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에 관하여
"뚜띠야. 오늘 하루 어땠어?"
"오늘은 특이한 하루였어!"
"어떤 것들이 특이했어?"
"오이도 특이하고 곤충도 특이했어."
"아~ 특이한 걸 발견했구나.
엄마는 그냥 평범한 하루를 보냈어.
그런데 그게 그렇게 좋았다?
자주 불행한 생각이 스쳐간다.
아이와 길을 건너다
우리에게 차가 돌진하면 어쩌지.
아이가 유치원에서 놀다 다치면 어쩌지.
갑자기 아이를 잃게 되면 어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에
왜 나는 불행한 상상을 하는 걸까?
드디어 내가 병에 들어 버린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나약한 걸까.
어쩌면..
이 세계가 너무 잔혹한 탓은 아닐까.
세상은 언제든 우리를
배반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죽음이 나무 뒤에서,
지붕 위에서,
가로등 옆에서
언제나 우리를 노려보는 것만 같다.
나이 먹을수록 겁이 많아진다더니.
듣고 보는 게 많아서 그런가.
세상이 어떤 역사를 거쳐 왔는지
알면 알수록 두려움이 앞선다.
요즘은 유독 아이들을 보며 걱정이 많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안전과 안위에 대한 문제다.
이 세계는 아이가 살만한 곳인가.
고작해야 바라는 것은
사람답게 사는 것인데
살만하도록 살기 위해
아이들은 무엇을 마주하게 될까.
나는 지금 침대에 누워
누구의 방해도 없이 글을 쓰고 있지만
같은 세계일지라도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서는
언제든 폭격을 맞고
가난에 목이 마르고
노동자의 죽음을 방치하고
정당하지 않은 폭력에 시달리는
나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신음하며 산다.
때로는 생과 사의 경계가
어디부터 어디인지 모르겠다.
삶이 언제까지 일지 모르는
모호함과 두려움에
꼼짝할 수도 없을 때가 있다.
가스불을 켤 때.
길을 건널 때.
공원을 걸을 때.
두려움은 어떤 강렬한 순간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 중에 언제든
들이닥친다.
그럼에도 내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누워
아이들과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평화롭고 안전한 순간.
모든 것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특별히 좋은 일이 없어도
맛없는 망고를 골랐어도
집 안에 개미들이 들어와 귀찮게 굴어도
사고 싶은 것을 다 살 수 없어도
그저 무사한 하루에
감사하다.
뛰어난 글을 쓰진 못하지만
가만히 글을 쓰는 이 시간이
고스란히 내 것이 되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운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