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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미야지마 이쓰쿠시마 신사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이 글은 함께 여행한 두 명의 저자가 참여하였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에서는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오변이, <강쉡의 먹방일기>에서는 여행하며 먹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강쉡이 썼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


구로카와 온센에서 버스를 타고 하카타 역으로 와서 신칸센을 타고 히로시마로 갔다. 하카타 역에서 '오카야마, 히로시마, 야마구치 패스'라는 굉장히 긴 이름의 레일패스를 끊었는데, 이 패스를 후쿠오카의 하카타 역에서부터 쓸 수 있다. 덕분에 처음으로 신칸센을 타 보았다. 규슈 여행 내내 버스만 타고 다니다가 드디어 기차, 그것도 제일 비싼 신칸센을 타 보니 역시 쾌적했다. 자리가 넓디넓어서 마치 우리나라 KTX를 타는 것 같았다. 물론 KTX는 자리가 좁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일본 버스 좌석은 정말 엄청나게 좁아서 KTX 좌석 넓이면 아주 광활한 편이다.


히로시마는 인구가 약 120만 명 정도 되는 일본에서 11번째로 큰 도시다. 인류 사상 최초로 핵무기 ‘리틀보이’가 투하된 도시이기도 하다. 외국인인 내 머릿속에서는 히로시마라고 하면 원폭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원폭 투하 전인 1942년 히로시마의 인구는 40만 명이 넘었으나 원폭 투하 이후에는 13만 명까지 감소하였다가 현재 120만까지 늘어났다.


우리가 히로시마에 간 이유는 이곳이 주고쿠 지방의 중심도시여서 교통이 편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히로시마에 숙소를 정하고 주변의 도시를 오가는 방식으로 둘러보기로 했다. 철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레일패스가 있으니 최대한 활용하여 짐을 들고 다니는 수고를 줄이려는 심산이었다.


히로시마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노면전차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까지 오면서 이미 나가사키와 구마모토에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노면전차는 이제 너무 익숙해져서 사진조차 남기지 않았다.


우리가 히로시마에 도착해 제일 먼저 간 곳은 평화기념공원이다. 히로시마는 역시 원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어서 원폭돔이 있는 평화기념공원 외에도 히로시마 내의 다른 어떤 관광지를 가더라도 원폭과 관련된 유산들을 볼 수 있다.


원폭돔은 원자폭탄의 폭발 중심 근처에 있었던 건물이다. 원폭은 당시 지상으로부터 6~700m 떨어진 상공에서 폭발하였는데 주변의 건물은 모두 처참하게 파괴되었지만 이 건물은 살아남았다. 물론 건물의 뼈대가 남은 것일 뿐 안에 사람은 모두 사망하였다. 이 건물이 살아남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폭심지와 가까웠기 때문인데, 충격파를 건물 정면이 아니라 수직으로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래는 히로시마 물산기념관으로 히로시마시 한가운데에 있었던 중심 역할을 하는 건물이었다고 한다. 원래의 모습을 보면 옛날 서울역을 떠올리게 한다.


DCA0785B-985E-4F91-82F1-19A6444C5CFD_1_201_a.jpeg 히로시마 원폭돔


원폭돔에서 조금 걸어가면 넓은 공터가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때에는 마침 한국음식축제 행사를 하고 있었다. 한국 노래를 틀어놓고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었는데 역시나 떡볶이 가게 줄이 가장 길었다. 오랜만에 떡볶이가 당기긴 했지만 가뜩이나 더운데 줄 서기도 귀찮아서 포기했다. 외국에서 한국 음식이나 한국 컨텐츠를 보면 반갑다기보다는 뭔가 민망하고 기분이 이상하다.


조금 더 걸어가면 히로시마 현립 체육관이 나오는데 행사가 있었는지 체육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게 중에는 궁도부인지 큰 활을 들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츠루네>라는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다. 우리나라에는 국궁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데 일본에서는 취미든 선수로든 궁도를 즐기는 사람이 꽤 있는 것 같다.


히로시마 현립 체육관에서 좀 더 걸어가면 히로시마 성이 나온다. 네모 반듯하게 해자가 조성되어 있는데 끄트머리 구석에 중심 건물인 천수각이 있다.


히로시마 성은 오사카 성을 참고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히로시마 성 대천수도 오사카 성 천수각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1589년 모리 데루모토가 히로시마 성을 축성하면서 성터로 정한 섬이 삼각주들 중 가장 넓어 '넓은 섬'이라는 뜻으로 성에 ‘히로시마’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러니 사실 히로시마라는 지명은 히로시마 성 때문에 생긴 것이다.


히로시마 성은 원래 외측해자, 중간해자, 내측해자가 있었고 사방 1km에 달하는 아주 넓은 성이었으나 메이지 때 외측 해자가 메워지고, 원폭 이후 중간해자도 메워져 현재는 내측해자만 남아있다.


