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 동글동글한 능선이 유난히 인상적이었던 여행
아프리카의 뿔 horn of Africa, 우리에게는 '예가체프 커피'로 유명한 동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Ethiopia를 다녀왔다. 에티오피아는 진정한 커피 종주국이다. 세계 3대 원두 생산국 중 하나인 에티오피아의 남서부 ‘카파’ 지역에서 지금의 ‘커피’라는 단어가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국민들의 커피 사랑은 남다르다. 아침식사 대신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또한 에티오피아는 육상 강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마라톤 기록을 가진 사나이 킵초게는 케냐 사람 입니다만) 여기선 평균 해발고도가 2,000m 이상이라 몇 발짝만 황급히 떼어도 숨이 차오르고 머리가 어지럽다. 며칠 뒤부터는 적응이 되긴 했지만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나 자라면 얼마나 폐활량이 우월할까 싶었다. 세계적인 마라토너를 여럿 배출하기도 한 나라다.
같은 아프리카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빼어난 미모(?)를 자랑한다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유난히 설레었다.
수도 아디스 아바바 addis ababa에 도착하면 북적북적하고 시끄러운 것이 동남아시아와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만큼 정감있고 목가적인 인상이었다. 사람을 가득 태우고 달리는 버스, 잘 정리된 도로와 고가 등에서 생각보다 낙후되지 않은 동아프리카의 위엄이 느껴졌다. 특히 사람들이 유난히 수다를 좋아하며 정치적 논쟁도 즐긴다. 커피 한 잔을 두고 몇 시간씩 나라의 미래와 정치 문제로 토론이 벌어진다. 왜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자신들의 고유 문자인 암하릭 amharic 을 만들어 사용해오고 있는, 프랑스와 20년 간 전쟁은 했어도 식민 지배를 받은 적은 없는 고집 세고 자긍심 넘치는 사람들의 나라다. 외세와 맞서며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고 똘똘 뭉친 결과일지도.
수도를 벗어나 시골로 들어가니 그림 같은 동산들이 사방에 펼쳐졌다. 늘 아프리카를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살아있는 동물의 왕국이 눈앞에 펼쳐진다. 특히 에티오피아는 길이 구불구불해도 높이가 높아 동그란 동산들 위로 지평선이 넓게 펼쳐지고, 초록이 진하게 우거져 먹을 것 많은 동물들도 각별히 행복한 듯 보였다. 지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에티오피아는 굉장히 큰 나라다. 거기에 펼쳐진 산지와 공기까지 맑으니, 가시거리가 족히 2-30km는 될 것 같았다. 소나 말, 염소는 아프리카 어딜 가나 흔하게 볼 수 있지만 특히 에티오피아는 토실토실한 당나귀가 귀엽다.
우리가 묵었던 암보 ambo 지역에서는 다리/길을 건설하러 온 중국인들 (hello, you again), 선교사 및 의료진으로 온 미국인들을 볼 수 있었다. 안전과 관련해 경계령이 내려져 해 떨어지기 전까지 복귀해야 한다는 현지 직원의 조언에 따라 하루하루를 매우 알차고도 철저하게 보내며, 에티오피아를 좀 더 만끽하지 못한 아쉬움은 숙소에서 카푸치노로 달랬다. 작은 컵에 에스프레소 샷을 내리고, 그 위에 풍성한 거품을 올려준다. (잠시 입맛을 다셔본다) 황색 설탕을 타서 먹으라고 찻잔에 숟가락을 주는데, 현지인들은 거의 커피와 설탕의 양이 1:1이 되도록 무지 달게 먹더라. 따듯하고 부드러운 오리지날 카푸치노의 이 맛-! 가격은 단돈 250원.
2주 동안 내가 만난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멋부린다기보다는 수수하고, 내성적이라기보다는 정치 성향이나 일상생활에 대해 떠들기 좋아한다. 특유의 느긋함은 어쩔 수 없지만,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축구공 하나에도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잠시 쉬어갈 줄 아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 피부가 하얀 우리가 신기해 어딜 가든 몰려들고, 남녀 할 것 없이 카라멜빛 피부와 예쁜 눈이 인상적이었던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오래도록 생각날 것 같다.
유난히 푸르른 초원들과 풀 뜯어먹는 거대 동물농장 풍경도..
한국에 돌아와 에티오피아가 생각날 때면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경치 좋은 곳에서 좋아하는 시 한편을 운치있게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