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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 에이치로의 고향 구마모토, 활화산의 도시 아소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이 글은 함께 여행한 두 명의 저자가 참여하였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에서는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오변이, <강쉡의 먹방일기>에서는 여행하며 먹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강쉡이 썼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


우리는 시마바라 항에서 구마모토로 가는 배를 탔다. 2층으로 되어 있는데 꽤 크고 고급진 배였다. 구마모토 항으로 들어오자 '어서오세요'나 '환영합니다'도 아니고 아주 쿨 하게도 ‘웰컴 구마모토’라는 한글 표지판이 반겨주었다.


쿨하게 웰컴 구마모토


구마모토 항에서 시내로 가는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 정도 있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배는 굉장히 큰 배였는데 배 크기에 비해 승객이 많지 않아 굉장히 쾌적하긴 했다. 그래서 항구에서도 별로 사람이 없고 버스 안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구마모토 시내로 들어가자 거의 유물급의 노면전차가 반겨주었는데 막상 타 보니 겉모습과 달리 내부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좋게 생각하면 오래된 것을 잘 버리지 않고 아껴 쓰고 절약하는 일본 스러운 모습이었다.


구마모토 노면전차


우리가 처음 간 곳은 <스이젠지 조주엔>이었다. 연못을 중심으로 조경을 한 전통적인 일본식 정원이다. 원래는 <스이젠지>라는 절이 있었던 곳인데 구마모토를 다스렸던 호소카와 타다토시가 1632년에 중건을 하고 그 손자인 쓰나토시가 절 주변에 현재와 같은 정원을 조성했다. 일본 정원답게 정갈하고 깔끔하게 꾸며진 정원이다. 일본 정원을 많이 안 봤으면 흥미로웠을 것 같은데, 사실 자주 봐서 별 감흥이 들지는 않았다. 입장료가 있기 때문에 현지 주민들이 산책하러 오지는 않을 것이라 상당히 한적한 정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 기념품 숍이 있기는 한데 많이 문을 닫았고 별로 구미가 당기는 가게도 없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엄마, 아빠, 아이의 세 명이 일본 전통 복식을 완전하게 갖춰 입고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게다와 양산까지 풀 착장이었다. 한복도 정식으로 갖춰 입으면 덥고 불편하지만 일본 기모노는 특히 다리 움직임에 제약이 많고 게다(나막신)는 아주아주 불편하다. 그래서 이 더위에 참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가족끼리 맞춰 입고 있으니 참 보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워낙 사람이 없었으니 사진 찍는 것이라도 도와줘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아이는 엄마가 아빠를 시켜 우산과 여러 가지 소품을 활용해 독사진을 찍고 있었고, 아이는 엄청 짜증을 내고 있었다. 엄마는 아이한테 뭐라 뭐라 하면서 다그쳤는데 사실 워낙 땡볕이었기에 짜증 내는 아이 쪽에 공감이 갔다. 사실은 중국계 관광객이었는데, 인스타의 무서움은 역시 세대와 국적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스이젠지 조주엔


우리는 <스이젠지 조주엔>을 떠나 <구마모토 현청>으로 갔다. 광화문 앞에는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있으나, 구마모토 현청에는 누구의 동상이 있을까. 바로 구마모토 시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오다 에이치로의 작품 <원피스>의 주인공 몽키 D. 루피의 동상이 있다.


구마모토는 2016년 4월에 있었던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이에 지진 피해지를 돕기 위한 행사의 하나로 <ONE PIECE 구마모토 부흥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2018년 11월에는 구마모토 현청에 <루피상>을, 2020년 11월에는 구마모토시 동식물원에 <쵸파상>이 설치되고, 그 외에 구마모토현 곳곳에 우솝, 프랑키, 상디, 부룩, 조로, 나미, 로빈의 동상을 순차적으로 세운다. <원피스>를 좋아하는 나로서도 환영할만한 아주 재미있는 프로젝트다. 다만, 지방 관광 행정에 대해 1도 모르는 나로서는 무너진 구마모토 성의 복구나 관광하기 불편한 아소산의 인프라나 좀…이라는 불경한 생각이 먼저 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구마모토 성 외에는 관광자원이 부족한 구마모토 시에서 루피 동상이라도 있으니 관광객에게는 소소한 재미를 준다.


구마모토 현청 앞. 몽키 D. 루피 동상


그렇게 몽키 D. 루피 동상을 찾아본 후 구마모토 성으로 갔다. 구마모토 성은 2016년 지진 때 큰 피해를 입어 성곽의 상당 부분도 무너졌고 건물 역시 많은 피해를 입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복구 중이다. 유적을 아파트 짓듯이 후딱 해치워 복구할 수는 없겠지만 이 속도라면 과연 이번 세기 안에 과연 복구가 다 끝날까 싶긴 했다. 구마모토 성은 굉장히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입장이 어렵거나 들어갔어도 금방 나와야 하는 때였다. 그래서 그냥 성 주위를 걸어서 둘러보기로 했다.


