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살아가는 대기업 이후 스타트업의 이야기 - 2
호주의 산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까지. 2020년의 시작만큼이나 우중충한 요즘의 하늘. 맑은 하늘이 당연하던 시절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가끔 보이는 푸른 하늘은 오히려 또 하나의 선물같이 다가오고는 한다.
그렇게 한 때는 당연하던 것들이 가물가물해지면서 그 소소한 것들의 감사함을 느낄 때가 있다. 마치 대기업 때는 당연하던 복지.. 같은 것이랄까? 지난 1화에서 구구절절하게 나열했던 "대기업 vs 스타트업"의 첫 번째로 '기업 복지'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대기업에서는 회사의 복지를 찾고, 스타트업에서는 국가의 정책을 찾는다.
수많은 취업준비생이 대기업 대기업 노래를 부르는 데는 물론 높은 연봉이 한 몫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저울질하는 요소는 '복지'다. 대기업의 복지란 생각보다 들어도 들어도 까먹는 게 있을 정도로 그 범위가 매우 다양하고 넓으며, 소소하다. 사실 대기업의 복지라고 하나로 묶기는 어려울 정도로 각 대기업마다 기업의 정체성과 비슷한 느낌으로 그 회사만의 독특한 복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회사는 매우 유연하고 당연시되는 남자, 여자 육아휴직을 자랑하며, 어떤 회사는 구글처럼 집에 갈 필요가 없는 사내 복지시설을 자랑한다. (집에 갈 시간에 일을 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어떨까?
요즘은 스타트업이 (언론에서 한 두 번쯤 스포트를 받아 본) 대부분 초기기업 치고는 꽤나 막강한 투자금을 유치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대기업에는 못 미치더라도 생각 이상의 복지 혜택을 자랑한다. 다만 대기업과의 차이점이라면 그 복지는 대부분 '금액'적인 혜택이 아닌 '문화'적인 혜택에 가깝다. 팀장도 모를 정도로 유연한 출퇴근 시간, 간헐적이기는 하지만 선물 같은 주 4일제 근무, 인스타 감성 카페 저리 가라 할 만한 힙한 사내 카페 등등. 투자가 1 ~ 2년이라도 끊기면 당장 생존에 위협을 받는 스타트업 특성상 고정 지출이 될 만한 것들보다는 무형의 복지가 당연 부담이 적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거의 2배로 벌어졌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직원들의 평균 임금 차이는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마음에는 물론 못 미치겠지만, 다행히 국가에서 중소기업 재직자들을 위한 다양한 금전적인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소소한 것들까지 다 합치면 무궁무진하겠지만, 내가 직접 대상이 되어 받고 있는 혜택 중 TOP 2는 다음과 같다. 나뿐만 아니라 그냥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제일 직관적이고 금액이 큰 혜택들이라 아는 사람이 이미 많은 것으로 안다.
(* 온전히 기억에 의존해 적는 것이라서 세부적인 수치는 꼭! 다시 한번 확인해주세요.)
1) 청년 전세자금 대출
- 말 그대로 일정 연소득 조건에 부합하는 중소기업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최대 1억 원의 전세자금을 대출해 주는 것이다. 그 이자는.. 1% 초반에 불과해 1억 원을 대출하더라도 월 10만 원 정도의 이자만 내면 되는 아주 혜자 로운 제도다. 다만 그 방대한 서류와 절차와, 집주인과의 계약서 논쟁을 거치다 보면 '복지'는 '복지'지만 돈 없는 서러움을 느끼기 쉬우니 마음을 다잡고 시작해야 한다.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이걸 해 줄 유인 요소가 말 그대로 1도 없기 때문에 부동산에 문의하면 이 제도를 받을 수 있는 매물 자체가 몇 없다는 것이다. (있어도 집 상태가... 이렇게라도 해야 매물이 나가겠구나 싶은..) 따라서 매물을 찾고 계약하는 것이 일반 집 찾기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꼭! 이 제도를 잘 아는 중개사 분이 계시는 부동산으로 잘 찾아야 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혼자 사는 직장인이라면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1억이라면 매우 든든한 금액이기에 놓칠 수 없는 제도임은 분명하다.
2) 청년 내일 채움 공제
- 찾기 힘든 아무런 부작용이 없는 정말 '꿀' 혜택 중 하나이다. 크게는 신규 중소기업 재직자를 위한 2,3년짜리 청년 내일 채움 공제, 그리고 6개월 이상 재직자를 위한 5년짜리 재직자 청년 내일 채움 공제 이렇게 2가지로 나뉜다. 둘 다 재직자는 기간 동안 600 ~ 700만 원만 내면 3천만 원 혹은 그 이상으로 만기 때 돌려주기 때문에 내 원금의 4~5배를 받을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제도이지만 신규 중소기업 청년 내일 채움 공제의 경우 이전에 12개월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이력이 없어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아 차라리 스타트업을 먼저 일하고 대기업으로 갈 걸..이라는 꽤나 단순한 후회를 한 적이 있다. 재직자 대상의 청년 내일 채움 공제 같은 경우도 매우 혜택이 좋긴 하지만 5년이나 낑낑 모아도 3천만 원 (월 12만 원 납입시)이라서 당장은 크게 다가오지 않는 느낌이 있다.
사실 이 것들 말고도 도움이 되는 아주 많은 제도들이 있지만, 정보성 글로 적는 것은 아니니 이런 맥락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복지를 찾을 수 있다는 정도로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스타트업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최고의 복지라면 '유연근무제'인 것 같다. 1~2시간 차이이지만 매일매일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큰 도움이 된다. 단순히 그 시간 이상으로 그 하루에 대해서 자기 결정권을 가지는 느낌이랄까.
이전 글 말미에서 대기업을 다닌 경험과 스타트업을 다니고 있는 경험을 아래와 같이 요약을 했었다.
- 대기업 : 이 기업이 2~3년 후이 이 회사가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 스타트업 : 이 곳에서의 2~3년 후의 내 모습이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이 말이 각 회사를 다니는 '이유'를 잘 대변해 준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을 다닐 때는 '나 ㅇㅇ 다녀.'라는 말로 내 커리어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설명된다. 그 회사가 잘나고 잘 되고 있을 때는 그 말이 나를 더욱 의기양양하게 해 줄 것이며, 그 회사의 위기는 곧 나의 위기가 될 테니까. 물론 스타트업에서도 어느 정도 이 말이 맞긴 하지만, 스타트업 다니는 데 누가 너 어디 다녀? 했을 때 '나 ㅇㅇ 다녀.'라고 대답하는 스타트업 직원은 거의 없다. 아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아 그 ㅇㅇ이라고 ~~ 하는 회사인데 언제 생겨서 ~~ 투자받았어' 등으로 뭔가 물어보지 않은 정보가 뒤따라 붙기 마련이다.
그럼 뒤이어지는 질문은 '아 그래? 그럼 넌 거기서 뭐하는데?'가 온다. 여기에 내가 스타트업에 다니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스타트업에서 난 무엇을 하며, 무엇을 잘할 예정인가. 대기업은 그 자체가 나의 무기가 된다면, 이 회사에서의 몇 년 후에 내가 이 회사에서 한 무엇이 나의 무기가 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