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지만 애쓰진 않습니다

by 김콤마

오늘의 말씀

구경만으로 만족하는 이유는, 나는 수영을 저렇게까지 잘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기 때문이다. 대단해 보이는 것에 함부로 엄두 내지 않는다. 지금도 충분히 만족한다. 더 나아가고 싶은 기분이 들면, 그때 더 나아가면 된다.

—태재, ⟪스무스⟫



묵상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 많습니다. 브런치만 해도 그래요.


일상에서 겪은 사소한 일도 세밀하고 재미있게 쓰는 분들이나 말랑말랑 감성적이면서도 오그라들지 않는 표현을 쓰는 분들 보면 와, 정말 잘 쓴다, 싶어요. 또 매일 쓰는데 유려한 문장으로 장문의 글을 뽑아내는 분들도 대단하고요.


하지만 그런 글을 보며 왜 나는 못 할까, 자책하진 않습니다. 저는 애초에 그런 스타일이 아니니까요.


저는 용건만 간단히 주의자예요. 예전에 누가 그랬어요. 너는 이야기가 발단하고 결말 밖에 없다고. 남들은 영화를 보러 간 얘기를 한다고 치면 누구와 어디서 만나서 어느 극장에 갔고 무슨 영화를 봤는데 내용은 어떠어떠하고 어떤 점이 좋았고 아쉬웠는지, 그렇게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을 자세히 얘기하는데 저는 무슨 영화 봤는데 재미있었다, 로 끝이라고요.


네, 저는 그래요. 그래서 글에도 세밀한 묘사 같은 건 없어요.


그리고 저는 성격이 좀 건조해요.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다는 거죠. 감정의 너울이 파도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면대에 받아놓은 물 같은 사람도 있을 텐데요, 저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웬만해서는 어떤 자극이 와도 잔물결만 치고 말아요.


드라마 <도깨비> 보셨죠? 무슨 장면인지 기억도 안 나는데 아내는 슬프다면서 엉엉 우는데 저는 옆에서 “저게 말이 되냐? 개연성이 없잖아!”라면서 아내가 우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있었어요. 나중에 놀릴 때 써먹으려고요.


네, 저는 감정이 메말랐다고까지 하면 섭섭하지만 다분히 이성적인 편입니다. 그래서 제 글에는 마음을 간질이는 감성적인 표현도 없어요.


문장이 아름답지도 않아요. 저는 평소에 뭐든 많이 꾸미질 않아요. 잘 꾸미는 사람들 보면 부럽지만 저는 잘할 줄도 모르고 귀찮아서 그냥 적당히 욕 안 먹을 정도면 된다, 하고 만족하는 성격이에요. 그러니 문장도 평범합니다.


이런 이유로 제 글이 감탄이 나올 만큼 빼어나진 않다는 걸 잘 알아요. 끽해야 그냥 글 좀 쓴다, 하는 수준이죠.


그래도 괜찮아요. 저는 그냥 제 스타일에 만족해요. 더 잘 쓰면야 좋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쓸 만하니까 애써 지금의 나와 안 맞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 않아요. 그러면 글 쓰는 게 너무 재미없어질 거예요.


다만 이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좀 더 재미있는 문장, 좀 더 재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은 있습니다. 하지만 애쓰진 않을 거예요. 쓰다 보면 되겠죠, 뭐. 안 되면 말고요.


흔히들 하면 된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의지력 같은 건 없다는 걸 이 글을 쓰면서 다시금 깨닫습니다. 저는 안 되면 안 한다 주의예요. 지금까지 그렇게 잘 살았으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살려고요.



기도

억돌이는 아빠처럼 마음은 편하게 먹고 엄마처럼 노력은 끈질기게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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