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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변호사 오광균 Aug 15. 2023

주유패스 들고 어서 오사, 오사카

이 글은 함께 여행한 두 명의 저자가 참여하였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에서는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오변이, <강쉡의 먹방일기>에서는 여행하며 먹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강쉡이 썼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


우리는 히메지를 떠나 오사카로 갔다. 신오사카역에 도착하자 이전까지 없었던 어마어마한 인파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우리가 일본에 와서 시골만 돌아다녔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대도시에 입성한 것이다. 인구밀도가 높아지니 사람들이 모두 바빠졌고 불친절해졌다. 아무 상관없는 내 마음도 급해지는 듯했다. 오사카가 처음인 것도 아닌데 일본같지 않고 굉장히 낯설었다.


오사카 시는 오사카 부에 속한 행정구역이다. ‘부’라는 행정구역은 오사카부와 교토부밖에 없는데 사실 부와 현은 역사적인 이유 외에는 차이가 없다. 현이나 부는 한국의 ‘도’와도 비슷한데 ‘도’보다는 규모가 많이 작다. 


일본의 주소를 쓸 때 우리나라에서 ‘시, 도’를 쓰듯 ‘도도부현’을 선택하거나 쓰게 되어 있을 때가 많다. '도도부현' 중 처음 도는 도쿄도 한 곳밖에 없고, 두 번째 도는 홋카이도 한 곳밖에 없다. 세 번째 부는 오사카부와 교토부의 두 곳밖에 없다. 나머지는 43개는 모두 현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 입장에서는 그냥 다 현으로 합쳤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뭐 이렇게 된 것도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부와 현의 명칭은 대표적인 시의 명칭을 그대로 따 온 때가 많다. 그래서 가령 나가사키라고 하면 나가사키현을 말하는 것인지 나가사키시를 말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오사카도 마찬가지여서 오사카시는 오사카부에 속해있다. 


오사카부의 인구는 870만 명 정도로 일본의 도도부현 중 2위다. 중심도시는 당연 오사카 시인데 오사카시의 인구는 270만 명 정도 된다. 그냥 오사카라고 할 때는 오사카부를 말할 때가 많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오사카 여행을 하면서 근처 나라나 고베를 갈 때가 많은데 나라와 고베는 모두 다른 현에 속해있다.


오사카는 오랫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의 외항으로서 성장하여 일본 상업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다. 16세기 후반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사카성을 짓고 짧게나마 정치적 중심지의 역할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한 후 정권을 잡은 두쿠가와 이에야스는 지금의 도쿄 일대인 에도에 막부를 설치하여 소위 ‘에도 막부’ 시대가 열리면서 정치적 중심지는 에도로 옮겨가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미디어에서는 오사카 사람들은 대체로 성격이 급하고 공공질서를 잘 안 지키며 정이 많은 것으로 그려진다. 특히 애니메이션에서 오사카 방언을 쓰는 캐릭터들은 이러한 특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 관광객 입장에서 보면 다른 지역과 그다지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우리나라나 다른 외국인들에게도 오사카는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알고 있는데, 일본인들은 오사카가 관광지로서는 인기가 별로 없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오사카성이나 유니버설 스튜디오 외에 대단한 명소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에게는 인기가 많은 관광지가 된 이유는 내 생각으로는 ‘오사카 주유패스’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패스는 외국인만 구입할 수 있는데 1일권과 2일권이 있으며, 정해진 기간 동안 오사카 시내의 버스와 지하철, 심지어 사철까지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많은 관광시설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1일권은 2,800엔, 2일권은 3,600엔으로 꽤 비싼 편인데 무료입장 두어 번만 해도 본전은 뽑고도 남으니 상당히 이익이다. 무료입장을 할 수 있는 것 중 원래의 가격이 비싼 곳은 유람선들인데 우리는 유람선을 무려 세 번이나 탔다.


우리가 처음으로 간 곳은 우메다 공중정원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우메다 스카이빌딩 공중정원 전망대다. 우메다 스카이빌딩은 40층짜리 두 동의 타워로 되어 있는데 꼭대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중간에도 다리처럼 연결된 부위가 있다. 서울의 마천루를 생각해 보면 40층은 얼마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오사카에서 일곱째로 높은 건물이고 전망대에 오르면 사방이 뚫려있기 때문에 체감하는 높이가 상당하다.


