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살아가는 대기업 이후 스타트업의 이야기 - 1
제주도에서 인생에 다시 없을 한적한 시간을 보낸 뒤, 운 좋게도 생각보다 빠르게 다시 도전해 볼 만한 곳을 찾았다. 다니던 회사는 대한민국에선 누구나 다 알던 회사에서 10명 중 3명 정도 알까말까 한 회사가 되었으며, 연봉은 앞자리가 바뀌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조금 더 즐거운 곳에 왔고,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새로운 회사에 다닌지 8개월이 지나고, 어느 덧 첫 회사생활을 시작한지 3년차가 되었다. "와 진짜 퇴사했다고? 그냥 아무 대책없이? 완전 멋있네"라던 주위의 말들에 어느 정도는 '어휴 대책 없는놈. 얼마나 잘되나 보자.' 라는 비꼼이 있었단 것도 알게 되었으며, "진짜 후회 안해?"라는 옛 동료들의 질문에 이제는 옛날처럼 빠르게 "당연하지!"라고 할 수 도 없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은 후회는 안한다고 한다. 안 나오고 계속 거기 있었다고 해서 행복할 리 없으며, 애써 박차고 나왔는데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 보이고 싶었던 오기도 한 몫했다. 그렇지만 더 솔직하게는 연봉 앞자리가 바뀌는게 이렇게 크게 느껴질 진 몰랐다.
다니던 회사는 영화 배급업을 하는 회사였고, 지금 다니는 회사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MCN이다. (MCN이란 Multi Channel Network로, 연예인은 아니지만 연예인과 비슷한 인플루언스를 가진 사람들의 소속사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전 회사를 1년을 다녀 경력으로 인정할 만한 기간도 아니었고 비슷한 분야도 아니었기에 신입으로 이직했다. 이 부분에서 '왜?'라는 물음을 매우 많이 받는데, 그냥 내 앞날은 창창할 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에 가까웠던 것 같다. 이때 살짝 어필했으면 출발선이 조금은 달라졌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 또한 사회 초년생이니 할 수 있는 실수고 좋은 것을 배웠다 생각하기로 했다.
요즘은 스타트업을 다니거나 다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꽤 많아서, 내가 경험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이 글이 내 소소한 감정 기록이 되기도 바라지만, 내 감정에 관심없는 사람들에게도 조금은 유익하길 바라기 때문에 다음 항목을에 대해 이후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주관적으로 써내려갈 생각이다.
* 모든 이야기에서 주의해야 하듯이, 내 이야기도 내가 경험한 고작 1개의 대기업, 1개의 스타트업에 불과한 이야기라는 점은 꼭! 주의 바랍니다.
1. 대기업에서는 회사의 복지를 찾고, 스타트업에서는 국가의 정책을 찾는다.
2. 대기업에서는 상사의 눈치를 보지만, 스타트업에서는 동료의 눈치를 본다.
3. 대기업에서는 목소리를 내면 손해지만, 스타트업에서는 보통(?) 목소리를 내면 이득이다.
4. 대기업에서는 내가 이런 거나 할려고 그렇게 힘들게 들어왔나? 싶고, 스타트업에서는 내가 이런 거까지 해도 되나? 싶다.
5. 대기업에서는 너무 많은 걸 알려주려고 하고, 스타트업에서는 알려주기엔 다들 잘 모른다.
6.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다른 형태로 사내정치는 매우 치열하다.
7. 대기업을 가면 친인척들이 좋아하지만, 스타트업을 가면 친구들이 좋아한다.
매우 짧은 경험으로 각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을 꼽자면,
- 대기업 : 이 기업이 2~3년 후이 이 회사가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 스타트업 : 이 곳에서의 2~3년 후의 내 모습이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쓰고보니 대기업과 스타트업이란 매우 상반된 조직의 형태같지만 둘 다 같은 사회생활이다보니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생각보다 많다. 그렇기에 또 어떻게 생각하면 결국 회사라는 조직은 다 결과적으로 비슷한 부류이고, 계속해서 한 명의 노동자로서 혹은 독립된 성인으로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 고민을 이어가게 된다.
요즘의 많은 에세이들이 말하듯 '충분히 잘하고 있어. 너무 잘하려고 하지마. 넌 지금도 괜찮아' 라는 말로 앞 날들을 기대하며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적당히 치열하게, 적당히 즐겁게. 내 노력에 합당한 어떤 보상이 주어졌을 때, 지난 날을 떠올리며 마음 껏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처럼 희열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