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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Aug 20. 2023

하루 죙일 걷는 사람


성시경 먹을 텐데에서 '하정우'라는 영화배우가 나왔다.

술도 멋지게 드시고, 유쾌하시고, 쾌남 같았다.

대화 중에 '걷는 것'에 대해서 말을 많이 했다.

조금만 검색해보니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에세이를 쓰셨다.

바로 도서관에 책이 있는지 검색했다. 있다!

곧장 도서관으로 가서 빌렸다.



'걷는 것'을 중심으로 쓴 에세이지만 하정우 본인의 생각이 담긴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책이었다.

좋은 문장도 가져와보고 관련해서 나의 생각도 기록에 남겨본다.

일단 일반인과 조금 다르게 하정우님은 쫌 빡세게 걷는다.

50분 걷고, 10분 휴식한다고 해도 3시간, 4시간씩 걸을 때도 있고,

40km, 심지어는 80km남짓도 걸었다.


이렇게까지 걷는 건 좀 아닌 것 같고, 하정우님은 왜 그렇게 걷는 것에 미쳐있을까? 궁금해졌다.

577프로젝트라고 '다큐'가 있다.

하정우님이 본인이 걷는걸 좋아하니 지인들을 꼬셔

서울에서 해남까지 577km 걷는 계획을 세운다.

가는 길을 촬영까지해서 세상에 선보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577km를 다 걷고 정말 행복하고 기쁠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너무 기분이 다운되고 우울하고, 기운이 없어서

뒷풀이도 참가를 안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깨달았다.


'걷기가 주는 선물은 길 끝에서 갑자기 주어지는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내 몸과 마음에 문신처럼 새겨진 것들은 결국 걸어가는 길 위에 있었다.

길 위의 매 순간이 좋았고, 길 위에서 많이 웃었다'




우리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중에는 형편이 나아지고, 세월이 지나면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꿈과 희망은 작아지고 결국 포기하고 만다.

하정우님은 말한다.


어차피 끝에 가서는 결국 아무것도 없다. 하루하루 즐겁게 걷고,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에

사람들과 더 많이 웃고 떠들고, 농담하면서 살고자 한다고..



본인도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부산역부터 서울까지 '국토대장정'을 했었다.

도착하고나서 인생의 큰 변환점이 오길 바랐다.

획기적으로 바뀐 인생을 꿈꿨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고, 남은 것들은 흉터와 통증뿐이었다.

그 끝에 대단한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중간중간 가는 길에

잠시 샛길로 빠져서 옷 다벗고 계곡에서 놀았던 것.

돈이 모자라 밥을 구걸한 것.

공원에서 침낭에서 오들오들떨면서 잤던 것들이었다.



'길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길 위에서 만난 별것 아닌 순간과 기억들이

결국 우리를 만든다'



하정우님은 그림도 그린다.

이미 각종 갤러리에 전시를 한 이력도 많다.

그림을 그리다 하정우님이 또 깨달은 것이 있다.

갤러리에 전시가 잡혔는데

영화 일이 너무 바빠서 원래 약속했던 그림을 못채웠다고 한다.

남은 기한은 30일 남짓이고 그려야할 그림은 20개가 넘었다.

뭐 어떡하랴. 약속인데..! 잠도 안자고 한달동안 내리 스무작품을 그렸다고 한다.

체중은 15kg이나 쪘지만 그래도 20개를 다 그렸고, 정상적으로 전시회를 가졌다.

하지만, 그렇게 그리고 나니 별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말한다.


'어중간한 그림 열 점을 늘어놓았을 때보다 나를 닮은 그림 한 점이 완성되었을 때, 기분이 좋다'

자신이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걷고

자신의 속도대로 걷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연예인, 예술인들은 직장인과 다르게

아침 느지막히 일어나서 여유롭게 일과를 즐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배우나 예술인들은 직장이이나 운동선수처럼 규칙적인 일상을 산다고 한다.


'예술가의 삶은 단 한순간 불타올랐다가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다. 

내가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오랫동안 연기하고 영화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 어느 날은 기대 이상의 작품이, 어느 날은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결과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작업해나가는 것이다'



하정우님은 걷기를 통해서 인생의 중심, 코어를 잡는듯 보였다.

결국 그렇게 단련된 근육들이 일상을 지탱해주어

더 좋은 작품, 더 좋은 인생을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걷기란 그런것이었다.

당연히 하정우님에게도 그런 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눈을 떴을 때 온 몸이 천근만근으로 느껴지는 그런 날 말이다.

그럴때일수록 일단 일어나려고 한다.



'몸이 무거운 것이 아니라 생각이 무거운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일단 운동화를 신거나 집에 있는 런닝머신 위에 걸터 앉는다고 한다.

이렇게 작은 시작을 바탕으로 습관을 들이면 걷는게 쉽다고 한다.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멋진 말이다.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

생각만으로 가득차서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일단 나가서 걷는다. 신기하게 걸으면 생각들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생각들이 정리되고 머리도 차가워진다.

걷는 것에는 그 자체로 힘이 있는 것 같다.


책에서 본 하정우님은

연기를 하고, 영화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하는 힘은 '걷기'에서 얻는 사람이었다.


책을 읽자마자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가서 걸었다.

한 시간가량 걸었는데 발이 욱씬욱씬했다. 생각보다 걷는것도 쉽지 않았다.

독서, 운동은 평생 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다. 나만 그런게 아니다.

바쁘다고 변명하기보다 일단 나가서 또 걸어볼 생각이다.

걷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걷기도 많이 걷고, 웃기도 많이 웃고,

길의 끝에서 거대한 행복이 숨어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길 위에서 행복하면 좋겠다.


결국 핵심은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순간을 놓치지 말고 오늘 행복하게, 충만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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