아래에서 본 우메다 스카이 빌딩


이름은 공중정원 전망대이지만 정원은 없다. 전망대에 오르는 에스컬레이터가 은근히 무서운데 다 오르고 나면 바람이 많이 불어 살짝 부담은 되지만 엄청 무섭지는 않다. 주유패스로 무료입장을 하기 위해서는 오후 4시 전에 들어가야 해서 야경을 감상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주유패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입장료가 무려 1,500엔이나 하고 낮에도 꽤 볼만하다.


우메다 공중정원에서 본 오사카 시내


우메다 스카이타워 지하에는 식당가가 있는데 옛날 거리를 테마로 조성해 놓았다. 지하에 있기 때문에 대낮인데도 마치 메이지 시대의 저녁거리를 걷는 느낌이다. 은근히 구경거리가 많아서 갈만하다. 우리도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중간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빌딩은 맨 꼭대기와 지하가 모두 볼만한 것이다.


다른 도시를 다니다가 오사카에 오니 확실히 음식이 빨리 나왔다. 오사카만의 특징이 아니라 대도시의 특징이다. 대도시로 오면 마음이 급해진다. 그래서 음식도 빨리 나오고 직원들도 덜 친절해진 느낌이다.


그다음으로 산타마리아 데이크루즈라는 범선형 관광선을 타러 갔다. 산타마리아호를 복원한 서양식 범선인데 실은 엔진으로 가는 관광선이다. 이 배를 타고 오사카항을 바다에서 둘러볼 수 있다. 배에 타면 콜럼버스의 동상과 그를 소개하는 모형들로 꾸며져 있는데, 오사카항과 콜럼버스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배에는 어린아이들이 특히 많아서 입장을 하면 아이들이 하나같이 선수와 선미 갑판으로 우르르 몰려가 배에서 내릴 때까지 찰싹 붙어있다. 그래서 중간은 무척 한산한데 매점이 있어서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사 먹을 수 있다.


산타마리아 데이크루즈


이 관광선을 타러 가는 길에 덴포잔 대관람차와 레고랜드 디스커버리 센터, 카이유칸 아쿠아리움이 있는데 이 중 아쿠아리움을 제외한 두 곳은 주유패스로 이용할 수 있다. 사람들이 주로 모여 있는 곳은 가이유칸인데 상당한 규모의 아쿠아리움으로 고래상어와 해달 등을 볼 수 있으며 시간에 잘 맞춰가면 펭귄 행진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주유패스를 이용할 수 있는 대관람차를 탔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높이가 꽤 되었다. 멀리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보였다.


덴포잔 대관람차


해가 질 즈음이 되어 도톤보리로 갔다. 도톤보리는 에도 시대에 건설된 2.7km 길이의 인공 운하다. 도톤보리는 이곳 오사카 출신의 한국의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할 때 조성한 청계천과 비교될 때가 많다. 그러나 청계천과 달리 운하로 조성된 곳이라 배가 운항할 수 있다. 또한 운하 양쪽의 인도를 목재로 마감해 놓았기 때문에 걸을 때 느낌이 부드럽다. 다만 아무래도 물이 맑지는 않다.


청계천도 사람이 적지 않지만 이곳은 정말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그 와중에 무슨 공연을 한다는 사람들이 항상 길막을 하기 때문에 더더욱 혼란스럽다. 관광객은 한국인과 중국계가 절대적으로 많다. 그런데 해외여행 초보자가 워낙 많아서 길거리에서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여 눈살을 찌푸려지게 하는 때가 많다. 


사람으로 북적이는 도톤보리 주변


우리는 도톤보리에 가면 모두가 다 하는 구리코만(글리코맨) 간판 사진을 찍었다. 구리코는 1922년 설립되어 오사카에 본사가 있는 오래된 식품회사다. 굴을 넣고 우려낸 국물에서 글리코겐을 추출해 이를 캐러멜 안에 넣어 만든 영양과자를 만들어 ‘구리코’라는 상표를 달았다. 이 '구리코'를 오사카 미스코시 백화점에서 팔기 시작한 것이 이 회사의 시초다. 구리코는 ‘포키’라는 과자가 유명한데 이 과자를 거의 그대로 복제한 ‘빼빼로’가 우리에게는 더 익숙하다. 


오사카 명물 구리코만. LED로 바꿔서 옛날 정취는 없어졌다


도톤보리에 있는 구리코만은 1935년에 세워졌는데 일본의 마라톤 선수 카나쿠리 시조가 모델이라고 한다. 카나쿠리 시조는 1912년 스톡홀름 올림필에 참가해 레이스 도중 일사병으로 쓰러져 인근 농가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그런데 이 사실이 대회 주최 측에 전달되지 않아 경기 중 실종된 것으로 처리된다. 이후 1966년 스웨덴 올림픽 위원회에서 올림픽 개최 54주년 기념행사에 그를 초청하여 마라톤을 완주해 54년 8개월 6일 32분 20.3초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걸린 마라톤 완주 기록을 세운다.


