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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Mar 27. 2024

어느 육아인의 자본주의적 소망




회사원들이 더럽고 치사해도 계속 다니는 건 월급날이 있기 때문이다. 월급 들어오는 날만큼은 행복하다. 그 맛에 또 한 달을 버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에는 응당 금전적 보상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육아는 예외다. 그냥 노동도 아니고 거의 항상 몸이든 마음이든 어느 하나는 지치는 중노동임에도 월급이 안 들어온다. 애 보다가 성질 버리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애 때문에 일을 줄인 경우에는 열이 더 뻗친다. 내가 그렇다. 일하는 시간 반으로 줄여서 애들 등하원시키고 저녁 차려 먹인다. 덕분에 일정을 맞출 수 없어서 거절한 번역 작업이 몇 건인지 모른다. 경력이 단절된 것까진 아니지만 막 치고 올라가야 할 때 정체되어 있다.


종일 일하고 애 보느라 하고 싶은 것을 거의 다 포기하고 사는데 돈이라고 버는 것도 쥐꼬리 만큼이다. 그러니 성질이 안 나겠나.


돈이 많으면, 그래서 돈을 안 벌어도 되면, 그래서 매일 일하지 않고 하고 싶을 때 재미 삼아 할 수 있다면 육아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덜할 것 같다. 애들 등원했을 때 일 안 하고 쉬면서 하고 싶은 거 하면 되니까.


그래서 오늘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불기 전에 빌었다. 연말에 비트코인 시세 10억 찍게 해 달라고. 그런다고 당장 내가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 숨통은 트일 것 같다.


나의 작고 귀여운 투자금이 우락부락한 짐승으로 자라나길,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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