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책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의 미리보기 글입니다.
현재 YES24 혹은 메이저 온오프라인 서점 등에서 구입 가능합니다.
2015년 골드만삭스의 CEO인 로이드 블랭크 페인(Lloyd Blankfein)이 파격적으로 선언한 말이다. 월스트리트의 상징이자 금융회사의 대표격인 골드만삭스가 IT회사라니 세계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골드만삭스의 직원 중 이미 3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는 테크놀로지 부서가 9,500명에 달하는데 세계 최대 IT회사인 페이스북이나 아마존만큼이나 많은 숫자이다. 2017년에 CFO가 된 마틴 차베스(Martin Chavez) 부사장은 실리콘 밸리에서 스타트업을 하던 사람이다. 기존의 재무 회계 중심의 인물이 CFO를 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충격적인 인사다.
골드만삭스는 전면적으로 IT와 인공지능과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머신러닝으로 대출 받을 만한 사람에게 연결을 시도하는 마르커스 닷컴을 인수하였고 기존의 뱅커들이 하던 자료 조사를 대신해주는 인공지능 켄쇼도 도입했다.
고객에게 거래 요청을 받아서 집행을 해주던 600명의 트레이더는 모니터링을 하는 단 2명만 남게 되었고 모두 알고리즘들로 대체되었다. 이들은 테크놀로지 부서에 소속된 알고 트레이더들이 관리하게 되었다.
거대 헤지펀드인 블랙록 또한 자신들의 펀드 매니저들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고 있다. 보험 회사, 신용카드 업체, 컨설팅 회사들도 인공지능 분석을 도입해 맞춤형 설계를 해주거나 위험 상황을 탐지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퀀트 업계에도 불어왔다.
수학자에서 물리학자로, 그 후 금융 공학자에서 네트워크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공학자로 옮겨갔던 퀀트의 흐름은 이제 데이터 과학자와 인공지능 전문가로 옮겨가고 있다.
기존의 퀀트는 다양한 통계적 지식과 시장에 대한 경험 그리고 재무적 지식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여러 가지 알고리즘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어차피 기계가 학습을 통해 알고리즘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데이터를 능숙하게 다루며 복잡하고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가 더 필요하게 된 것이다.
데이터의 종류 또한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현재 많은 회사들이 새로운 알파를 찾기 위해 대안 데이터(Alternative Data)를 도입하고 있다. 대안 데이터란 기존의 금융회사들이 적극 이용하였던 시장 데이터, 즉 가격, 거래량, 시간, 호가, 거래 참여자 같은 것들이나 요인들인 재무제표, 수익, 현금 흐름, 산업, 시가 총액 등이 아닌 데이터를 말한다.
앞서 말한 소셜 네트워크 데이터, 뉴스 데이터는 물론이고 여행객 숫자, 택배의 배달량, 농작물의 건강도, 인재의 이직 경향, 보험 가입률, 광고 지출 등 특이한 데이터들을 의미한다. 이렇게 데이터마저 복잡해지니 데이터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역할이 점점 더 커졌다.
입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잘못 가공된 데이터를 입력하면 엉뚱한 알고리즘이 만들어지고 이는 거대한 손실로 이어진다. 데이터의 처리가 미흡하거나 오류가 많으면 사실과 전혀 다른 판단을 하는 인공지능이 만들어지고 데이터 과학자의 다양한 심리 편향이 인공지능 안에 녹아들게 된다.
게다가 앞으로는 단순한 숫자 데이터 이외에도 텍스트, 이미지, 음성, 동영상 등 비정형 데이터나 날씨, 위성 사진과 같은 다차원 데이터도 분석을 시도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의 전문가가 곧 수익률 좋은 알고리즘을 만드는 원천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러한 변화로 퀀트 회사들은 데이터 과학자와 시스템 엔지니어 그리고 인공지능 설계 전문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투시그마는 이미 퀀트 헤지펀드나 투자 회사라는 이름을 버리고 ‘빅데이터 전문 인공지능 기업’이라고 회사 소개란을 바꾸었다. 시타델은 억대 상금을 걸고 세계 18개 학교에서 데이터 분석 대회를 열기도 했다. 대회와 상금을 통해서 데이터 과학 인재들을 영입하는 기회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데이터 과학자나 인공지능 전문가가 곧 퀀트가 되고 나중에는 퀀트와 데이터 과학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