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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병진 Feb 17. 2019

발음은 '과장해서' 연습해요

모음·비음·유음 집중 공략

입을 크게 벌려 연습하기


한국어 발음의 성패는 모음에서 갈립니다. 입 모양을 크게 움직여야 모음 소리가 제대로 나는데요. 입에 볼펜 물고 발음 연습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볼펜을 물어주면 적어도 입이 좌우로 크게 벌려지기 때문입니다.


보통 '발음의 경제성' 때문에 사람들은 점점 입소리를 정확하게 내지 않습니다. 발음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그 사람 특유의 어투가 굳어집니다. 아나운서가 되려면 이런 습성을 이겨내야겠죠?


우선 입을 크게 벌려주세요. 얼굴을 충분히 이완하고 확장합니다. 손을 따뜻하게 비벼 입 주위 근육에 댄 후 마사지를 해준다면 보다 수월하게 입을 벌리실 수 있을 겁니다. 턱 빠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얼굴 근육 스트레칭은 정확한 발음의 토양입니다.


얼굴과 입 주위 근육을 풀어줬으면 다음부터 소개할 발음을 평소보다 200~300% 정도 과장해서 연습하세요. 최대치로 입을 움직일 줄 알아야 입놀림이 부지런해집니다. 아무리 어려운 발음이 나오더라도 여러분 입이 자유자재로 소리를 만듭니다.


좋은 발음을 만들어주는 모음 연습


주요 모음을 집중 공략합니다.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ㅔ, ㅐ, ㅙ, ㅟ, ㅘ

이때 'ㅑ'나 'ㅕ' 같은 모음들은 '이+아=이야=야', '이+어=이어=여' 이렇게 분절해서 발음해봅니다. 각각의 형태로 발음해보고 이를 합쳐서 발음을 완성합니다.


다음으로 단모음을 집중 공략합니다. 단모음은 소리의 처음·끝이 같습니다.

ㅣ, ㅔ, ㅐ, ㅟ**, ㅚ**, ㅡ, ㅓ, ㅏ, ㅜ, ㅗ

'ㅔ'는 입술을 앞으로 내밀어 소리냅니다. 'ㅐ'는 입술 옆으로 최대한 찢어서 발음해줍니다. 조커처럼 입술을 양옆으로 찢어주세요. 볼펜을 무시겠다면 바로 지금입니다.

이~ 출처: pixabay

'ㅟ'와 'ㅚ'는 '우-이', '오-이'로 늘어지지 않도록 소리를 재빠르게 내줍니다.


이중모음을 공략할 때는 소리의 처음과 끝이 다르다는 점에 유념하며 발음합니다.

ㅑ, ㅕ, ㅛ, ㅠ, ㅒ, ㅖ, ㅘ, ㅙ, ㅝ, ㅞ, ㅢ

이중모음은 가급적 모음을 분절해서 발음해보고 합친 후 소리내는 연습을 무한 반복 연습합니다. 뉴스를 하다보면 발음이 게을러지는 주범이 바로 이중모음이기 때문입니다. 기초를 연습할 때 이중모음을 단단히 다져놓지 않으면 프로에 입문하고 나서도 기초가 흔들려 애먹습니다.


모음 발음의 정확성을 살려주는 키 포인트 중 하나로 원순모음을 꼽습니다. 원순모음이야말로 발음하기 정말 귀찮은 녀석이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원순모음이 정확한 사람은 심사위원과 시청자의 귀를 번쩍 뜨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원순모음은 입술을 동그랗게 만들어 발음하는 모음들입니다.

현업 아나운서 중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SBS 박선영 선배. '뽀뽀 아나운서'라는 애칭 뒤에는 원순모음을 정확하게 발음하려는 선배의 노력이 서려 있다. 출처: 디시인사이드
ㅗ, ㅜ, ㅟ, ㅚ
ex) 서울, 오전, 오징어, 우연히, 우박, 우천, 귀농, 괴산

특히 '서울'은 현업 아나운서들도 '서을'로 발음하는 경향이 또렷합니다. '울' 발음을 명징하게 짚어준다면 기본기가 탄탄한 아나운서로 인정받을 거라 자신합니다.


단모음과 이중모음 그리고 원순모음 중 까다로운 모음만 모아서 공략해볼까요?

ㅢ, ㅚ, ㅝ, ㅘ, ㅙ, ㅞ, ㅟ
ex) 의사, 의원, 의정부, 의인, 괴롭다, 워낭소리, 와플, 왜색, 웨일즈, 위플래시


받침 충분히 울려라


자음 소리 중에서는 받침으로 오는 비음과 유음이 핵심입니다. 이들의 발음이 정확해야 소리의 끝맺음을 프로페셔널하게 완결 짓습니다.

비음: ㄴ, ㅁ, ㅇ
유음: ㄹ

비음은 콧소리를 냅니다. 충분히 울려주는 게 관건입니다. "니으~은~~~~~~~", "미으~음~~~~~~~" 이런 식으로 허밍하듯 소리내며 발음을 넉넉하게 울려주세요. 과장해서 말이죠. 그래야 발음이 입에 박힙니다.


유음인 'ㄹ' 발음은 혀끝을 잇몸에 가볍게 댔다가 떼거나, 혀끝을 잇몸에 댄 채 공기를 양 옆으로 흘려보내며 내는 소리입니다. 이도 역시 충분히 울려주며 훈련합니다. "리으~을~~~~~~~~" 이런 식으로 말이죠.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갑자기 웬 동요냐고요. 앞서 다른 글에서 발성 연습할 때 노래를 부르면 좋다는 조언을 드렸습니다. 발음도 마찬가지에요. 어차피 발음과 발성은 같이 연습해야 효율이 높습니다. 호흡은 그 근간이 되는 거고요. 발음과 발성을 같이 연습할 수 있게 하단에 '발음발성표'를 첨부할게요.


위 동요를 천천히 부르면서 받침의 비음과 유음을 발음해보세요. 종, 땡, 선생님, 를, 신, 은, 산, 옹달샘, 눈, 물에서는 5초 이상 허밍하듯 소리를 끌어줍니다. 해당 글자의 받침으로 온 비음과 유음을 충분히 울려주기 위해서입니다.  

발음은 꾸준하게 연습하는 길 외에 답이 없습니다. 평소 제 모습.

발음 어려운 표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치솟았습니다' 같은 표현은 현직 아나운서들도 쉬 발음하기 어려워 한두 번 연습을 더 한 다음 발음합니다. 그런데 이런 어려운 단어를 집중적으로 연습해야 발음이 좋아질 것 같으세요? 아닙니다. 발음이 까다로운 단어들은 그냥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들일 뿐 그걸 발음한다고 해서 내 발음이 좋아지진 않습니다. 그저 테스트용이랄까요.


제가 짚어드린 단모음과 이중모음, 그리고 이들 중에서 뽑아낸 원순모음을 집중 공략해보세요. 여기에 받침에서 유려함을 더해주는 유음과 비음을 많은 시간 투자해 연습한다면 탄탄한 발음 능력을 장착하시게 될 겁니다.

제가 제작한 발음발성표를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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