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내가 커서 누군가를 가르치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의례적으로 조사했던 장래희망에서도 만화책 '굿모닝 티처'에 한참 빠졌을 때만 선생님을 적어냈을 뿐, 진심으로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적은 없다. 수강생들이 쌤으로 불러주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솔직히 지금도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수업을 하지는 않는다. 어쩌다보니 어른과 아이들 둘 다 가르치고 있는 셈인데 무언가를 할 때 아이덴티티를 정립해놓고 해야 마음이 편하므로 가르치는 이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 생각해본 적이 있다. 선생님마다 직업관이나 일을 대하는 가치관이 있듯이 나 역시 가르치는 입장은 어때야 하는가라는 기준을 품고 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분야 외에는 다소(많이로 쓰려다가 바꿈) 무식한 사람이라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선생님의 기준에는 많이 못 미친다. 그래서 모르는 것은 인정하고 배워서 가르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실제로 수업 시간에 수강생이 무언가를 물어봤을 때 명쾌하게 답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알아와서 다음 시간에 알려준다. 나 또한 수업을 진행하고 피드백을 하면서 모르는 것은 새로 배워서 알려주는 입장이기에 수강생이 무언가를 물어봤을 때 유창하게 설명하는 해박한 멋은 없어도 아는데까지만 알려주고 공부해와서 다시 알려주는 소박?한 맛은 있는 것이다. 나는 나의 스탠스를 그렇게 정하고 있다.
1. 내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 않으며 모르는 것은 공부해서 알려주면 된다.
2. 가르치는 분야에 대해서 내가 좀 더 경험이 있는 건 맞으나 정보의 전달과 함께 스스로 깨우치고 성장하게 하는 법이 더 중요하다.
3. 성장을 위해 적정의 스트레스는 불가피하다. 과제를 주되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개인별 피드백을 조절한다.
그래서 하고자 하는 이들만 가르치는 게 좋다. 본인의 의지가 아닌데 참여하는 사람의 태도는 어쩔 수 없이 소극적이고 강사의 심기(하지만 티내지 않는 자가 위너)를 건드리게 된다. 강사와 선생님은 약간 다르긴 하지만 나는 확실히 퍼포먼스에 강하면 유리한 강사보다는 수강생과의 교감(하지만 T라서 교감을 깊이 하지도 않는 게 반전)이 중요한 선생님이 기질에는 더 맞아 보인다. 나는 계속 가르치는 사람이 될 것인가? 단어를 선택할 수 있다면 '가르치는'보다는 '성장시키는'이 더 좋다. 타인을 성장시키는 일이 적성에 잘 맞기에 그 일은 계속할 것 같다.
* 9일 글을 올리지 못해 이 글은 9일 글로 대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