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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나 Mar 14. 2022

나의 하루와 너의 하루를 맞바꿔 간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들

마흔이 넘은 지 벌써 두 해가 지났건만

아직도 하고 싶은 것, 읽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이 많은 편이다.


쉴 틈 없이 바쁜 일주일을 보내고 나면,

주말에는 소파에 널브러져 누운 채로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든 채 눈이 가는 페이지만 찾아가며 읽거나,

그러다 잠깐 눈이 피곤하면 초점 없이 티브이를 보며 멍하니 있고 싶을 때도 있다.


비가 오는 주말이면,

가볍게 샤워를 하고 나서 축축해진 몸으로 이불속으로 들어가 목까지만 이불을 덮은 채로

창문을 조금만 열고, 들려오는 빗소리와 함께 뒹굴 거리고 싶기도 하다.


그 하루.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이 보내는 하루처럼 보이겠지만,

지친 나에겐 필요한 그 하루가

지금의 나에게는 사치이자 꿈일 뿐이다.


사치와 꿈?

반대말은 비루한 현실일진대,

지금의 현실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행복해서 인지,

그 사치를 별로 바라지도, 원하지도 않는다.


식탁에 앉아 커피와 함께 책을 읽을라 치면

막둥이가 뒤뚱뒤뚱 걸어와 그저 아빠에게 안겨보겠다고

자기에게는 백두산보다 높게 느껴질 의자를  낑낑대면서 등반하면,

책의 어떤 재밌는 소절을 읽을 때보다 백만 배는 더한 웃음기가 입가에 지어지고,


잠시 뉴스를 보려고 티브이를 켜면,

이제 막 포켓몬스터에 입문한 첫째가

내 무릎에 머리를 살포시 기대며 리모컨을 슬쩍 가져간다.

그러면 어느새 사라진 나의 선택권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상 어떤 부드러움이나 촉감이 대체할 수 없는 아들 녀석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 로켓단과 싸우는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기쁨이 찾아온다.


사람이 하고 싶은 걸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게 되면

계속 마음 졸이고, 안타깝고 그리고 짜증도 나기도 한다.


그런데, 그 하고 싶은 일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반문해  필요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세상이 미리 만들어 각자에게 억지로 쥐어준

그 열망과 욕구가

과연 내가 정말 원한 것이고, 그것이 진리인 것일까?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오늘도 난,

나의 하루와 너희들의 하루를 맞바꿔 살아가며,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됨을 고마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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