66C39C0A-8612-40E9-886E-0E02FF536F66_1_102_a.jpeg 히로시마 성 해자


이 성은 원래 국보로 지정되었으나 원폭 때 건물 전체가 소실되었다가 1958년 히로시마 부흥대박람회에 맞춰 대천수를 복원하였는데 사실은 철근콘크리트로 외관만 복원하였고 현재도 내부는 복원되어 있지 않다. 1989년부터는 일부 목조 건물을 복원하였다고 한다. 원래의 성보다 규모도 축소되었고 완전한 복원도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휑한 느낌이었다.


F55BD243-D2E0-495B-8E36-48824BA1B285_1_201_a.jpeg 원폭에도 살아남았다는 나무


다음날 우리는 기차를 타고 미야지마로 갔다. 미야코지마에서 렌터카를 잘못 예약했던 바로 그곳인데 결국엔 가게 되었다. 미야지마에 가는 관광객은 대개 이쓰쿠시마 섬으로 간다. 그래서 역에서 내리면 길을 찾아 헤맬 것도 없이 사람들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선착장에 도착한다.


이쓰쿠시마 섬에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쓰쿠시마 신사를 보기 위해서다. 이쓰쿠시마 신사를 가는 이유는 해변에서 약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토리이를 보기 위해서다.


0C44C10D-8459-466A-9EFE-5C262A475A18_1_201_a.heic 만조 때의 토리이. 이걸 보기 위해 기차와 배를 타고 이곳까지 온다


이쓰쿠시마 신사는 593년 사에키노 구라모투가 창건하였다고 하나,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은 1168년 경 이 지역을 통치하던 유력 다이묘였던 다이라 기요모리에 의해서라고 한다. 12세기 일본의 다이묘들은 부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하여 거대하고 화려신 신사를 경쟁적으로 지었다. 다이라 가문도 헤이안 시대의 귀족들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신토의 지지를 받고자 신사 건축에 상당한 자금을 쏟아부었고 왕족까지 불러 구경시켜주었다고 한다.


이쓰쿠시마 신사는 바다와 태풍의 신인 타케하야 스나노오노 미코토의 세 딸에게 바쳐진 신사다. ‘무나카타 3 여신’이라고 불리는데 다이라노 기요모리는 이 세 여신을 관세음보살의 현신으로 부르며 이들을 모신 이쓰쿠시마 신사를 부처의 고향으로 생각했다.


원래 이쓰쿠시마 신사에서는 어떠한 사람도 태어나거나 죽을 수 없었다. 그러한 일들은 신성함을 깨뜨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이곳에 함부로 출입할 수 없었다. 1878년부터는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나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은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주해야 했고, 이쓰쿠시마 섬에는 어떠한 시신도 묻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쓰쿠시마 신사는 방문하는 순례자들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서 해안에 있는 항구처럼 지어졌는데, 이러한 이유로 토리이 역시 바다 위에 지어졌다. 원래 순례자들은 신사에 들어가기 전에 배로 이 토리이를 지나야 했다.


D36E284D-2FD1-47C6-AD5B-5FCB0917816B_1_201_a.heic 배로 드나들던 신사는 항구처럼 생겼다


토리이의 높이는 약 16m, 용마루의 길이는 24m, 기둥 사이의 간격은 11m나 된다. 토리이 주 기둥 2개의 앞뒤로는 보조기둥이 4개씩 추가로 세워져 있는데, 이는 신토와 불교가 합쳐진 분파에서 주로 사용하는 양식이다. 이 토리이가 바다에 세워진 것은 1168년이라고 하는데, 여덟 번 새로 지어 현재의 것은 1875년에 지어진 것이다.


토리이는 만조 때는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간조 때에는 걸어가서 구경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 관광객들이 소원을 빌려고 오래된 토리이의 갈라진 틈 사이로 동전을 끼워 넣어 훼손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이쓰쿠시마 섬에 갔을 때 제일 먼저 반겨준 것은 사슴이었다. 사슴은 관광객들에게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데, 특히 종이를 좋아하는지 사슴에게 지도를 뺏기는 사람을 두 명이나 보았다.


신사가 항구처럼 생겼다고 해서 생각보다 대단한 감흥이 든 것은 아니었지만 온통 붉은색으로 칠해진 기둥이 바다와 대비되어 굉장히 신선하고 감각적인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주된 관심은 토리이인데 경내 사진 명당이 있다. 바다 쪽으로 볼록 튀어나온 청동제 등이 있는데 토리이를 정면으로 볼 수 있어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한참이나 줄을 서서 사진을 찍어보면 사실 토리이가 아주 작게 나와서 별로 볼품이 없다.


이쓰쿠신사를 나오면 바로 대원사라는 불교 절이 나오는데 신토와 불교가 사이좋게 콜라보되어 있는 느낌이 묘하다.


우리는 언덕을 한참을 걸어 올라가면 나오는 다이쇼인 이라는 절에 갔다. 가는 길에 사슴 스폿이 하나 있는데 사슴이 아주 많았다. 살짝 냄새는 났긴 했지만.