예전에 이 구리코만을 본 사람이라면 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은데, 예전에는 네온이었다가 2014년에 LED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때에 따라 옷이 바뀌기도 얼굴이 바뀌기도 하고 배경이 바뀌기도 한다. LED로 바뀐 뒤 옛날 감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일본은 옛날 것을 잘 안 바꾸고 아껴 쓰고 고쳐 쓰는 나라인데 이런 건 바꾸다니 일본스럽지 않아 참 아쉽다.


도톤보리에 가면 꼭 먹어야 한다는 타코야키를 먹고 주변을 좀 구경을 하다가 예약을 해 놓은 배를 타러 갔다. 원더 크루즈라는 이름의 이 관광크루즈는 주유패스로 이용할 수 있다. 시설이 굉장히 낡았지만 운영하는 직원들이 굉장히 유쾌했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를 할 수 있는데 자리가 많지 않아 예약을 하지 않고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꽤 있었다. 


배를 타면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는데 나는 시끄러운 음악을 참 싫어하지만 신은 났다. 도톤보리 주변의 명소를 지날 때마다 설명을 해 주고 특히 명소인 구리코만 간판에서는 잠시 멈춰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도톤보리 원더크루즈


다음날 우리는 오사카 성으로 갔다. 오사카 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막부를 설치하여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 막부를 열기 전까지 잠깐동안이지만 정치적 중심지가 되었던 곳이다. 임진왜란의 역사로 인하여 한국인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감정이 있지만, 어쨌든 이곳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관련된 많은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오사카 성 천수각은 사실상 히데요시 박물관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그런데 사실은 오사카 성은 히데요시가 지은 그 성이 아니다. 히데요시가 지은 오사카성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의 전쟁에서 모두 소실되었고 해자도 완전히 매립되었다. 현재의 오사카성은 에도시대에 재건한 것이고, 대표적인 건축물인 천수각은 현대에 들어 복원한 건물인데, 사실은 복원하면서 고증이 잘못되었다고 한다.


오사카성 천수


이곳의 해자는 꽤 넓은데 배를 타고 관람할 수 있다. 이 배도 주유패스로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많은데 미리 예약을 할 수 없이 현장에서 티켓을 구입할 수만 있다. 우리는 오사카 성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배 매표소로 가서 배 티켓을 먼저 끊었다. 역시나 두어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그 시간 동안 천수각을 구경했다.


천수각 제일 윗 층에 오르면 오사카 시내를 바라볼 수 있는데 사실 대단한 장관은 아니고 주유패스가 있으면 호기심에 올라갈만하다. 나머지 층은 성의 역사를 소개하고 히데요시의 일대기를 홀로그램 같은 것으로 보여주었는데 꽤 재미있게 구성은 되어 있으나 사람이 워낙 많아서 꾸며놓은 수고에 비해 관람하기에 적절한 환경은 아니었다.


천수각을 구경하고 나서 나오려고 하자 날씨요괴 때문인지 갑자기 비가 어마어마하게 쏟아졌다. 하필 우산도 안 가져온 터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배 시간 때문에 그냥 뛰어나왔는데 막상 배를 탈 때쯤 되니까 비가 이슬비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해자에서 탄 배는 대단한 볼거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원숭이 모양의 돌을 찾으라는데 찾아보니 별게 아니었고 해자에서 본 천수각의 모습을 좀 기대했으나 사실 잘 안보였다. 그래도 해자에서 배를 타 볼 수 있다는 경험은 재미있었던 것 같다.


해자에서 본 오사카성 천수


이렇게 오사카성을 열심히 구경하고 나서 츠텐카쿠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츠텐카쿠는 한국식 독음으로 읽으면 통천각인데 하늘과 통하는 높은 건물이라는 뜻이다. 1912년에 처음 세워진 이후 전쟁 때 철골이 뜯겨 전쟁물자로 활용되었고 패전 후 1956년에 재건되었다. 국가 등록 유형문화재다.


