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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ms Jul 23. 2021

S급 인재로 인정받는 '보고서' 작성 Skill 2탄

되도록 조직과 꼰대의 기준에 맞추고, 속도와 정확성으로 승부를 본다.

보고서 작성 어렵지 않다. 뭔가 직접 해보겠다고 굳이 나서고, 특별함, 화려함에 집중해봐야 욕만 먹는다. 보고서는 탄탄한 기본기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1.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좋다.

tvN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는 영업3팀 IT관련 자료들을 정리하라는 명을 받는다. 제 딴에는 어렸을 적 대국기록을 정리하던 로직을 활용하여 기존의 폴더, 파일 관리/저장 구조를 논리적으로 수정했지만 장그래에게 돌아온 건 PTSD였다...


초년생 입장에서 모든 게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그래가 바꾼 것은 영업본부 전체 인원이 오랜시간 사용하고, 익숙해져 있는 파일관리 형식이었다. 내 기준에서는 아무리 '이게 맞다' 싶어도 조직 관점에서는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었다. '보고서 형식'에 있어서도 그렇다.


나름대로 새롭게 고안한 형식과 패턴, 멋지고 화려한 디자인에 신경 써봐야 말짱도루묵이다. 보고서는 내 눈, 내 마음에 편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보고 받는 입장'에서 편한 게 중요하다. 그들은 수 년, 십수 년 동안 작성하고, 보고 받아왔던 보고서 패턴에 익숙하다. 구닥다리 PPT 포맷과 옛스러운 폰트의 교체는 '전사적 차원'에서만 변화될 수 있다. 회장님, 사장님의 지시로 회사 CI Renewal과 함께 모든 체계가 새롭게 정립되는 시점에서야 가능하다. 물론 그 때도 기본적인 보고서 작성 포맷과 폰트, 장평, 크기 등을 내가 정하지 않는다. 전사적 차원에서 통일된 표준양식이 제공될 것이다.


더 멋있게, 더 예쁘게 하겠다고 에먼 노력은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오히려 최근에 작성되었던 옛스러운 조선시대 서타일의 보고서, PPT 양식을 그대로 차용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안전빵이다. 꼰대 성님들이 특히 흡해하던 보고서 양식과 작성방식을 그대로 차용해라.


그리고, 보고서는 본래 형식 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내용물이 빈약할수록 포장에 더욱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여기는 화려함을 뽐내는 대학교가 아니다.



2. 내 뜻대로 보다는 네 뜻대로 써주자.


보고서 작성 시에는 에고(자아, Ego)를 없애는 게 물리적, 심리적 모든 측면에서 좋다. 내가 아무리 용을 쓰고 고민해서 보고서를 작성해가도 팀장한테만 가면 퇴짜를 먹을 가능성이 99%다. 내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사수, 팀장의 관점이 맞는 경우가 많다. 역으로 사수, 팀장 관점에서도 생각해보자.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더니 돌아가서 혼자 하루, 이틀을 꼬박 고민해서 마감 직전에 가져온 결과물의 방향성이 예상과 정반대이고, 내용도 엉망이라면?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인 상황이 된다.


보고 받은 보고서는 결국 보고 받은 자가 다시 자신의 상관에 보고해야 되는 자료가 된다. 즉, 그들은 웃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보고서 작성방식을 잘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을 좋아하는지, 어떤 구성을 원하는지, 어떤 부분을 파고드는지 등등. 때문에, 내 관점 보다는 사수, 팀장의 관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나뿐만 아니라 조직원들 모두의 시간과 멘탈을 효율적이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필자도 초반에는 나름대로 고민해서 이렇게 저렇게 보고서를 작성해 보았으나 결국 차장, 팀장 앞에 대령하는 순간 빨간펜으로 난도질 당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다. 미팅이 끝나면 항상 지시한 사람에게 방향성을 확인했다. "과장님, 그러니까 고수익 카드 출시가 목적인데 소득수준 기준으로 고객군 별 매출, 수익성 분석을 진행하고, 상위 소득고객들의 주요 소비패턴을 분석하라는 말씀이시죠?", “아 이번 문제원인분석 작성할 때 저희 쪽은 기한 내 수행한 테스트내역과 결과를 명확하게 보여주는데 집중하라는 말씀이시죠?” 내가 잘못 알아듣지는 않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뭐라고 할 시 ‘응, 니가 쓰라는 대로 썼으니까 니 책임’ 스킬도 시전 가능하다.


