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을 피웠다.
눈뜨자마자 과분한 포옹으로 덮쳐오는 너를 두고
지난 이에게 미련한 미련을 품고
본 적 없는 새로운 인연을 동경했다.
너의 면전에서
사라진 추억을 칭송하고
만난 적 없는 꿈만 흠모하였다.
어리석은 외도 뿐인 삶이여
너를 품에 안고서
나는 어찌하여
어제에 목매고
내일을 곁눈질하는가
나는 너밖에 모른다
너를 사랑하고
너에게서만 위로받기로 한다, 나의 오늘아.
업신여겨도
홀대해도
말간 얼굴로 또 피어나는
나의 마르지 않는 만년필.
너로 나를 정중하게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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