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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milk Apr 17. 2016

커피, 당나귀, 초록 동산의 나라 에티오피아

맑은 공기, 동글동글한 능선이 유난히 인상적이었던 여행

아프리카의 뿔 horn of Africa, 우리에게는 '예가체프 커피'로 유명한 동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Ethiopia를 다녀왔다. 에티오피아는 진정한 커피 종주국이다. 세계 3대 원두 생산국 중 하나인 에티오피아의 남서부 ‘카파’ 지역에서 지금의 ‘커피’라는 단어가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국민들의 커피 사랑은 남다르다. 아침식사 대신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또한 에티오피아는 육상 강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마라톤 기록을 가진 사나이 킵초게는 케냐 사람 입니다만) 여기선 평균 해발고도가 2,000m 이상이라 몇 발짝만 황급히 떼어도 숨이 차오르고 머리가 어지럽다. 며칠 뒤부터는 적응이 되긴 했지만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나 자라면 얼마나 폐활량이 우월할까 싶었다. 세계적인 마라토너를 여럿 배출하기도 한 나라다.


같은 아프리카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빼어난 미모(?)를 자랑한다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유난히 설레었다.


에티오피아 항공을 타면 직항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두바이에서 환승하는 에미레이트 항공편을 이용했다. 에미레이트 비행기 안 조명은 빨간색...


거리의 풍경: 시끌시끌, 뛰뛰빵빵!


수도 아디스 아바바 addis ababa에 도착하면 북적북적하고 시끄러운 것이 동남아시아와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만큼 정감있고 목가적인 인상이었다. 사람을 가득 태우고 달리는 버스, 잘 정리된 도로와 고가 등에서 생각보다 낙후되지 않은 동아프리카의 위엄이 느껴졌다. 특히 사람들이 유난히 수다를 좋아하며 정치적 논쟁도 즐긴다. 커피 한 잔을 두고 몇 시간씩 나라의 미래와 정치 문제로 토론이 벌어진다. 왜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자신들의 고유 문자인 암하릭 amharic 을 만들어 사용해오고 있는, 프랑스와 20년 간 전쟁은 했어도 식민 지배를 받은 적은 없는 고집 세고 자긍심 넘치는 사람들의 나라다. 외세와 맞서며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고 똘똘 뭉친 결과일지도.


우리 것은 좋은 것인데... 스*벅*도 좋았나 보다.


여기가 낙원인가요? 맑은 공기, 신기한 당나귀


수도를 벗어나 시골로 들어가니 그림 같은 동산들이 사방에 펼쳐졌다. 늘 아프리카를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살아있는 동물의 왕국이 눈앞에 펼쳐진다. 특히 에티오피아는 길이 구불구불해도 높이가 높아 동그란 동산들 위로 지평선이 넓게 펼쳐지고, 초록이 진하게 우거져 먹을 것 많은 동물들도 각별히 행복한 듯 보였다. 지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에티오피아는 굉장히 큰 나라다. 거기에 펼쳐진 산지와 공기까지 맑으니, 가시거리가 족히 2-30km는 될 것 같았다. 소나 말, 염소는 아프리카 어딜 가나 흔하게 볼 수 있지만 특히 에티오피아는 토실토실한 당나귀가 귀엽다.

 


느리고 둔해서 교통이나 운반 수단으로써 말이나 소보다는 가치가 떨어지지만, 순하디 순한 그 눈망울에 반해 나도 한 마리 입양해오고 싶었다.


드디어 맛본 에티오피아 커피


우리가 묵었던 암보 ambo 지역에서는 다리/길을 건설하러 온 중국인들 (hello, you again), 선교사 및 의료진으로 온 미국인들을 볼 수 있었다. 안전과 관련해 경계령이 내려져 해 떨어지기 전까지 복귀해야 한다는 현지 직원의 조언에 따라 하루하루를 매우 알차고도 철저하게 보내며, 에티오피아를 좀 더 만끽하지 못한 아쉬움은 숙소에서 카푸치노로 달랬다. 작은 컵에 에스프레소 샷을 내리고, 그 위에 풍성한 거품을 올려준다. (잠시 입맛을 다셔본다) 황색 설탕을 타서 먹으라고 찻잔에 숟가락을 주는데, 현지인들은 거의 커피와 설탕의 양이 1:1이 되도록 무지 달게 먹더라. 따듯하고 부드러운 오리지날 카푸치노의 이 맛-! 가격은 단돈 250원.


젖소들도 행복해서인가? 우유도 너무 고소하고 맛있었다. 이 곳 사람들은 하루에 두세 번 씩 모여서 커피를 꼭 마신다.


2주 동안 내가 만난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멋부린다기보다는 수수하고, 내성적이라기보다는 정치 성향이나 일상생활에 대해 떠들기 좋아한다. 특유의 느긋함은 어쩔 수 없지만,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축구공 하나에도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잠시 쉬어갈 줄 아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 피부가 하얀 우리가 신기해 어딜 가든 몰려들고, 남녀 할 것 없이 카라멜빛 피부와 예쁜 눈이 인상적이었던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오래도록 생각날 것 같다.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오빠들...


유난히 푸르른 초원들과 풀 뜯어먹는 거대 동물농장 풍경도..





한국에 돌아와 에티오피아가 생각날 때면 따뜻한 커피 마시며 경치 좋은 곳에서 좋아하는 한편을 운치있게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같다. 



인생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나가라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아이들은

그 꽃잎을 모아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 뿐.

 

ㅡ라이너 마리아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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