<구마모토 성>은 일본 3대 성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3대 성 중 나머지는 오사카 성, 히메지 성, 나고야 성이다. 나머지가 두 개가 아니라 세 개인 이유를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일본 3대 성’이라는 것도 특별히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구마모토 성은 한국인의 원수, 가토 기요마사가 임진왜란 이후 축조하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한 후 가토 기요마사는 구마모토로 전봉 하게 되었다. 가토 기요마사는 구마모토의 한자를 현재와 같이 ‘熊本’으로 고치고 임진왜란 참전 후 돌아와서는 전쟁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난공불락의 요새, 구마모토 성을 짓는다. 그러나 그의 아들 대에 들어 막부에게 성과 영지를 몰수당해 이후로는 호소카와 가문의 차지가 된다. 이후 구마모토 성은 여러 번의 지진으로 무너지고 다시 짓는 일이 반복되었다가 2016년 지진 때 큰 피해를 입은 후 현재도 복구가 진행 중이다.


구마모토 성은 규모도 굉장히 크지만 천수각이 굉장히 아름답다. 기와는 검은색을 사용하였으나 벽과 나머지 부분은 검은색과 흰색을 조화롭게 사용하였는데 처음 가토가 축조하였을 때에는 온통 검은색이었다고 하는 설이 있다. 전부 검은색이었다면 꽤 그로테스크한 느낌이었을 것 같은데, 또 한편으로는 더 인기가 있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복구 중인 구마모토 성


구마모토 성에서 나와 구마몬스퀘어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구마몬스퀘어는 구마몬 관련 상품을 전시하고 파는 곳이다. 구마모토를 관광하러 오는 사람 중 상당 수는 아마 구마몬 때문일 것이다. 구마몬은 규슈 신칸센을 유치하기 위하여 홍보를 위해 만든 캐릭터다. 지방정부에서 만든 캐릭터 중에 이 정도로 성공한 케이스를 찾기도 어려울 것같다. 구마몬의 성공은 이후 일본은 물론 한국의 많은 지방정부의 예산 낭비의 원인이 되기도 한 것 같다. 귀여운 것이라면 역시 고양이인데 곰을 귀엽게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구마몬은 한편으로는 굉장히 일본 스럽기도 하다. 일본에서 많이 사용하는 검정와 흰색, 마치 일장기가 연상되는 빨간색 원으로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우리나라의 펭수와도 비교되는데, 애초에 지방정부 홍보가 목적이었던 구마몬과 지자체 홍보와 전혀 상관없이 EBS 프로그램의 한 코너로 시작한 펭수와는 태생 자체가 다르다. 게다가 구마몬은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지만 펭수는 펭귄이다.


우리는 구마몬스퀘어도 혹시 늦을까 봐 걱정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리뉴얼 중이었다. 문을 열지 않고 있으면 구글 지도에라도 표시를 해 놓지, 이 곳을 찾는 외국인을 위한 배려가 아쉽다.


구마몬스퀘어는 리뉴얼 중


그렇게 짧은 구마모토 시 여행은 허무하게 끝났다.


다음날 우리는 일찌감치 버스를 타고 아소 역으로 갔다.


아소역은 아주 한적한 곳이다. 여기서 내리는 사람은 대부분 아소산으로 가는 관광객들인데 사람이 그다지 많지도 않았다. 근처에 숙소가 워낙 없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도 없이 그저 검색되는 게스트 하우스를 예약했다.


숙소로 가는 길 주변은 논과 축사가 있는 전형적인 농촌의 풍경이었다. 주위에 사람이 워낙 없어서 이쪽으로 가는 것이 맞나 싶기는 했지만 조금 걸어가자 이내 주택가가 나타났고 게스트하우스 역시 그 주택가 한가운데에 있었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아소산으로 가기 위해 다시 아소역으로 갔다.


아소 역


아소산에 가려면 아소역에서 버스를 타고 아소산 버스터미널로 가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아소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산길을 뱅뱅 돌며 올라가는데 경사가 꽤 높고 길이 아주 좁다. 그래서 코너를 돌 때에는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보통 산길 코너 도로는 바깥쪽이 좀 넓게 설계되어 있는데, 이곳의 도로가 특이한 것인지 아니면 일본의 다른 도로도 그렇게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버스의 내륜차 외륜차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도로가 설계되어 있어 맞은편에서도 버스가 오면 교행 하지 못하고 한 대가 서서 기다려야 한다. 그나마도 차선폭이 워낙 좁아서 정말 아슬아슬 지나가야 하는데 웬만큼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접촉사고가 나기 딱 좋다.


