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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악산책

가수들 다 죽는 소리

김광석 - 너에게(with 로이킴) 듣다가

by 고요한

요즘은 [김광석, 다시] 앨범을 자주 듣는다. 원곡 속 김광석의 목소리는 그대로 사용하되, 편곡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형식의 리메이크 앨범이다. 로이킴, 정인, 하림 같은 싱어를 비롯해 커먼그라운드, 한상원, 고상지 같은 정상급 연주가가 참여해서 본인의 색으로 김광석을 재해석해 다채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고인이 된 뮤지션과의 작업이야 냇 킹 콜(Nat king cole)과 나탈리 콜(Natalie cole)의 Unforgettable로 익숙하지만 국내에서의 시도가 신선함을 잃는 건 아니다.

조금 더 생각을 뻗어봤다. 고인의 목소리를 활용하는 걸 뛰어넘어 아예 살려내는 건 어떨까. 성문분석 기술이 지금보다 더 발전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듯하다. 보컬리스트마다 인장이랄 수 있는 습관도 있을텐데, 이 미묘한 차이는 알파고처럼 알파보이스를 만들어 고인의 특징을 세밀하게 분석하면 충분히 재현 가능할 것 같다. 그렇게 완성된 알파보이스에 작곡가가 곡을 만들고 고인의 목소리를 끼얹는다면? 지금의 보컬로이드는 저리가라 할 히트상품이 되지 않을까. 그때되면 목소리 저작권을 둘러싼 싸움도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구글검색어에 '김광석 목소리 토렌트'가 뜰지 모른다.

기왕 하는 거 작곡의 영역까지 가보자. 알파송라이터를 만드는 거다. 어차피 작곡은 오선지 내에서 진행되는 일이니 작곡패턴을 분석하는 건 경우의 수가 무한대라는 바둑보다 어렵진 않은 과제 같다. 이미 완성된 작품들을 토대로 뮤지션의 특성이 확연하게 드러난 새로운 곡을 만들고 거기에 새로운 보컬로이드를 끼얹는다면? 그리고 그 작품이 뮤지션이 생전에 터트리지 못한 포텐셜을 200% 터트려 누구나 듣자마자 삶의 애환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세상걸작이 탄생한다면? 이쯤되면 원작의 포스를 찬양한 발터 벤야민의 아우라는 아마 천동설과 비슷한 취급을 당할 것이다.

지난 주에 알파고가 프로기사들에게 60연승을 거뒀다. 그냥 이긴 게 아니라 아주 개박살을 냈다. 치수고치기를 하면 적어도 인간 최고수가 최소 두점, 최대 넉점을 깔아야 할 거란 분석이다. IBM이 개발한 왓슨은 한국어 공부를 마쳐서 이번 달부터 보험사 콜센터에 인턴으로 투입되고 4월부터는 업무의 30%를 처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생산의 영역에서 인간의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마지막 보루는 창의의 영역이라는데 어쩌면 우리는 인간이 부르는 노래의 후렴구를 듣는 게 아닐까. 더욱 열심히 음악을 찾아 들어야겠다.



1989년 발표한 1집 [너에게] 타이틀곡이다. 공연 때는 잘 부르지 않는 곡이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라이브 영상인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에 나온 김광석의 말에 따르면 본인이 피아노를 못 치고, 기타를 치기에는 코드진행이 안 어울려서 꺼리는 곡이라고 한다. 작곡자가 김형석이 23살 때 만든 곡이라고 한다. 레전드 작곡가인 김형석이지만 거장의 반열에 들기 전인 초창기의 인간적 면모가 드러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다.




김광석 – 너에게

나의 하늘을 본 적이 있을까
조각 구름과 빛나는 별들이
끝없이 펼쳐 있는
구석진 그 하늘 어디선가
내 노래는 널 부르고 있음을
넌 알고 있는지

나의 정원을 본 적이 있을까
국화와 장미 예쁜 사루비아가
끝없이 피어 있는
언제든 그 문은 열려 있고
그 향기는 널 부르고 있음을
넌 알고 있는지

나의 어릴 적 내 꿈만큼이나
아름다운 가을 하늘이랑

내가 그것들과 손잡고
고요한 달빛으로 내게 오면
내 여린 마음으로 피워낸 나의 사랑을
너에게 꺾어줄게

나의 어릴 적 내 꿈만큼이나
아름다운 가을 하늘이랑

내가 그것들과 손잡고
고요한 달빛으로 내게 오면
내 여린 마음으로 피워낸 나의 사랑을
너에게 꺾어줄게


음악듣기: https://youtu.be/Y-u7KBjJdww

김광석 - 너에게(with 로이킴)

https://youtu.be/NwGVUlhMdqI

유일하게 남아있는 '너에게' 라이브 영상 in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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