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싫지만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여자들을 위한 시.
얼마 전 호적 메이트가 "너는 남자 볼 때 어디부터 보냐"라고 묻자,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지"라고 대답했다. 언니는 “너는 남자 그것만 보냐"면서 질색팔색을 했지만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당당하고 확신에 차있었다. 그리고 그 확신에는 이유가 있었다.
다정하고, 즐겁고, 같이 노는 거? 그런 건 여자들이랑 하는 게 훨씬 재미있는데요. 헤테로 섹슈얼 여성인 이상 여자와 키스하고 여자와 섹스하지 않듯이, 결국 남자와만 할 수 있는 이런저런 일들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결국 섹스 아니던가. 그래서 나한테는 애인이 섹시해 보이는 게 제1순위고, 준수한 자지만큼 섹시한 게 또 없지.
그래, 섹스 전 후의 다정함(필로우 토크), 세심함(애무) 중요하고, 다 좋다 이거야. 하지만 가끔은... 아니 좀 자주, 그저 엄청 훌륭한 자지와 실컷 섹스하고- 말 그대로 “함뜨”하고- 개운한 기분으로 자고 싶은 날도 있단 말이지. 단언컨대, 그런 섹스는 적절한 크기 이상의 매우 단단한 자지만이 선사할 수 있다.
이런 얘기하면 통계 타령하며 헐레벌떡 바지 내리고 작은 고추를 쫄랑쫄랑 흔들며 달려오는 사람 있을 텐데, 그래... 의학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지. 2.5cm만 되어도... 대한민국 남성 발기 시 평균 사이즈라는 12.7cm만 되어도(솔직히 이 정도만 되어도 내가 깨춤을 출 것 같다) 혹은 6.9cm만 되어도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하다는 것일 뿐, '가능'은 결코 '만족'과 동의어가 아니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또 어물어물 작은 고추를 쪼물딱 거리며 테크닉 얘기를 꺼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근데 하드웨어가 구형인데 소프트웨어를 아무리 최신형으로 업데이트해봤자 뭐하는데?
클리토리스 애무를 자신의 테크닉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남자여, 그런 건 남자가 없어도 반려 가전으로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이건 정말 대단히 확실한 행복이다!) 클리토리스 애무가 왜 전희(前戲)겠어. 전희에 왜 앞 전(前) 자가 붙어있겠어? 본 게임 전에 하니까 전희인 거지! 10분 내로 빠르게, 가끔 운 좋으면 단 10분 만에 두 번이나 확실하게 오르가슴에 오를 수 있는 우머나이저를 두고 굳이 남자랑 섹스하는 이유가 뭔데? 남자와만 할 수 있는 섹스가 있으니까 아니야! 남자들도 수많은 '오나홀'이라고 불리는 자위기구를 두고 굳이 굳이 여성과 섹스하고 싶어 하잖아? 여자도 같은 것뿐이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묵직하고 확실한 삽입 섹스인데, 클리토리스나 지분거리고 깔짝깔짝 집어넣는 핑거 섹스를 할 거면 내가 널 왜 만나? 손가락 자랑하려고? 그래 니 손가락 굵다. 그럴 거면 차라리 그거라도 아랫도리에 붙어있지 그랬냐.
자, 이쯤 되면 문득 자신의 사이즈에 의구심이 드는 남자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DM으로 (음모에 파묻혀 보이지도 않는 엄지발가락만 한) 자지 사진을 보내거나, 괜히 애꿎은 당신의 파트너에게 내 거 커? 크지?라고 물어 곤란하게 만들지는 말기를 바란다. (사실 애초에 그렇게 물어볼 정도라면, 스스로도 작다는 것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인 사살을 당하고 싶어 하는 남자들을 위해 알려주노니-
만약 당신이, 상대에게 펠라치오를 받을 때
상대가 펠라치오의 신처럼 느껴진다면, 당신의 자지는 작은 것이 맞다.
당신의 것을 입에 머금고도 혀를 자유자재로 놀렸다면 그것은 그 여자가 경험이 많거나 오럴을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공간이 많이 남아서다. 당신에게 오럴을 선사하는 여자가 힘들어 보였다면 그건 당신의 자지가 커서가 아니라 그 작은 걸 행여라도 놓칠 세라 입을 오므려 문 채, 턱근육이 얼얼하도록 볼을 빨아들이고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여가면서 흥분한 척 연기까지 해야 해서 그런 것이다.
그래, 당신이 원해서 당신의 자지가 작은 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대단히 유감이지만, 억울한 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아니, 더 하다. 남자들이 우스갯소리랍시고 여자의 생얼을 보고 속았다고 말하듯이, 우리도 존나 크게 속은 것이다. 실컷 분위기 다 잡아놓고 막상 바지를 내렸는데 쑥! 이 아니라 쏙? 빼꼼. 이면 얼마나 배신감 드는 줄 알아? 어?? 아냐고!!
좀 더 구체적인 예로, 약간 M성향(피학 성향)이 있는 여자의 입장에서 전희로 엉덩이를 실컷 찰싹찰싹 맞았다고 치자.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마냥 더티 토크도 충실하게 했고, 한껏 롤플레잉에 취해 잔뜩 달아올랐을 때 할리퀸 로맨스 남자 주인공처럼 파트너 남자가 목소리를 낮게 깔고 묻는 거지.
자, 이제 어디를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근데 그 순간.. 엎드린 채로 바라본 남자의 자지가 한껏 앙증맞다면? 당연히 흥분이 싹- 식으면서 “그걸로... 대체 뭘 할 수 있는데?” 소리가 절로 나오지 않겠어? (어떻게 이렇게 구체적인 예를 들었는지는 묻지 마라. 울고 싶어 지니까.)
결국 에이섹슈얼(무성애)이 아닌 이상 관계에 있어 섹스로부터 오는 만족은 필요하고, 헤테로 섹슈럴(이성애)에의 섹스는 네 자지와 내 보지와의 만남이다. 테크닉이니, 통계니, 그 어떤 말로 번지르르하게 포장해도 이것만큼은 절대 바뀔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네가 만족하는 것만큼이나 내 만족도 중요하고, 그것의 필수요소는 제법 큰 사이즈의 자지라는 것. (이렇게 얘기하면 니 보지가 헐거워서라고 욕하는 이들이 있을 텐데, 누가 그러더라. 아무리 바늘구멍이 작아도 실은 못 조인다고.)
하지만 나 역시 섹스에 있어 크기는 중요치 않다고 굳게 믿던 때가 있었다. 다른 게 잘 맞는다면 섹스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얼마든지 커버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때가 나도 있었다.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