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돌아오는 생일이 특별히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년 받던 축하를 안 받게 된다면 그것도 서운할 것 같다. 5월은 가족의 달이기도 하지만 생일이 있어 여러모로 바쁘다. 사실 안 바쁘다. 좁디좁은 인간관계의 소유자라 바쁜 척 할 뿐. 생일이라 해도 케이크는 없다. 마음을 담은 형식적인 축하가 의미있는 건 케이크를 사고, 초를 켜고, 노래를 부르고, 불을 끄는 과정이 번거롭지 않은 나이까지다. 케이크는 맛있지만 밖에서 할 경우 뚜벅이들은 (케이크가 남을 경우 - 거의 없긴 하다) 번거롭게 들고 다녀야 하며, 집에서 할 경우 남아도는 홀케이크가 처치곤란(좋아하는 맛이 아닐 경우)해 난감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생일도 케이크 없이 봉투만 거둬들이고 있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음을 담은 돈만큼 강력한 건 없어 보인다. 여기에 숟가락을 얹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것은 마케팅의 일환으로 생일 쿠폰을 쏘는 업체들이다. 대표적으로는 스타벅스가 있고 아띠제도 생일 쿠폰을 쏜다. 그래서 회원 가입만 잘 해놔도 공짜로 커피 두 잔은 마실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5월은 봄과 여름 옷을 같이 입는 일교차가 다소 있는 계절이다. 옷의 필요성을 막 느끼게 하는 계절인데 가입되어 있는 의류 회사와 쇼핑 플랫폼에서도 생일 쿠폰을 주었다. 한곳은 5,000원 할인 쿠폰, 한 곳은 무려 20% 할인 쿠폰. 이렇게 되면 안 살 옷도 뭐 살 게 없나 둘러 보는 게 사람 심리다. 그래서 열심히 뒤져 장바구니에 넣어놓고는 결제는 미루는 중이다. 나를 위해 구매는 가능하지만 마케팅 상술에 휘둘리기는 싫은 40대. 오늘 비만 안 왔으면 코천이 데리고 스타벅스까지 가서 폼나게 무료 쿠폰으로 커피 한 잔 주문해 마시는 건데 비가 와서 글렀다. 쿠폰 기한이 15일 남았으니 아끼다 똥 만들지 말고 열심히 머리를 굴려 언제쯤 마시면 좋을지 정해야겠다. 그나저나 공짜 쓰려면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야 하는데 이런 스트레스가 머리카락을 빠지게 하는 요인이 아닌가 잠깐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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