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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un 17. 2024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김해로 강의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가 시간이 맞아 같이 다녀왔는데 T인 나보다 F인 그녀는 사람들의 친절함에 쉽게 감흥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함께 하는 나도 덩달아 사람들의 친절함에 빠지게 되었다. 내가 김해에 먼저 도착해 혼자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가고 싶었던 식당이 맛집이라 1인을 받을지 몰라 전화를 했다. 예약이 다 차서 죄송하다고 했고 그러려니 했다. 말투나 어감이 부드럽긴 했지만 가고 싶었던 식당이었기에 친절 여부보다는 플랜 B를 찾아야 한다는 실망감이 앞섰다. 하지만 웬걸! 나보다 1시간 늦게 도착한 친구는 그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고 사장님의 친절함에 감동받았다고 했다. 자세한 에피소드를 말해줬으나 금방 까먹었는데 이후에 방문한 근처 카페 사장님도 너무 친절해서 이 여행이 만족스럽기 시작한 듯 보였다. 나는 호텔에서 친절함을 느꼈는데 1시 체크인인데 일찍 가는 바람에 12시에 도착했다. 시티뷰의 방은 입실이 되나 평야뷰는 1시나 되어야 가능하다고 했고 고민 끝에 그냥 시티뷰로 입실하기로 했다. 안내받은 층수에 갔더니 직원분들이 청소를 하느라 평야뷰 방문을 다 열어놨더라. 앗. 초록초록한 풍경. 놓치기 너무 아까웠다. 다시 백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혼자 ‘진상! 진상!’을 읊조리며 컨시어지 직원분께 미안한 웃음을 장착, ’평야뷰를 봤더니 평야뷰에 묵고 싶어졌다. 죄송하지만 기다렸다 체크인하겠다‘ 했더니 괜찮다고 바꿔드리겠단다. 그 뒤로 친구와 만나 이 친절함의 요인을 분석해봤는데 말투와 화법에 있었다. 보통 ‘네’하면 될 것을 김해에서는 ‘그럼예~’로 바꿔 말하고 있었으며 대부분의 화법이 이처럼 거절이든(사실 거절당한 건 거의 없지만) 긍정이든 부드럽고 기분좋게 표현되고 있었다. 사람을 응대하는 직업의 디폴트값이 친절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친절하면 기분 좋다. 그리고 영향을 많이 받는 친구와 함께여서 그런지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혼자였다면 친절하시네? 하고 말았을 것 같기도…) 그리고 그 억양이 계속 귀에 맴돌았다. ‘그럼예~’ 이건 내가 이렇게 말해야 상대방이 기분나쁘지 않고 부드럽게 듣겠지?의 의식적인 화법이 아닌 그냥 그 지역 사람들의 화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화법을 구사하는 사회에선 시비나 싸움도 적게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이번 여행이 즐거웠던 이유 중의 5할은 김해 분들의 친절함에 있다고 감사함을 전해본다.


* 덧: 최근 운동하는 곳 목욕 시설의 여사님이 새로 오셨는데 그 분 역시 기분 좋은 친절함이 몸에 밴 분 같았다. 운동하러 가서 인사했는데 ‘더우시죠?’라며 인사하시는. 난 누구에게도 그런 인사를 해 본 적이 없는데 말이지. 물론 택배 기사님께 가끔 더위 조심하시라고 문자하기는 하지만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기분좋은 화법은 쉽게 장착되기엔 어려운 능력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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