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잔잔한 위로를 선사하는 책_김신회 에세이
이 책의 첫인상은 '따뜻한 노을을 머금은 듯한 느낌의 책'이었다. 표지에는 고양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누워있는 여자의 모습을 담았는데, 주황빛 노을이 지는듯한 배경과 유유히 시간이 흐르는 듯한 잔잔한 느낌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책 제목과도 매우 잘 어울리는 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표지와 제목의 조화가 너무 예뻐서 읽고 싶었던 책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이 오랜 시간 동안 가지고 있었던 어떤 고민 때문이었다.
나의 고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너무 게으른 것 같고 시간이 아까운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특히 오랜 시간 매달려 온 시험을 보고 난 후에 이런 느낌은 더 심해졌고 어떻게 해서든 부지런히 시간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곤 했었다. '무슨 일이든 잘 쉬어줘야 더 의욕이 솟고 에너지가 넘치는 상태로 다른 일에도 매진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드는데도 이런 생각은 쉬이 없어지지 않아 고민이었다. 이런 고민을 계속 안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 책 안에 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 또 위로받고 싶고 다독임을 받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 안에서 소소하게 위로를 받은 부분은 많았지만, 두 부분을 골라 감상을 적어보려 한다.
나와 당신은 다르다. 그 누구도 같은 사람은 없다. 설령 가족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본 말,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본다는 뜻의 사자성어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역지사지'라는 고사 성어에서 깊은 깨달음을 느껴왔다. 친구와 사소한 다툼이 있을 때나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역지사지'라는 고사 성어를 떠올리면 내 안에 솟아 있던 분노나 원망이 사그라들고 상대방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역지사지'라는 말에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너와 나는 애초에 이미 다른 사람인데, 완전히 상대방의 관점에서 상황을 판단하는 일이 가능할까? 나 같은 경우는 상대방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데도 억지로 이해하려고 노력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마음속에는 항상 어떤 찝찝함이 남곤 했었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었지만 '역지사지'라는 말의 좋은 이미지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꼭 상대방을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힘들게 노력하면서까지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말한다. "다른 사람을 굳이 애써가며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저 사람은 나랑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라고 말이다. 이해와 인정. 비슷한 듯 확실히 다르다. 그저 '너와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인정하면 되는 일을 우리는 나 자신에게 상대방을 꼭 이해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저 '나는 당신이 아니랍니다. 우린 다른 사람이니까요.'라고 말하면 되는 일인데 말이다.
'익숙함'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일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면이 있지만, 익숙해진 것에 대한 안정감으로 새로운 일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피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는 아직 인생을 오래 살아보았다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요즘 들어 아니, 사실은 예전부터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점차 두려워지고 있다.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니야. 인생 오래 사는 것도 아닌데 도전해보자.'라는 생각도 많이 들지만 이미 해 왔던 것들, 지금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익숙함으로 새로운 일을 다시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나의 두려움이 '다 익숙함 때문이야!'라고는 말할 수 없다.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면, 새로운 일을 향한 두려움과 함께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런 글을 읽은 적 있다. 누구나 시작은 두렵지만 조금 지나면 그 두려움이 익숙함으로 변할 걸 알기에 시작한다는 말. 생각해보면 그렇다. 지금 내가 익숙해진 일도 처음에는 도전하기 두려웠을 것이고,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때 두려웠던 일이 지금 익숙한 일이 되었다. 두려움이 익숙함으로, 다시 익숙함이 두려움으로, 책과 함께, 갑자기 떠오른 글귀와 함께, 다시 익숙함에 도전할 용기를 얻는다.
이 책은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고 위로를 받고자 읽게 되었지만, 해답을 발견하기보다는 잔잔하게 위로를 받은 책이다. 에세이 형식이기 때문에 저자의 일상과 생각들이 고스란히 책에 배어 있는데 굳이 위로를 해주려 하지 않아도 위로를 받는 느낌이다.
이 책의 저자는 힘든 순간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자신을 채찍질하고 스스로 아파했지만 저자 자신을 아껴주고 다독이려 노력한다. 신기하게도 이러한 진심과 노력에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토닥토닥 다독임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일상 속에서 스스로에게 지친, 스스로를 잘 아껴주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더 정확히는, 일상의 지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자존감을 지키면서 우리 스스로를 먼저 아껴주고 위로해주자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저자의 바람처럼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기를,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날이 가까이 있기를, 나 또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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