역사적 의미가 있기는 하나 츠덴카쿠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3층에 설치된 슬라이더를 타러 온다. 코로나로 휴업하기 전까지는 하루 입장객이 100명도 채 안되었다고 한다. 2022년 중반에야 설치된 슬라이더는 3층에서 지하 1층까지 건물을 뱅 둘러 한번에 내려올 수 있는데 한 10초 정도 걸린다. 이 시설을 돈 주고 타라고 하면 꺼림칙하겠지만 주유패스로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인기가 없던 곳이어서 주변에 상권도 형성되어 있지 않아 좀 썰렁하다. 약간 상술이 있는 게 슬라이더 표를 사면서 주유패스를 내밀면 자연스럽게 타워 입장권도 같이 끊어 주는데 그래서 주유패스를 두 번 쓰게 만든다. 주유패스에 횟수 제한이 없어서 우리 입장에서는 별 상관이 없겠지만 아마 업체가 정산받을 때 유리해서 그런 꼼수를 쓴 것 같다.


나는 무서운 것을 워낙 싫어하지만 강쉡의 강요 때문에 타게 되었는데 츠텐카쿠 타워슬라이더는 그냥저냥 탈만 했다. 그래도 두 번 엄청 무서운 구간이 있다. 


츠텐카쿠 5층 전망대는 우에다 공중정원처럼 높지도 않고 유리창으로 막혀 있기 때문에 대단한 구경거리는 아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볼 수도 있지만 추가 요금이 있다. 5층 전망대에는 ‘빌리켄상’이 유명한데 발바닥을 손으로 쓰다듬으면 행운이 온다고 한다. 


빌리켄 상. 발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 한다.


4층은 빛의 전망대라는 테마로 번쩍번쩍하는 조명을 달아놨는데 좀 촌스럽다. 3층에는 구리코나 포키 관련된 상품을 팔고 전시하고 있었는데 츠텐카쿠와 구리코 사이의 관계는 잘 모르겠다. 이 정도 꾸며놓고 비싼 입장료를 받는 게 좀 아닌 듯 싶은데, 그래서 그런지 관람객은 대개 외국인으로 다들 주유패스를 끊어서 온 것 같기는 했다.


대단스럽게 볼 것이 없어 겨우 하루 100명도 찾지 않던 과거의 랜드마크가 슬라이더 하나로 수천 명이 찾는 명소가 되었으니 슬라이더를 설치하자고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회사에서 꽤 인정받았을 것 같다. 


츠텐카쿠 가는 길


우리는 마지막으로 헷부화이브(헵파이브) 대관람차까지 타면서 주유패스를 정말 본전의 몇 배까지 우려먹고 오사카 시내 구경을 마쳤다. 주유패스가 없었다면 그냥 흔한 노잼도시였을 것인데 주유패스 하나로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즐길 수 있었으니 참 좋은 관광상품인 것 같다. 올시코쿠레일패스처럼 모처럼 장사가 될 것 같으니 기습으로 가격을 50% 이상 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헷부화이부 점프 매장 앞

강쉡의 먹방일기


히메지에서 오사카로 왔다. 신오사카역 안내소에서 2일 동안 쓸 수 있는 오사카 주유패스를 끊었다. 외국인 관광객들만 쓸 수 있는 이 주유패스는 오사카에 있는 관람차, 전망대, 기타 다양한 명소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큰 도시를 테마파크로 바꿔준다. 1일권과 2일권이 있는데 1일권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많아 더 많이 구매한다고 한다. 기간이 여유롭고 간사이 와이드 패스가 있던 우리는 JR 교통수단도 사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체력안배를 위해 2일권을 구매했다. 


첫날 우메다스카이빌딩에 먼저 방문했다. 이곳은 공중정원이 있는 전망대로 오사카 시에서 7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두 동의 건물이 꼭대기에서 연결되어 중앙에 아트리움 같은 넓은 공간을 다리와 에스컬레이터가 교차하고 있다. 이 넓은 공간이 전망대인데 오사카 시내 경치를 360도로 관람할 수 있다. 일몰과 야경도 뛰어나지만 오사카 주유패스를 이용할 경우 오후 4시까지만 무료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첫 코스로 잡았다. 우리가 갔을 때는 다행히 맑은 날이어서 뻥뚤린 시내 경치가 훌륭했다. 다만 서울과 아주 비슷해 계속 보고 있으면 63 빌딩에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なにわ瓢天 |


에비동 세트


우메다스카이빌딩 지하 1층에는 우리나라 고메스트리트처럼 맛집이 모여 있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매장마다 입구에서 도시락을 팔고 있다는 정도. 관광의 도시답게 기존 지방도시와 달리 음식이 나오는 속도가 아주 빨랐다. 날씨가 매우 더웠던지라 냉우동으로 시켰는데, 우리는 줄곧 다카마쓰 수제우동을 많이 먹은 터라 무딘 사람도 느낄 정도로 면발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탱글탱글함이 다르지만 빠르게 나와 배고픔을 해결해 주었고 감칠맛 나는 타래소스가 끼얹어진 에비동의 퀄리티는 훌륭했다. 