아소산 버스터미널에서 아소산 전망대까지는 또 다른 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버스터미널까지는 일반 자동차로도 갈 수 있으나 정상에는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 오로지 이 버스를 타거나 걸어가야 한다. 아마도 화산 분화 때 대피의 문제 때문인 것 같기는 했다.


우리는 아소산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던 데다가 산길을 올라가는 것이 부담되니 버스를 탔다. 사실 관광객 대부분이 이 버스를 타기 때문에 터미널에 도착하는 버스 시간에 딱 맞춰 전망대로 올라가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 버스의 요금은 일본에서도 상당히 비싼 편이라서 꽤 많이 올라가겠지 생각했는데 정말 겨우 몇 분만 가면 도착한다. 이렇게 독점으로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가격이 비싸면 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시나 관리당국에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관리당국에서 비싸게 받으라고 한 것인지 모르겠다. 사실 걸어가도 별로 다리가 아프지 않을 정도의 거리고 차창으로 보니 슬슬 걸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가까운 줄 알았으면 그냥 걸어갔을 것 같다.


아소산의 최고봉은 나카다케인데 1,592m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바람도 꽤 세게 불기 때문에 좀 쌀쌀하다.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은 많은데 사실 분화가 꽤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에도 아소산도 분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었는데 4월 16일 실제로 소규모 분화가 있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8일에도 또 분화했다. 2019년에도 분화가 있었고, 2021년 10월 20일 분화때에는 화쇄류가 1km까지 떨어진 곳까지도 도달했다.


이렇게 잦은 분화가 있는 데다가 분화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스의 양도 엄청나기 때문에 자주 입산이 규제되고 있다. 하지만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하고 아소역으로 가는 교통편이 많지 않아서 그렇지 산의 높이에 비해서 많이 걷지 않아도 되고 편하게 구경을 할 수 있으니 관광의 난이도는 아주 낮은 편이다.


버스를 타고 나카다케 전망대에서 내리면 먼저 반겨주는 것은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만들어진 비상대피소다. 꽤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이곳이 진짜 자주 분화가 일어나는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탐방로는 나무데크로 잘 정비되어 있는데 모든 탐방로를 다 둘러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상당히 많은 부분이 비공개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탐방로를 따라 산 위에 올라가면 정말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다. 화산이 많은 일본이지만 실제로 거대한 산이 엄청난 가스를 내뿜고 있는 모습은 여기가 아니면 편하고 쉽게 보기가 어렵다. 화산 특유의 유황냄새가 나고 주변에는 나무 한 그루 없이 겨우 작은 풀들만 자라고 있고 무지개 빛의 단층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마치 외계 어딘가에 온 분위기다. 살아있는 엄청난 화산의 위용에 살짝 무섭기까지 하다.


한참 사진을 찍고 즐기다 보면 내려가는 버스를 탈 시간이 빠듯하다. 버스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니어서 놓치면 걸어가거나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우리가 슬슬 내려가려고 할 때 갑자기 비가 많이 쏟아졌기 때문에 결국 비싼 버스를 타고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관람 시간이 짧아서 많이 아쉬웠다.


엄청난 가스를 내뿜고 있는 아소 산


독특한 화산 지형의 아소 산


아소역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가 중간에 내렸다. 올라오면서 차 안에서 굉장히 멋진 풍경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내린 곳은 바로 대초원 쿠사센리였다. 눈이 밝아지는 듯한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고 한가운데에 연못이 형성되어 있다. 스케치북을 주고 아름다운 산을 그려보라고 한다면 그림으로나 그릴법한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쿠사센리는 두 구역으로 나눠진 듯한데 한쪽은 소를 방목해서 키우는 곳이고 나머지 한쪽은 사람이 출입하는 곳이었다. 다만 그 구분이 엄격하게 나눠져 있지는 않다. 소를 키우는 쪽에는 아마 관리하는 사람과 같이 출입할 수 있는 것 같고, 나머지 쪽으로는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데 이 두 구역 사이에는 장애물이 없어서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연못으로 가는 길은 그냥 생 초원을 가로질러야 한다. 돌이나 나무데크로 길이 정비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아마 사람이 자주 출입하여 자연스럽게 생긴 것으로 보이는 흔적을 따라 가는데, 그 흔적도 분명하지는 않다. 그동안 비가 꽤 와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 땅이 꽤 축축하고 질퍽했다. 중간에 소똥 지뢰도 있어 잘 피해야 한다. 정말 이 멋진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데 사진을 아무리 열심히 찍어도 눈에 보이는 풍경은 담기지 않았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한계인가 아니면 그냥 카메로는 담을 수 없는 풍경인 것일까.


