤집어 쓰고 소리치며 욕을 했습니다. 카랑카랑하게 소리가 터져나오는 희열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대체적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탁월하고 공격적인 성향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지나치게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다가 겸양의 태도가 화석처럼 굳어버린 친구들도 자주 봅니다.

@##$%@@ 출처: pixabay

누군가에게 크게 소리쳐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넉넉한 발성이 힘들 수 있는데요. 나를 떨어트린 면접관이나 속상하게 만드는 누군가를 향해 있는 힘껏 욕을 퍼부어보면 가슴도 시원해지고 발성에도 시동이 걸리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3. 누워서 배로 숨쉬어봐요


물론 욕이야 어디까지나 발성을 위한 마중물에 불과합니다. 본질은 아니니 부디 욕쟁이 아나운서로 욕 먹지 마시길. 가장 중요한 건 호흡을 길어올리는 작업입니다. 복식 호흡, 쉽지 않죠. 일단 자리에 누우세요. 편안하게 누워서 온 몸의 힘을 뺍니다. 요가 수련 중에 '니드라'라는 게 있는데 그냥 누워서 편안하게 쉬는 겁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자세이기도 하죠.

완전 편안한 자세로 누워 아랫배로 숨을 쉬세요. 출처: pixabay

누운 상태로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뱉습니다. 우리가 잠을 잘 때 이런 호흡을 합니다. 복식 호흡입니다. 배만 볼록 나왔다가 내려가고, 불룩 나왔다가 가라앉습니다.


그러다가 코로 숨을 들이마신 후 입으로 뱉을 때 편안하게 '어~~~~~' 소리를 내봅니다. 목욕탕에서 뜨거운 탕에 들어가 '시원하다'라고 말하기 직전 '어~~' 하며 길고 편하게 내주는 소리와 같습니다. 다시 들이마시고 '어~' 길게 소리를 뽑아봅니다. 가슴이 올라오면 안 되고 배로만 호흡하며 같은 훈련을 반복합니다.


4. 조음점을 잡습니다


몸을 드나드는 깊은 호흡을 느끼고 그 호흡에 목소리를 실어보내는 감을 익혔다면 이제 소리를 제대로 '발사'해야 합니다. '발성'은 '목소리를 발사한다'는 뜻입니다. 총알을 발사하려면 '총구'가 필요합니다. 총알이 호흡이라면 '총구'는 조음점입니다. 조음점은 '음이 조성되는 지점'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는데요. 보통 조음점은 입, 코, 미간 즈음에 잡습니다. 소리가 발사되는 총구를 입에 놓느냐, 머리에 놓느냐 아니면 코로 하느냐에 따라 소리의 울림이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조음점 위치에 따른 소리 변화를 보다 명확하게 느껴보고 싶으세요? 그렇다면 검지 손가락을 펴서 얼굴 옆에 대보세요. 손가락 방향은 전방입니다. 호흡을 마신 후 뱃속 깊은 곳에서 호흡(총알)을 길어올립니다. 그리고 '어~' 소리를 내보세요. 이때 검지를 입 옆에, 그러니까 손 자체는 뺨에 오겠죠.


다음은 코쯤으로 올립니다. 계속 '어~' 소리를 뽑아내며 미간에 손을 대보세요. 검지는 여전히 혼자서 앞을 가리킵니다. 마치 투우에 달린 뿔처럼 말이죠. 손이 이동하는대로 조음점이 옮겨질 겁니다. 그 지점에서 발사되는 소리는 분명 이전과는 다를 거에요.


5. 노래합시다


이런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복식 호흡이 좋아집니다. 폐활량도 커집니다. 들이마시는 공기의 양이 많으니 내뱉을 때 조금씩 조금씩 나눠서 쓰며 소리를 낼 수도 있습니다. 긴 문장을 흔들림 없이 읽는 원동력입니다. 호흡과 발성은 이처럼 유기적인데요.

아나운싱과 노래는 원리가 거의 비슷합니다. 출처: pixabay

아나운서가 기사를 분석해 뉴스를 전하는 원리는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행위와 매우 흡사합니다. 가수는 악보를 숙지해 음정에 맞는 소리를 냅니다. 멜로디의 탄생입니다. 앵커 직무를 맡은 아나운서는 뉴스 기사를 숙지해 신뢰감 있는 음정으로 소식을 전합니다. 음악보다 다채롭지는 않지만 기사를 구성하고 있는 뉴스의 내용이 워낙 다채롭지요. 아나운서는 기사(articles)를 노래합니다.


노래를 한 곡 정해 한 음정 한 음정을 또박또박 소리내며 15도 전방으로 발사해보세요. 양희은의 <아침이슬> 같은 곡이나 윤종신의 여러 노래들이 이런 연습에 좋습니다. 정확한 발음과 음정을 추구하는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뉴스 원고 리딩 연습이 딱딱하고 힘들다 느껴질 땐 이렇게 노래를 해보세요. 단, 호흡과 발성을 느껴가면서 말입니다. 음정이 너무 높지 않으면서도 소리를 편하게 쭉쭉 뽑아낼 수 있는 곡을 하나 골라 반복적으로 불러주시면 효과 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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