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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un 18. 2024

매운 라면이 먹고 싶어서

신라면을 샀다. 원래 난 진라면 매운맛파지만 가끔 삶에서 변화를 주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오늘이 그런 날이다. 라면을 자주 먹지 않고 또 같은 라면은 쉽게 질려서 묶음으로는 잘 사지 않는다. 사는 김에 오징어 짬뽕이랑 불닭볶음면도 샀다. 매운 게 땡길 때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다. 알게모르게 쌓인 스트레스를 매운 맛으로 날리고자 하는 본능이 매운 맛으로 이끄는 것인데, 매운 낙지도 있고 매운 닭발도 있는데 왜 하필 매운 라면이냐. 긴축재정하느라고 그렇다. 앞의 두 가지 음식이 비싼 음식은 아니지만 내 스트레스의 주원인이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먹고 싶은 걸 다 해서 인 것 같다는 결론이라 그 반대의 스탠스를 취하기로 했다. 하고 싶은 건 적당히 참고, 먹고 싶은 건 많이 참는. 그나마 다행인 건 매운 라면을 먹을 뿐이지 폭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40대를 넘긴 후부터는 폭식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커피를 사랑하는 인간이라 위랑 장을 보호하려면 폭식 정도는 자제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신라면에 파송송 계란탁, 청양고추 2개만 썰어 넣었다. 여기서 반전은 국물을 거의 남기지 않았다는 점인데 청양고추를 2개나 썰어 넣었지만 땀은 흘리지 않았다. 난 역시 매운 음식을 잘 먹는다. 그래서인지 배만 부르고 기분은 여전히 별로다. 주변인들이 행복하면 좋지만 그들의 행복이 안정적일수록 나의 불안정감이 크게 보인다. 문제는 나의 불안정감이지 그들의 행복이 아니다. 그걸 알기 때문에 이런 감정이 들 때마다 내 삶의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삶이란 너무 멀리 있다. 그들이 그들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현재의 삶을 누리고 있다는 걸 안다. 나는? 열심히 살지 않았다. 그러니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아가야 한다. 현재의 삶은 내가 만들었다는 것.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살면 된다. 너무 늦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어쩌랴. 꿈이 아닌 삶은 살아내야만 하는 것.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일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함께 노래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꿨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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