쿠사센리 초원


그렇게 우리는 쿠사센리까지 알차게 구경하고 휴게소로 와서 할머니가 만든 떡을 사 먹었는데 할머니는 커피도 주고 초콜릿도 주고 맛있지? 하시면서 뭔가 자꾸 먹으라고 퍼 주신다. 여기 오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저렇게 다 퍼줘도 되나 싶었다. 정이 많은 할머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아소역으로 돌아왔는데 역 바로 앞에 온천이 있다. 그래, 화산에 왔으면 온천을 해야지, 하면서 온천에 가 피로를 풀었다. 어제도 온천 두 번을 하고 내일도 온천하러 가는데 매일매일이 온천이다.


온천을 마치고 또 커피우유 한잔을 하고 나오니 역 앞에서 어린아이 둘이 분수에서 놀고 있었다. 참 평화롭고 한가로운 마을이다.


아소 역 앞 온천




강쉡의 먹방일기


시마바라에서 구마모토로 가는 길은 육로로 가는 것보다 배로 가는 것이 훨씬 빠르다. 그래서 시마바라 항으로 가 구마모토로 가는 배편을 끊었다. 마치 공항 게이트에서 비행기를 탈 때처럼 긴 통로를 지나면 거대한 유람선이 보인다. 푸른 바다를 보면서 사진을 찍다 보니 1시간 만에 구마모토 항에 도착했다. 그나저나 이 큰 배에 사람이 이다지도 없다니 잘 유지가 될 수 있을까 싶었다.


구마모토는 꽤 큰 도시였다. 여기저기 구마모토 캐릭터인 검은 곰, 구마몬이 여기저기서 웃고 있었다.



카이라쿠엔 | 타이피엔(태평연)


푸젠성의 화교들이 넘어와서 개량한 일본풍 중화요리인데, 지금은 구마모토의 명물이 되었다. 닭뼈를 푹 고아 우리네 삼계탕 국물처럼 진하고 맑다. 면은 쫄깃한 당면이 들어가고, 다양한 채소들이 푸짐하게 들어간다. 새우, 돼지고기 등 다양한 토핑이 올라가는데, 특이한 것은 무조건 튀긴 달걀이 고명으로 올라간다는 점이다. 기호에 맞게 오향 가루를 뿌려 먹는다. 당면이 가늘고 탱글탱글해서 후루룩 잘 넘어가며 우리가 갔던 날도 미친 듯 더웠어서 마치 복날 삼계탕 같은 보양식을 먹는 느낌이었다.



구마모토 현에는 특이한 이벤트가 있는데 유명한 만화 <원피스>의 캐릭터 동상이 관광지 여기저기에 보물찾기 하듯 있다. 우리는 구마모토 시청과 아소산 역에서 각각 주인공 루피와 동료인 우솝 동상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우리 말고도 여러 관광객들이 동상을 보면 사진을 찍었는데, 다 큰 어른들이 옆에서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노라면 동심으로 회귀하는 기분이다.


아소 역 앞 우솝 동상


우리는 구마모토 시내를 관광한 후 아침 일찍 아소역으로 갔다. 대부분의 관광지가 오후 다섯 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우리는 의도치 않게 아침형 인간으로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활화산 분화구를 구경하기 위해 두 번이나 버스를 갈아탔다. 꽤 먼 거리였지만 가는 동안 보이는 풍경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거대한 화산에서 유황가스기 내뿜어지는 풍경은 현실적이지 않아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사진으로 담기지 않는 거대한 풍경이 경이롭고 신기하다. 높은 지대라 생각보다 많이 추웠고 날씨요괴의 저주로 비가 조금씩 떨어지더니 내려올 때쯤에는 세차게 퍼부었다. 휴게소에 들러 몸을 말리고 이런저런 구경을 하며 간식을 사 먹었다.



아소 산 올라가는 휴게소 |


이키나리 당고


구마모토현의 간식으로 여기저기 많이 팔고 있다. 우리나라 감자떡과 비슷한 모양이다. 우리는 휴게소에서 직접 할아버지가 만들고 있던 것을 사 먹었다. 떡을 사니 같이 계신 할머니께서 따뜻한 커피를 함께 주셨다. 떡 안에는 찐 고구마 덩어리가 통으로 들어가 있고 달달한 단팥소가 같이 들어가 있다. 쫀득한 떡과 고구마 단팥앙금이 소박하지만 정겨운 맛이다.



말고기 꼬치


구마모토는 말고기 산지이기도 하다. 휴게소 입구에서 숯향을 피우며 말고기 꼬치를 팔고 있어서 하나 시켜봤는데 대실패라 할 수 있겠다.


관광지 음식이 그렇긴 하지만 숯불에 초벌 된 상태가 아니고 숯불에 올려놓고 토치로 구워준다. 덕분에 겉은 타서 쓴맛이 많이 났고 결정적으로 소금을 오지게 뿌려줘서 많이 짰다. 그래도 말고기 특유의 육향과 질김은 경험해 볼 수 있었다. 한번 경험해본 걸로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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