85EF4622-11C1-47C2-B682-EF88A74CE206_1_102_a.jpeg 다이쇼인 가는 길 공터에 있는 사슴들


다이쇼인은 산 정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높은 곳에 있어서 나름 전망대같이 조성되어 있는 공간이 있다. 신사 쪽 전망을 바라볼 수는 있으나 기대했던 것만큼 좋은 풍경은 아니었다. 다만 절에 올라가는 길이 꽤 흥미로웠는데 수많은 석상에 붉은색 실로 짠 모자를 씌우고 목에도 천을 둘러놓아져 있었다. 여러 신자들이 손으로 짠 것인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었다.


B78AF179-20B3-4D22-AD7F-97B67B3DE080_1_201_a.heic 다이쇼인 가는 길. 살짝 무섭기도 하다


절에서 내려오니 어느덧 간조 시간이 되어 토리이에 물이 빠져 있었다. 땅이 뻘이 아니라 단단한 모래라서 신이 젖을 걱정은 별로 없었다. 가까이에서 본 토리이는 생각보다도 더 커서 굉장했다. 실제로 보면 크기가 주는 위용과 압박감이 상당하다.


5DCD3D47-DF3E-49AD-9FA6-3D1681DC559D_1_201_a.heic 간조 때의 토리이


신사에서 가까운 데에 미야지마 오모테산도 상점가가 있다. 이곳은 일본 유명 신사 주변이면 항상 있는 전통 목조 건물이 늘어선 상점가인데 규모가 상당하고 사람이 굉장히 많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마치 남대문 시장에 온 느낌이다. 여기에서 다양한 먹을거리들과 기념품들을 파는데 곰 모양의 유명한 캐릭터인 리락쿠마 카페도 있다. 정신없는 분위기가 딱 교토에 온 것 같다.


8B79CF4B-8436-4A23-8170-1DC736E65F2F_1_201_a.jpeg 오모테산도 상점가. 사람이 아주 많다.


한국에서 오려면 비행기를 타고 히로시마로 와서 기차를 타고 또 배를 타야해서 좀 복잡하기는 하다. 그래도 신사도 보고 절도 보고 사슴도 보고 상점가도 구경할 수 있으니 종합선물세트 같은 좋은 구성이다.



강쉡의 먹방일기


히로시마에 왔다. 조용한 소도시에는 원폭이 할퀴고 간 흔적이 상처처럼 남아있다. 첫날 시내를 구경하고 히로시마를 베이스캠프로 하고 근교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히로시마 원폭돔을 구경하고 히로시마 성에 가서 산책을 했다. 원폭 피해를 견뎌냈다는 지금은 기괴한 형상을 한 나무가 인상 깊게 기억에 남는다.


저녁식사를 위해 히로시마 동네 마트를 갔다. 일본은 동네마트에도 델리식품들이 잘 되어 있어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하기에 좋다. 오믈렛처럼 계란을 감싼 오무야키소바가 맛있게 보여 구매했다. 초밥은 한국마트에 비해 절반가격이므로 늘 구매한다.


IMG_3426.jpeg 마트에서 한 초밥과 오무야키소바


다음날 이쓰쿠시마 신사에 갔다.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데 멀리서 빨간 토리이가 보인다. 섬안은 경치 좋은 공원 같이 되어있고 관광객과 다양한 행사로 복작복작 해 축제 분위기다. 사슴이 여기저기 관광객 사이로 돌아다닌다.


멋진 자연 사이로 솟아있는 도리이는 정말 특이하다. 물 위에 덩그러니 있는데 주변의 풍경을 신비하고 비현실적이게 만든다. 오전에 관광을 쭉 하고 오면 오후에 물이 빠진 해변으로 걸어가 가까이에서도 볼 수 있다.


신사로 가는 길목에는 다양한 먹거리와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이것저것 고르며 다니는 재미가 있다.


카레 굴 고로케


굴이 유명하여 여기저기서 석화를 구워 파는데 가격이 싸지 않아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다. 한국에서는 박스째 사서 먹는데 꼴랑 한 개 먹어봐야 감질나기도 하고. 그런데 이것은 굉장히 특이한 조합이다. 카레+고로케에 굴이라니... 호기심이 자극된다.

한입 베어 무니 굴의 향과 맛이 카레와 오묘하다. 바삭한 고로케와 조화를 이루려다... 말았다. 약간의 비릿함이 있어 호불호가 있는 특이한 조합이긴 했다.


IMG_2101.heic 카레 굴 고로케


단풍나무 만쥬


히로시마현에는 다양한 명물 음식이 있는데 그중에도 석화, 장어, 그리고 단풍나무 만쥬가 유명하다. 단풍나무 만쥬는 실제로는 빵에 더 가깝다. 겉이 크리스피 한 페스트리로 되어 있어 우리나라에서 한참 유행했던 크로플처럼 바삭하다. 속 안은 크림, 팥, 잼 등등 다양한 고명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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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쿠와 어묵 구이


구멍이 뻥 뚫린 길쭉한 어묵을 치쿠와 어묵이라고 하는데 노릇하게 굽는 어묵 냄새에 이끌려 사게 된다. 돌돌 돌아가는 어묵에 손잡이를 꽂아서 주는데 구운 어묵의 겉바속촉한 식감이 좋다. 기름지지 않고 담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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