뭐 그러면 무조건 까라는 대로 까라는 소리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먼저, 정해진 기준과 틀 안에서 내용으로 승부를 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첫 번째 메시지다. 두 번째로, 내 관점과 생각도 중요하지만 보고서의 작성 목적을 생각했을 때 윗사람들이 생각한 방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점검하면 불필요한 삽질과 추후의 멘탈붕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세 번째로, 윗사람들의 작성 지시 이면에 숨겨진 보고서 작성의 참의미를 깨닫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앞선 사례를 생각해본다면 제품테스트 단계에서는 문제가 없었고, 생산단계에서의 문제가 명확하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생산단계의 문제라고 꼬집게 되면 자칫 본부 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때문에, 우선은 우리 본부가 다치지 않는 선에서 우리의 귀책이 없음을 명백하게 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이후의 과실에 대한 논의는 생략하는 것이 좋은 보고 전략이 될 수 있다. (누군가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나를 지키고, 그러면서도 원하는 일을 원활하게 수행해낼 수 있는 '적을 만들지 않는 절묘한 줄타기'가 중요하다…)


어차피 위로 올라갈 보고서, 상관이 원하는 작성의도, 보고서 구성, 흐름, 디테일 대로 맞춤형 보고서를 써주자. '속도'와 '정확성'만으로도 그들은 매우 흡족해 할 것이다.



3.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수시로 점검 받아라.


대학생들은 무언가를 남몰래 열심히 준비해서 짠하고 놀라게 해주고 싶어하는 습성이 있다. “어우~ 나 시험공부 하나도 안 했는데 어쩌나 모르겠어~”, “넌 이번 과제 잘 돼 가? 나 정말 어질어질 하네 ㅠㅠ” 하다가도 결과물을 내는 날만 다가오면 깜짝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을 즐긴다. 물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누가 왈가왈부 참견하는 것도 싫고, 굳이 내 전력을 노출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작용했을 것이다. 나도 워낙 누구의 간섭을 받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의 서프라이즈는 필패다. 기본적으로 회사에서는 뭔가 몰래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옴사원, 잘 되어가?”, “정말 안 봐줘도 괜찮겠어?”, “정말 잘 되고 있다고?”라는 질문은 ‘우리는 너가 뭘 하고 있는지 너무 두려워, 제발 얘기해주면 안 될까?’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회사에서의 시간은 곧 금이고, 돈이다. 나름대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골똘히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관점을 제시해보고 싶다는 마인드는 ‘대학생 마인드’다. 회사는 함께 일하는 곳이고, 내가 하는 일은 조직, 팀의 방향성과 일치해야만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나한테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고서는, 자기 일이 바빠 마감 직전까지 신경 조차 쓰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다가 열심히 보고서를 작성해가면 그제서야 버럭하기 시작한다. “아니, 옴사원 대체 지금까지 뭐 한거야!? 이제와서 이렇게 써오면 지금 어쩌자는 거야??!!!!” 공황장애가 오는 순간이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는데 욕은 욕 대로 야무지게 먹는 뭐 같은 순간이다.


때문에, 우리는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사수나 팀장으로부터 수시로 점검 받는 게 좋다. 내가 엇나가고 있지는 않은지, 방향은 제대로 맛는지, 느그들 입맛에는 맞는지를 말이다. 귀찮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참 삽질을 하고 난 다음에 방향이 틀렸으니 다시 하라는 지시를 받을 때의 참담한 심정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나 그들이나 서로의 윈윈을 위해서는 불편함과 귀찮음을 무릅 쓰는 게 차라리 낫다. 그리고, 도대체 그들이 원하는 방향성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는 대놓고 얘기하는 것도 스킬이다. “차장님, 어떤 식으로 작성하라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급한 보고서 같은데 제가 괜히 잘못 쓰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죄송한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방향 좀 잡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한숨을 푹 쉬면서 빨간펜을 들고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려줄 것이다. 나는 자리로 돌아가 열심히 색칠만 해오면 된다.


