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눈 깜짝할 사이 33세 / 하유지 작가님
집 근처에 크고 작은 도서관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평소 책 읽을 기회가 없다고 내심 변명하던 것이 머쓱해졌다. 아동 대상 전문이긴 하지만 4만 권이 넘는 책 중에 내가 볼 책 하나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중 가장 가까운 걸어서 3분 거리의 도서관을 찾았다. 생각보다 아담한 사이즈에도 이렇게 많은 책들이 있다는 것에 또 놀랐다.
'라이브 커머스', '스트리밍 서비스' 등 모든 것들이 '실시간'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 출판된 지 아무리 빨라도 1~2년은 지난 책들로 즐비한 도서관을 찾는 건 조금 시대착오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코로나가 올 줄은 생각도 못했겠지? 이 책은 올해 테슬라가 1,200달러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겠지? 그런 생각으로 현재와 다른 인사이트를 다룬 내용의 책이 나의 몇 시간을 가져갈 가치가 있을까 싶었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왔는 걸. 그럴듯한 사회과학 책들과 함께 아무 생각 없이 편히 읽어볼 만한 한국 소설 한 권을 집어 들게 되었다. 하유지 작가님의 장편소설 '눈 깜짝할 사이 33세'였다.
가볍게 쓰인 제목만큼 내용도 술술 읽힐 것 같았고, 나이에 관한 조금 우울한 시대상이 나오더라도 치졸하게 난 그래도 아직 33세는 아니야 하면서 주인공을 희생 삼아 위안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상대로 책은 위트 있는 독백과 간결하고 빠른 호흡의 대사들로 빠르게 읽혔다. 책을 다 읽고 또 놀랐던 것은, 코로나 이전에 쓰인 책임에도 이렇게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외로웠다는 것이었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에 이어 최근 아버지까지 돌아가신 33세 '오영오'는 참고서를 주로 다루는 작은 출판사의 직원이다. 평소 소원한 관계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영오'는 아버지가 남긴 수첩에서 처음 보는 3명의 이름을 발견한다. 이 책은 수첩의 3인과 차례차례 만나면서 크게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는 학생, 청년,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혼자에 익숙하던 '영오'는 아버지의 장난 같은 유서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자신도 몰랐던 외로움을 발견하고 아버지가 남긴 인연의 사람들을 통해 작게나마 인생의 의미를 얻는다.
<고립의 시대>의 저자인 영국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이런 상황을 "사회적 불황"이라고 묘사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는 점점 발전하고 있는데 왜 그 안의 사람들은 더 고립되는 것일까. 코로나가 있든 없었든 항상 사람들은 외로웠고, 그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서 새로운 사회현상이 생겨나고 그걸 이해 못 하는 세대, 젠더 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참 우울한 일이다. 시대는 계속 변해가는데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계속 다른 형태와 깊이로 외로워지고 있다니. 요즘은 대체 행복한 사람은 어디에 있나 싶다.
결국 답은 또 사람인데, 또 가장 힘들게 하는 것도 사람이라. 사람 반 반려동물 반이 되어버린 공원을 보면 귀여우면서도 씁쓸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