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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un 12. 2024

밀키트 콩국수 레시피

콩국수를 먹기 전엔 날이 더워지면 냉면 생각이 먼저 났다. 하지만 콩국수를 먹기 시작한 지금은 날이 더우면 콩국수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그래서 30도에 육박한 오늘, 저녁은 콩국수로 정했다. 콩국수를 좋아하니 콩국수가 메뉴로 있는 집을 찾아가며 콩국수 취향을 알아갔다. 개인적으로 묽은 것보다 진한 것을 좋아하고 너무 꾸덕한 것보다는 적당히 걸쭉하고 부드러운 게 좋다. 콩국수를 먹기 시작한 건 30대 후반부터다. 20대에 한 번 먹을 일이 있었는데 우유같은 비주얼이 맛도 비릴 것 같아 도저히 시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간의 입맛이란 오묘하게도 나이가 들면 변하는 법. 혼자 살 때 갑자기 콩국수가 먹고 싶어 검색해 간 콩 맛집의 콩국수는 딱 내 취향의 별미였고 같이 주문한 고추튀김은 극강의 맛 짝꿍이었다. 고소하고 담백한 아이는 느끼하고 바삭한 아이와 잘 어울리는 법. 서로에게 없는 맛을 채워주고 각자의 맛을 더 극한으로 느끼게 해줘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 이후로 몇 번 다른 가게에서 콩국수를 먹게 되었는데 백태(노란콩)를 사용하는지, 서리태(검은콩)를 사용하는지 소면을 사용하는지, 중면을 사용하는지, 메밀면을 사용하는지 여부만 다를 뿐 맛이 없었던 콩국수는 한 번도 없었다. (그런 거 보면 웬만한 콩국수는 그냥 다 맛있는 거 아닐까 하는…) 하지만 9,000원(요즘은 10,000원)의 콩국수를 자주 사먹는 건 확실히 부담스러운 일. 좀 더 저렴하게 콩국수를 자주 먹을 수 없을까 하고 알아보니 콩물을 팔더라. 콩국수를 파는 가게는 물론 동네의 두부 전문점에서 콩물을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밀키트 콩국수 레시피! 왜 밀키트냐. 직접 하는 건 없고 완성된 제품의 조합으로 만들거덩. 헤헤헤- 준비물은 콩물, 비빔면이다. 국수를 삶아서도 먹어봤지만 생각보다 비빔면의 얇은 면발이 콩물과 잘 어울린다. 비빔면의 소스는 어떻게 하냐고? 뭘 걱정이셔.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골뱅이 무쳐 먹으면 되지. 그렇게 비빔면 한 봉지와 동네 두부 전문점에서 구매한 백태 콩물 500ml(3,500원 - 서리태는 5,000원)를 잘 담아주면 그럴싸한 콩국수 완성! 이 때 주의할 점은 소금을 넣은 뒤 휘휘 저어 잘 녹여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소금이 녹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걸 반쯤 먹고 나니 입안의 짠맛으로 새삼 깨달았다. 콩국수를 좋아한다면 비빔면으로 만들어 먹어보길 세상의 요똥(요리 똥손)들과 요귀(요리 귀차니스트)들에게 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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