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내 쩌리 시절의 기록

by 김콤마

오늘의 말씀

2000년대 중반에는 한창 케이블 콘텐츠를 번역할 때라 극장 번역 데뷔는 실현 가능성 없는 꿈같은 일이었다. 그 당시 가장 큰 블록버스터 외화가 ‘스파이더맨’ 시리즈였는데 작은 영화 한 편도 번역할 기회가 없던 때라 ‘저런 영화를 번역할 일은 평생 없겠구나’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내게 ‘스파이더맨’ 영화는 블록버스터의 상징과도 같은 이미지가 있다. 한때 꿈만 꾸던 영화를 번역하게 된 것만 해도 사실 믿기지가 않고 감사한 일이다.

—황석희, <'스파이더맨: 파프롬홈', 황석희 번역가 6문6답>​ (싱글리스트)



묵상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영화계의 대표 번역가라고 하면 이미도 번역가였는데 지금은 황석희 번역가로 완전히 세대교체가 됐습니다.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믿고 보는 황석희’로 통하죠.


저는 이런 황석희 번역가의 성공이 무척 반갑습니다. 제가 좀 아는 사람이라서요. 개인적 친분은 전혀 없고 그쪽에서는 절 모르는 일방적 관계지만 말이죠.


어떻게 된 건가 하면 제가 예전에 이 블로그, 저 블로그 구독하던 시절에 황석희 번역가의 블로그가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어요. 분야는 달라도 같은 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관심 있게 봤죠.


그러니까 비록 나 혼자만 아는 사이라 해도 그분이 업계 짱 먹은 게 반가운 거예요.


제가 브런치를 시작할 때도 황석희 번역가의 블로그를 생각했어요. 내가 남긴 글들이 나중에 이 바닥 짱이 됐을 때 내가 걸어온 길을 보여주는 기록이 될 거라고 생각한 거죠.


“후배 번역가들아, 출판 번역계를 평정한 나도 한때는 빌빌대는 쩌리 시절이 있었다”라고요.


아직 짱은 못 먹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아직도 제 이름을 아는 편집자와 독자는 소수에 불과해요.


하지만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보다 지금 훨씬 번역가로서 입지가 탄탄해졌어요. 번역료도 마의 4,000원 선을 뚫고 날아오르고 일감도 잘 들어오고 저서 출간 계약도 맺고 말이죠.


그게 다 브런치 덕분이라고는 못 해도 분명히 브런치가 한몫했습니다.


그러니 후배 번역가들아, 나를 본받아 브런치를 하십시오. 이게 제일 쉬운 자기 PR의 길입니다.



기도

다른 번역가들이 브런치를 해도 브런치 내 번역가 짱은 제가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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