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살아가는 대기업 이후 ㅇㅇㅇㅇ의 이야기 - 6
사람이 미치지 않고 살 수 있는 넓이가 얼마쯤 이랬더라.
라는 고민은 솔직히 조금 사치인 방에 살고 있는 나는 전 세계의 원수가 된 '코로나 19'로 인해 4일째 재택근무 중이다. 아직 회사에 직접적으로 확진자가 나오진 않은 덕에 자가격리는 아닌 예방 수준의 재택근무이지만,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난데없는 재택근무에 직장 동료들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뭔가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연차를 썼지만 급한 업무들 때문에 거의 쉬지 못하고 집에서 노트북 앞에 묶여 있는 느낌이랄까. 일어나자마자 눈을 비비며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고 출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색다른 느낌이지만 역시 뭔가 집이라는 공간 때문에 어려운 업무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단순히 재택근무의 특징을 떠나서, 확실히 하루하루 세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어제는 저기까지는 나가봐도 괜찮겠지 싶었던 곳도 뉴스 한 번 보고 난 오늘은 차곡차곡 비상식량이라도 쌓아놔야 하나 싶다. 문득 배달 온 음식을 받는 데 나도 모르게 마스크를 쓰고 나가는 것을 자각하고 약간 씁쓸해졌다.
사람을 괴롭히는 건 바이러스고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낸 환경 왜곡인데, 이 것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거나 자신의 이익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걸 알면서도 답답하다.
5. 대기업에서는 너무 많은 걸 알려주려고 하고, 스타트업에서는 알려주기엔 다들 잘 모른다.
사실 대기업에서는 너무 많은 걸 알려주려고 한다는 건 조금.. 회사마다, 그 안의 팀마다 다른 것 같다. 이건 스타트업도 대기업도 비슷한 연장선인데, 회사 안에는 모두 겉으로는 모르쇠 하지만 알고 있는 주력 부서 혹은 팀이 존재한다. 그 팀은 어떤 인사적이거나 보상적인 면에서 다른 부서에 비해 월등한 대우를 보장받지만 그만큼 업무 강도가 세며 성과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 그런 팀에서 열심히 일해서 남들보다 치고 나가는 것은 개인의 의지이고 성향이지만, 신기하게도 그 팀의 막내는 막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진다.
회사에 입사하고 운이 좋은 것인지 없는 것인지 이런 팀에 들어간 사람은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왜 내 친구들은 퇴근 시간만 기다리면서 매일 일과시간에 카톡 하고 있는데, 나는 숨도 못 쉬고 일했는데 왜 오늘도 야근을 하지?', '뉴스에서 울부짖는 워라밸은 다 어디 간 거지?'
그 팀에 자리 잡고 있는 선배, 상사들은 자신들의 일이 너무 바쁘니 조금이라도 짐을 덜기 위해 매일매일 새로운 것들을 가져다준다. 그렇다고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분명 지금의 하루하루는 힘들지 몰라도, 어차피 1 ~ 2년 다닐 회사가 아니라면 무조건 그런 부서 혹은 팀에 배치된 것은 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정신없는 1 ~ 2년이 지나면 분명히, 어느 순간 '어? 이 정도 일을 내가 원래 이렇게 빨리 했었나?' 하는 훌쩍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시간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반면 스타트업은 많은 스타트업에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어떤 회사의 경력 많은 사람이 그 회사를 나와서 똑같거나 비슷한 업계에서 새로운 회사를 차리는 것은 일단 스타트업에서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이던, 서비스나 제품이던 어느 부분은 아직 이 세상에 자리잡지 않은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 것이 스타트업의 매우 큰 매력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지만 그 방식대로 계속하려고 그 일을 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단 이렇게 해서 지금 상황이 어느 정도는 돌아가니까 이렇게 하고 있을 뿐 끊임없이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역시나, 저번 글과 매우 비슷한 이야기지만 스타트업에 들어갈 생각이 있거나 들어갔다면 꼭 한 번쯤은 남들이 알려주지 않는 그 회사의 업의 본질을 찌르는 일을 해봤으면 한다. 나 역시도 아직 해보지 못했지만, 스타트업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이 아닐까 싶다. 가끔 하루에 여유가 생겼을 때, 회사가 지금까지 해 온 일들과 비즈니스 모델들을 가만히 보다 보면 '이 건 왜 이렇게 했을까? 이 프로세스에서 이 팀이 하는 일은 뭘까?' 등의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다. 그리고 담당자에게 찾아가서 물어보면 생각보다 '그냥'이라는 대답을 많이 들을 수 있다. 대기업이라면 여기서 이런 것을 찾기도 힘들뿐더러, 찾았다 하더라도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적다. 그렇지만, 스타트업에서는 합당한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임원진 방까지도 두드려 볼 수 있다.
한 번쯤 자신의 온전한 노력으로 거대한 조직을 변화시키는 짜릿함을 맛보길 바란다.
모두 절대 코로나 19를 가벼이 여기지 마시고, 건강 유의하셔서 생활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