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전 실수에 크게 마음을 두지 않습니다. 실제로 자주 실수를 합니다. 그러나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지금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킴 스콧,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크. 잡스 님은 정말로 명언 제조기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제 우상이에요. 그에 얽힌 일화들에서 보이는 특유의 독선적인 성격 때문에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상입니다. 왜냐하면 첫째는 제가 애플빠이기 때문이고요, 둘째는 그의 미칠듯한 신념 때문입니다. 자기 확신이라고 해도 좋겠군요.
잡스의 업적은 자기가 하는 일이 옳다고 믿지 않으면 이룰 수 없었을 거예요. 아이폰만 해도 세상에, 키패드가 없는 휴대폰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요! 지금이야 터치스크린이 당연시되지만 15년 전만 해도 휴대폰에는 간소화된 키보드가 달리는 게 정상으로 여겨졌잖아요? 구글만 해도 키패드가 달린 폰을 개발하다가 아이폰 발표 후 프로젝트룰 갈아엎었다죠.
맥은 또 어때요?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드웨어는 델, HP 등이 석권한 시장에서 IBM 같은 공룡 기업도 일반 PC 제작과 운영체제 개발에서 손을 뗄 정도였으니 그에 비하면 구멍가게 수준이었던 애플도 당연히 포기했을 만한데 하드웨어도 운영체제도 꿋꿋이 명맥을 이어 오다가 맥북, 아이맥 라인이 대히트를 치면서 컴퓨터 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죠.
저도 그런 신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잡스처럼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을 만들 계획은 없지만 제가 글을 쓰는 행위가 분명히 가치가 있다고 항상 굳게 믿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요즘 ‘젊은 번역가의 공부 습관’이란 연재를 하잖아요? 근데 연재 글을 쓸 때마다 또 쓰고 나서도 이 글이 과연 독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너무 시시하고 뻔해서 읽어봤자 영양가 없는 내용만 나열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자꾸만 들어요. 어떻게 보면 좋은 글인 것 같고 어떻게 보면 한두 문단이면 될 것을 쓸데없이 분량만 늘여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 ‘오늘의 말씀 묵상’이란 매거진도 일기는 일기장에 써야지 왜 여기다 쓰고 있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쓰는 내용도 매번 번역, 글쓰기, 육아에 대한 고민이 반복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한번 생각을 해봤어요. 만약에 어떤 소설가가 자신의 습관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글을 썼다면? (저는 소설가가 되고 싶거든요.) 그러면 그 습관들이 아무리 단순하고 당연한 거라 해도 재미있게 읽을 것 같아요. 저도 같은 습관을 들이려고 할 것 같고요.
이미 소설가로 자리 잡은 사람이 말하는 습관이니까 지망생인 제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배울 게 있겠죠. 제가 미처 몰랐던 요령을 배우고, 나도 저렇게 해봐야겠다 의지도 다지고, 또 저도 같은 습관이 있다면 나도 가능성이 있구나 기운도 내고 말이죠.
그리고 이 오늘의 말씀 묵상 매거진의 경우에는 다른 걸 다 떠나서 너무 글의 완성도에 집착하다가 잃어버린, 글 쓰는 재미를 다시 찾는 게 목적이에요. 그리고 나중에 제가 무슨 책을 쓰든 그때 이용할 글감을 모은다는 취지도 있고요. 번역만 할 게 아니라 앞으로 내 글 팔아먹고 살 작정이라면 분명히 필요한 작업이죠.
이렇게 보면 연재도 그렇고 이 매거진도 그렇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짓거리가 헛짓거리가 아니네요. 연재는 번역에 대한 사소한 정보라도 절실한 지망생과 초보 번역가들에게, 이 매거진은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게 절실한 제게 확실히 의미가 있어요.
물론 제가 쓰는 글 중에는 헛글도 있을 거예요. 다 양질의 글이면 좋겠지만 그냥 평타만 치는 글도 있고 허접한 글도 있겠죠. 솔직히 이런 걸 발행해도 되나 싶지만 눈 딱 감고 발행 버튼 누르는 글들도 있어요.
근데 사람이 어떻게 항상 잘하겠어요. 천하의 잡스도 자주 실수를 했다잖아요. 80년대에는 자기가 세운 애플에서 쫓겨나기도 했고 이후에 세운 넥스트라는 회사는 대차게 망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중요한 건 방향성이죠. 잡스가 다시 애플로 복귀해 시가총액 1위를 다투는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 바로 신념이 만들어내는 방향성 아니었겠어요?
저도 지금 꾸준히 글을 쓰는 게 옳다고 믿고 시간이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엿한 작가로 성장하는 방향성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오늘 글은 왠지 브런치 추천 글로 뽑힐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브런치 편집진과 취향이 상당히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이 글은 모처럼 브런치 쪽과도 좀 맞는 것 같아요. 아니면 말고.
제 계획 아시죠? 혹시 잊으셨을까 봐 다시 말씀드리는데, 소설을 쓴다 -> 드라마화된다 -> 미드로 리메이크된다 ->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된다. 이뤄 주실 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