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자주 시켜먹지는 않지만 비가 많이 오는 날은 특히 배달을 자제한다. 날씨에 영향을 받는 배달의 특성상 비오는 날 배달은 사고(배달 사고가 아닌 교통 사고)의 위험도가 올라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비오는 날 매출이 떨어지는 것보다 매출이 올라가는 게 더 좋은 자영업자나 배달기사님의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굳이 그런 생각까지 안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그래서 찾아봤다. 비 오는 날의 배달비는 할증이 붙을까? 붙는 가게도 있고 안 붙는 가게도 있단다. 그리고 쿠팡, 배민 등 어떤 플랫폼을 이용하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것 같다. 한 건당 돈을 벌 수 있는 배달업 측면에서 '궂은 날씨에는 일이 없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는 편협한 생각이다. 하루이틀이 아닌 1,2주 계속되는 장마에 몸을 사리기 위해 배달을 하지 않으면 고정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고정 수입의 필요성을 생각하면 배달업이든 뭐든 결국 매일 출근할 수밖에 없다. 폭우와 폭설에 항공기는 결항되지만 폭우와 폭설에 일반 버스와 좌석 버스는 배차가 느려질지언정 아예 운행을 중단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장마 시즌에 배달을 시키냐 마냐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지 배달 기사님의 안위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자칫 오만한 생각일 수 있다. 그런 접근이라면 어차피 사고의 위험도를 줄이고 싶은 기사님들은 궂은 날씨의 출근은 자제할 것이며 출근하는 기사님이라 하더라도 몸이 곧 재산이므로 다른 날보다 특별히 조심조심 운전할 것이다. 그렇게 위험도를 줄이고 싶은 소비자와 아닌 소비자로 인한 수요와 알아서 자신의 안위를 챙길 배달기사님의 공급이 맞물려 비오는 날의 배달 시스템이 적절히 유지되는 것은 아닐런지. 그러니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걱정에 기반한 죄책감은 덜어두고 자영업자와 배달 기사님의 매출을 올려주는 것에 일조하는 것이 어쩌면 그들의 안위를 위하는 진정한 마음이란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나는 비 오는 날에는 배달을 시키지 않는다. 그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이든간에 한 건의 배달료보다 폭우를 뚫고 오는 그들의 안위가 더 신경(내가 그 오만한 사람이다)쓰이기 때문이다. 맑은 날이나 비오는 날이나 배달 음식은 다 맛있겠지만 사고의 위험이 다소 적은, 마음이 조금 더 편한 날에 시켜먹는 것이 나는 좋다. 다양한 사람의 선택이 모여 노동과 소득의 발란스가 잘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