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Jun 13. 2024

선택에 대한 과도한 무게

’타일러 볼까요?‘라는 타일러의 유튜브를 구독 중이다. 학력이 좋은, 많이 배운, 외국인이 보는 한국과 한국의 특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번 콘텐츠는 선택에 관한 것이었다. 타일러가 인생을 결정짓는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한국어 선생님께 상담을 받았는데 그 선생님이 하는 말이 ‘무엇을 선택하든 괜찮다’에 가까운 뉘앙스였단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곧 이해가 되더란다. 누가봐도 A라는 길과 B라는 길이 극명하게 달라보이고 A라는 길을 선택하면 B라는 길을 가보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어떤 것을 선택하든 결국엔 마음에 남아 있는 길로 돌아오게 되어있다는 말이었다. 나 역시 내 일을 하면서 선택보다 선택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실제로 퍼스널 스타일링 쪽으로 가기 위해 끼웠던 첫 단추가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인생 꼬였다고 생각하면서도 플랜 B를 도모했지 내가 한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오래 전 지방대를 다니는 학생을 상담한 적이 있는데 그 학생은 인 서울의 이름있는 학교에 갈 실력이었으나 수능을 망쳐서 지방 국립대를 가게 되었고 인생 망한 스탠스로 친구도 사귀지 않고 지방대에 다니는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한국은 학벌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학교에 다니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기로가 꽤 많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므로 어린 시절부터 선택에 대한 무게감이 다른 나라와 같지 않다. 그래서 자녀 교육에도 그렇게 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모의 한 번의 선택이 자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깊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100% 맞는 말일까? 좋은 선택을 하게끔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 자체보다 선택을 한 후의 일에 대해 어떤 책임감을 갖고 어떤 태도로 임하는지가 인생의 방향을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데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한 번의 선택으로 인생이 성공하고 망하는 프레임은 너무 가혹하다. 아마 ‘이번 생은 망했어’ 같은 우스개?(우스개일까) 소리도 한 번의 선택으로 쉽게 인생의 결과를 예측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은 아닐런지. 타일러는 인생에서 중요한 건 선택으로 인해 만들어진 점들의 분포도라고 말한다. 우리가 하는 무수한 선택들은 직선을 만들게 되어 있고 그 선이 가는 방향은 랜덤처럼 보였던 선택들이 만들어내는 인생의 큰 줄기라고.(정확히 이렇게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내가 이해한 뉘앙스로는) 스티브 잡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선택은 점이고 그 점이 모여 만들어진 선이 인생을 만들어가는 거라고. 선택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선택에 과도한 무게를 부여하는 건 인생이라는 큰 흐름을 미시적인 관점으로만 살아가는 것이다.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은 충분히 하되 하나를 선택했다고 나머지를 버려야 한다는 생각은 접어두길 바란다.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마음 속에 담아두다 보면 언젠가 그 길을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할 거라 생각한다.

이전 13화 밀키트 콩국수 레시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