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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Oct 10. 2022

잘 읽히는 글을 쓰는 비결은

나를 레벨업하는 페르소나 SNS 글쓰기 (8)

글 쓸 때 의외로 많은 사람이 하는 고민이 있어요. 문단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모르겠단 거죠. 아 물론 원칙이야 다들 알지. 학교 다닐 때 배웠죠? 얘기하려는 주제가 바뀔 때 문단을 나누라고. 글 전체의 주제가 있다면 또 각 문단에 소주제가 있으니까 그게 바뀔 때마다 문단을 나누란 거지. 근데 이거 하나마나 한 소리야. 주제가 바뀌는지 아닌지 몰라서 못 나누는 거니까. 내가 지금 계속 같은 주제로 얘기하고 있는지 아니면 주제를 전환한 건지 잘 분간이 안 간다는 거지.


자, 그러면 어떻게 문단을 나눌 것인가. 간단해요. 내가 숨 돌리고 싶을 때 나누면 됩니다. 우리가 말하다 보면 잠깐 쉬어가는 틈이 생기잖아요.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글을 쓰고 있지만 지금 말을 한다고 생각하세요. 속으로 말을 하면서 글을 쓰는 거지. 그러다 보면 아 이쯤에서 숨 좀 돌릴까 하는 타이밍이 나와요. 사람에 따라서, 또 글의 성격에 따라서 그 타이밍은 다르겠죠. 어떤 사람은 원래 숨 참아가면서 말을 다다다다 내뱉는 스타일이라면 문단이 좀 길어질 거예요. 또 읽는 사람이 너무 숨 가쁘게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흡을 조절해 가면서 쓴다면 문단이 짧아질 거고요.


그냥 그렇게 막 나눠도, 감으로 나눠도 되냐고요? 그럼요 되죠. 어차피 지금 우리가 뭐 논문 쓰자는 거 아니잖아요? SNS에 올릴 글 쓰잔 거잖아요. 사람들이 SNS에 올라온 글을 그렇게 꼼꼼히 안 봐요. 자기 글 열심히 보는 사람은 자기 밖에 없어. 딴 사람들은 대충 쓱 읽어본다고.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요.


그리고 어차피 감을 안 따르면 뭘 따르죠? 주제별로 문단을 나누는 것도 결국엔 감에 의존하는 거거든. 그 감이 잘 안 잡히니까 문단 나누기가 어려운 거고. 그러니까 그냥 당신의 호흡을 믿고 그 호흡이 주는 감에 맞춰서 문단을 나누세요. 어차피 당신의 글이예요. 아니 당신이 거기서 문단 나누고 싶다는데 누가 뭐라 할 거야? 뭐? 독자가 왕이라고? 뭔 소리야. 당신의 글에선 당신이 왕이지.


이렇게 말하듯이 글을 쓰는 건 잘 읽히는 글을 쓰는 방법이기도 해요. 적당한 호흡으로 문단이 끊기고 또 막 어려운 말 안 쓰게 되거든. 논문이나 대학 교재가 왜 잘 안 읽힐까요? 평소 말하는 거랑 전혀 다르게 쓰여 있으니까. 우리가 말할 때 막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낯선 말 써 가면서 말하진 않잖아요? 그리고 막 동사로 쓰면 될 곳에 명사형을 써서 문장을 복잡하게 만들지도 않잖아요? 예를 들면 동사를 사용함이 타당함에도 고의 혹은 무의식적 충동에 의해 명사를 활용함으로써 가독성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는 삼가함이 마땅하다, 라는 식으로 말 안 하잖아요? 어려운 글, 안 읽히는 글은 글을 쓴다고 생각하고 써서 그래요. 말하듯이 쓰면 그런 글 안 나와요. 누가 평소에 저렇게 말햌?


기왕에 말하듯이 쓰는 김에 독자를 상정하고 그 사람에게 말한다고 상상하면서 쓰면 더 좋습니다. 독자는 누구든 될 수 있어요. 지금 쓰는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이면 돼요. 저는 지금 이 글을 자신의 잠재력을 발현하는 방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독자로 생각하면서 쓰고 있어요.


기왕에 독자를 정하는 김에 구체적으로 그려보세요. 가족, 친구, 지인을 떠올려도 되고 가상의 인물을 생각해도 돼요.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집중해서 듣고 있다고, 긍정적인 표정으로 듣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말하듯이 글이 써지고 자신감이 붙어요. 듣는 사람이 웃으면서 집중하면 ‘아 내가 말이 잘 통하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발이 더 서잖아요? 같은 원리예요.


그런데 사람이 원래 말하다 보면 이 얘기 저 얘기 하면서 샛길로 샐 때가 많잖아요? 그러면 듣는 사람은 집중력이 떨어져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헷갈리거든. 글 쓸 때 그렇게 두서없이 쓰지 않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간단해요. 소개팅 필살기를 쓰면 됩니다.


왜 그런 말 하잖아요, 소개팅에서 호감을 얻으려면 상대방의 말끝을 따라하라고. 예를 들어 상대가 “어제 영화 보러 갔는데요”라고 하면 “갔는데요?”라고 묻고 “스파이더맨을 봤어요”라고 하면 “스파이더맨 보셨구나”라고 추임새를 넣어주는 거죠. 그러면 상대방은 내가 경청한다고 생각해서 호감이 생긴다고 그러더라고요. 뭐 그것만으로 상대의 마음을 살 수는 없겠지만 기본 점수는 먹고 들어간단 거지.


아니 겨우 연애 한 번 하고 결혼한 내가 뭐 연애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흐름이 잘 선 글을 쓰고 싶을 때 똑같은 수법을 쓰자는 겁니다. 앞문장에서 썼던 말로 뒷문장을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앞문장과 뒷문장의 내용이 이어지겠죠?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김고명은 포털 사이트에서 자기 이름을 검색했다. 검색 결과에 죄다 칼국수 만들고 떡국 만드는 얘기만 떴다. 칼국수를 만들 때 김고명을 넣기 때문이다. 김고명슬펐다. 슬퍼서 칼국수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별시답잖은 얘기지만 흐름은 쭉 이어지죠? 글을 쓸 때 이렇게 앞에서 썼던 말을 가져와서 쓰면 자연스러운 흐름이 형성됩니다. 아 물론 모든 문장을 그런 식으로 쓰면 군더더기가 붙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건 퇴고 단계에서 없애버리면 돼요. 아니면 앞문장과 반복되는 부분을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실제로 안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내가 연극 동호회 다닐 때 감정의 흐름을 이어가는 방법 중 하나로 배운 게 접속사 넣기예요. 가령 “네? 제 책의 판매량이 10만 부를 돌파했다고요? 그 정도는 당연히 예상한 결과 아닌가요?”라는 대사가 있다면 “네? (그러니까) 제 책의 판매량이 10만 부를 돌파했다고요? (아니 이보세요) 그 정도는 당연히 예상한 결과 아닌가요?”라는 식으로 대사를 치는 거예요. 괄호 안에 있는 말은 실제로 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생각만 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 대사가 더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접속사가 됐든 앞문장에서 썼던 말이 됐든 앞문장과 뒷문장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말을 꼭 실제로 쓰진 않더라도 마음속으로 말해보세요. 이 훈련이 잘 되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술술 읽히는 글을 쓰게 됩니다.


내가 그렇거든. 내 글이 다른 건 몰라도 가독성은 최고잖아? 인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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