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희망하지 않는 인생

by 김콤마

오늘의 말씀

그는 최고의 성과와 더불어 점진적인 성장 궤도를 보여준 이들을 ‘록스타’라고 불렀다. (중략) 이들은 자기 일을 사랑하고 최고의 역량을 갖췄지만 스스로 팀장이 되기를 원치 않는 유형, 혹은 스티브 잡스와 같은 리더가 되기를 원치 않는 유형이다. 그들은 지금 자리에 만족한다.

—킴 스콧,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묵상

저는 리더형 인간이 아닙니다. 남한테 끌려다니는 것도 싫지만 남을 이끄는 것도 싫어요. 그냥 부담스럽고 싫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반장 선거에 누가 저를 후보로 추천했어요. 전 할 생각도 없는데 다짜고짜 추천해 놓고 투표하더라고요. 제가 뽑혔어요. 진짜 하기 싫었어요. 그전에 부반장이니 뭐니 해봤는데 못 할 짓이더라고요. 그래서 반장에 당선된 순간, 울었습니다. 교실에서 애들이 다 보는데요. 울려고 운 게 아니라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났어요.


대학교 3학년 때 마케팅 수업에서 조별 과제를 하는데 제가 나이가 제일 많다고 또 다짜고짜 조장을 시키더라고요. 그러고는 자료 조사 한 번을 제대로 안 해와, 이것들이. 좀 하자고 해도 안 하고, 그렇다고 복학생인 나랑 서너 살 차이 나는 애들 앞에서 울 수도 없고, 근데 어떻게 끌고 가야 하는진 모르겠고. 결국엔 내가 다 조사해서 자료 만들고 발표용 대본까지 써줬는데 과제 점수 C.


그 밖에도 지금까지 여러 경험을 하면서 저는 리더가 될 재목은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리더 옆에서 참모 역할을 하라면 자신 있는데 앞장서서 다른 사람들 책임지고 끌고 가는 건 체질이 아니에요.


이건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겁니다. 저희 아버지가 생전에 아주 독실한 기독교인이셨어요. 저 어릴 때 다른 거 갖고는 크게 뭐라 안 하셨는데 교회 안 가는 건 절대 그냥 넘기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던 아버지가 언젠가 교회에서 무슨 장을 맡으셨어요. 본인은 안 하겠다는데 역시 다짜고짜 맡긴 거죠. 그래서 아버지가 한 주도 아니고 무려 몇 주 동안이나 교회에 안 나가셨어요. 아마 아버지 생애에서 가장 오래 교회 안 간 기록일 겁니다.


여하튼 저는 리더가 되는 걸 거의 혐오하다시피 하는 사람인데요,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가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나 혼자만 잘하면 되잖아요. 괜히 다른 사람한테 일 못 한다고 뭐라고 할 필요도 없고 같이 좀 잘하자고 성질나는 거 꾹 참고 달랠 필요도 없고 말이죠. 또 나는 잘하는데 남이 못해서 나까지 피해볼 것도 없고, 혹시라도 내 실수로 날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할 일도 없고요.


이런 말 하면 남자가 너무 야망이 없다, 옹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예, 사실 그렇습니다. 전 옹졸하고 야망도 없습니다. 그냥 내 한 몸 건사하고 내 가족만 잘 챙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요. 집에서도 리더가 되기 싫어서 웬만한 건 다 아내와 상의해서 결정해요.


많은 사람의 신망을 받으며 조직을 이끄는 리더! 멋있죠. 부러워요, 그런 사람. 하지만 어쩌나요. 저는 이렇게 생겨먹은 걸. 그냥 내 성격 맞춰 사는 거죠.



기도

저는 이렇게 생겼지만 억돌이는 좀 남자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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