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에 관하여
우리 가족은 산책을 좋아한다.
주로 해가 떠오르는 오전이나 다시 저녁으로 가라앉는 늦은 오후에 걷곤 한다.
집 근처 공원이나 놀이터,
기다란 천을 따라 걷다 보면
매일매일 다른 것을 발견한다.
도감에서만 보던 곤충들과
벌레들이 갉아먹은
구멍 숭숭 난 나뭇잎들.
공기도 습도도 모두 미묘하게 다른
매일의 산책에서
우리 가족은 힘을 얻는다.
보물찾기 하듯 자연 속
반짝거리는 생명들을 찾는다.
생김새나 크기, 움직임이 각기 다른 존재들을 만나면 우리는 하나가 되어 기뻐한다.
"어머나. 희한하다.
이름이 뭘까.
뭘 먹으며 살까."
네 식구가 동시에 호기심으로 바라본다.
우리만의 도감에 데이터가 쌓인다.
어느 날, 동네 천을 따라 걷다가
뒤집혀 버둥거리던 사슴벌레를 발견했다.
사슴벌레는 뒤집히면
스스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서둘러 돌려주었는데
어쩐 일인지 자꾸 몸이 뒤집혔다.
"아유 불쌍해. 어쩌지?
오랫동안 뒤집혀있었나?
못 먹고 병든 게 아닐까?
집에 데려가서 과일 좀 먹일까?"
모두 야단이 났다.
급히 둘째 자전거 바구니에 담아
집으로 데려왔다.
통에 사과주스와 으깬 바나나를 넣고
그 위에 사슴벌레를 올려 주었다.
가만히 멈춰 있더니
조금 먹기 시작했다.
이후로 우리와 같이 살고 있다.
이름도 지어 주었다.
"슴벌"
주로 낮엔 나무 밑에 있다가
우리가 잠든 고요한 밤에 나와 곤충젤리를 먹고
벽을 기어오른다.
요즘엔 우리가 익숙해졌는지
숨지 않고 낮에도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슴벌아. 안녕. 잘 놀았어?
너는 이제 잘 시간이니?"
아침 인사를 하면 더듬이를 흔든다.
슴벌이는 분명 내 목소리를 알고 있다.
우리 네 식구는 동시에 함께
슴벌이를 바라볼 때가 많다.
슴벌이 덕분에 이런 게 연대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서로 다른 생각과 취향을 갖은 네 명이
하나의 생명에게 관심을 갖고
하나로 똘똘 뭉치는 시간.
우리 가족은 언제나 각자의 일을 하다가
자연에서 연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밖에서 복잡했던 마음 자연에서 훌훌 털고
함께 걷고 호흡하면서 자연처럼, 자연스럽게,
삶을 살아 내자고
또 힘을 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