서프라이즈는 남몰래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남몰래 이직준비를 해서 퇴사를 통보할 때 정도면 충분하다. 나의 업무과정은 되도록 투명하게 윗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게 좋다. 내 업무가 투명해지는 만큼 그들의 부담과 책임은 올라가고, 나의 부담은 낮아질 것이다. 난, 속도와 정확성만 신경 쓰면 된다.



4. 비교자료 제시가 중요하다.


회사생활은 항상 새로운 문제, 이슈의 연속이다. 어쩔 수 없다. 현재는 시간이 지나면 과거가 되고, 지속적인 변화 없이 회사와 조직은 경쟁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새로운 이슈라고 하더라도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기준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과거의 이력, 데이터를 제시해줄 수 있다. 100% 똑같지는 않더라도 유사한 성격을 가진 과거 프로젝트나 이력들을 중심으로 비교 수치를 최대한 제시해주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최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비교해볼 수 있도록 다양한 기준을 제시해주고, 한 눈에 비교하기 쉬운 형태로 보고서를 작성해주면 좋다.

신규 프로젝트 입찰을 위한 보고서 작성 사례다. 공사의 주요내용과 함께 과거 수행했던 공사의 주요 실적을 1차적으로 정리해주고, 하단에 각 공사 별 톤당 생산납기와 톤당 견적가를 정리해줌으로써 Utopia 프로젝트의 적정 공사규모나 견적가를 예상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줬다. 수주영업 업무 기준의 사례이지만 개발부서에서는 과거 개발 프로젝트 별 투입비용, 개발기간, 난이도, 개선효율 등의 수치를 직접비교 해줄 수 있을 것이며 상품기획 부서에서는 과거 자사제품이나 경쟁사 제품의 가격, 스펙 등을 비교 기준으로 제시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보고 목적에 맞게 어떤 비교 데이터가 필요한지 생각해보고, 어떻게 정리하면 보다 한 눈에 비교가 용이하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자.



5. 버전 관리가 필수다.


팀장의 입맛대로 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렸다고 끝이 아니다. 전제와 가정이 바뀌는 순간 호떡 보다 쉽게 뒤집히는 게 보고서다. 처음에는 마진율 15%로 신규상품을 기획했으나 임원보고 후 마진율을 10%로 낮추고 신규고객 확보에 전념하는 전략으로 가기로 했으니 보고서를 수정해오라고 한다. 이제 끝인 줄 알았다면 오산 이다. 마진율을 5%로 했을 때 버전을 추가로 요청했다가 이후에는 아예 5, 10, 15% 마진율 별 비교표를 만들어 보자고 한다.


실제로 보고서를 쓰다 보면 이런 상황은 너무 빈번하다. A로 하자고 해서 A를 주면, B와 C가 보고 싶다고 하고, B와 C를 주면 다시 A를 보자고 한다. 때문에, 하나의 파일에 전제와 조건 바뀔 때 마다 덮어쓰기를 하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전제나 조건이 바뀔 때 마다 파일명을 바꿔 새롭게 저장해놓는 게 중요하다. 윗분들의 오락가락에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먼 미래에 갑작스럽게 "옴사원, 우리 지난 번에 Utopia 프로젝트 유사 견적 비교 했던 거 있지 않나?"라는 대응에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210722 아이스 핫도그 판매계획 (기본구성)

210722 아이스 핫도그 판매계획 ver1 (기본, 마진률 15%)

210722 아이스 핫도그 판매계획 ver2 (소스추가, 마진률 5%)

210722 아이스 핫도그 판매계획 ver3 (소스추가, 마진률 15%)

210722 아이스 핫도그 판매계획 ver4 (기본-소스추가, 마진률 5-15% 별 비교표)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그들은 내가 이전 버전을 저장해뒀는지, 안 해뒀는지 관심 없다. 그냥 말하면 바로바로 가져오는 줄 알고 있을 뿐이다. 초안 보고서 올려 놓고, 끝났다고 안도했다가 나중에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전제와 조건을 바꿀 때 마다 모든 버전을 착실하게 저장해두자. 손바닥 뒤집듯 이전 보고서를 찾는 꼰대들의 요청에 스무스하게 대처해보자.



옴스



http://blog.naver.com/dard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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