보통 더운 날이면 낮에는 휴식을 하고 움직이지만, 주유패스를 구매했기 때문에 평소에 없던 체력을 발휘해 관광 후 해 질 녘 도톤보리 넘어왔다. 


도톤보리는 원체 사람이 많은 관광지역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적은 소도시에서 여유를 즐기던 우리에게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곳이었다. 흐르는 강과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 형형색색의 간판들이 영상으로만 보던 오사카 안에 들어와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하였다. 사실 그렇게 유명한 글리코 간판도 잘 몰랐는데 막상 와서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간판이 잘 보이는 다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물론 우리도 열심히 찍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똑같은 행동을 하며 즐기는 관광객 모드도 여행의 재미인 것 같다. 알아보니 글리코는 글리코겐이 들어간 영양간식부터 과자를 생산하는 대형 제과 업체라고 한다. 



앗치치혼포 |



타코야키 


오변은 오사카를 몇 년 전에 온 적이 있다고 하는데 타코야키를 먹으러 또 오고 싶다며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음식에 여행일정을 맞출 정도로 열정적인 나로서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줄을 서서 약 20분 정도, 짧다면 짧게 기다린 후에나 영접할 수 있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오사카식 만의 타코야키 굽는 방식이 있는데 고열에 바삭하게 구워 진한 갈색이 된 겉면에 속에는 흐를 정도로 몰캉몰캉하다. 뜨거워서 호호거리며 입안에서 몇 번 굴리면 꼴딱 넘어가는데 그 감칠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듬뿍 올린 쪽파와 짭짤한 소스, 마요네즈의 조합은  맛이 없을 수 없는 반칙 수준이라 하겠다. 단 꼭 속을 찢어서 한 김 빼고 먹기를 추천하는데, 매우 뜨거워서 비명횡사할 수 있다. 세트로 시킨 멜론소다와 궁합이 잘 맞는데 누가 봐도 색소가 들어간 이 불량식품 같은 음료가 왜 이렇게 맛있는지 모르겠다. 



다음날 오사카성으로 갔다. 여기저기 붙인 금박과 조형물이 멋스럽고 화려한 성이다. 천수각은 역사박물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전쟁이야기가 그 주를 이룬다. 역사를 기록한 병풍과 갑옷, 장식물 등이 전시되어 있다. 꼭대기 층은 역시 전망을 바라볼 수 있는데 개방감이 좋아  경치를 보기 좋다.


주유패스가 있으면 배를 타고 이곳의 성곽을 둘러볼 수 있는 고부자네 뱃놀이를 무료로 탈 수 있다. 물에서 올려다보는 성의 경치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오후에는 츠텐카쿠로 갔다. 역사 속 오사카의 상징이 오사카 성이라면 1956년에 완성된 츠텐카쿠는 오사카 근대역사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겠다. 이곳 역시 전망대를 주유패스로 이용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입장료가 아까워 올라가지 않았던 천수각과 전망대들을 오사카에서는 한풀이를 하듯 다 올라갔다.


이곳 전망대의 경치 포인트는 근처에 있는 텐노지 동물원인데 잘 보면 움직이는 동물들을 볼 수 있다. 전망대에는 발바닥을 문지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빌리켄 동상이 있는데 모두들 문질러서 발바닥이 움푹 파여있다. 우리도 발바닥을 만지며 오천만의 소원인 로또 당첨을 디테일한 날짜 설정까지 하며 빌어 보았다. 물론 아직 소식은 없다.



쿠시카츠 다루마 신세카이본점 |


츠텐카쿠 근처에 쿠시카츠를 판매하는 곳이 몰려있다. 쿠시카츠는 재료를 꼬치에 꿰어 튀김옷을 입혀 튀긴 요리로 오사카 신세카이가 발상지라고 한다. 소고기가 기본이지만 어패류나 채소 등 다양한 재료를 한데 묶어 쿠시카츠라고 한다. 이곳은 특이하게 큐알코드를 찍어 사이트 접속 후 주문을 하는 방식인대 주문한 즉시 튀겨준다. 



15 꼬치 모둠세트


각기 다른 재료의 꼬치와 전체요리를 한 개 준다. 전체요리는 도테야끼라고 하는데 곤약과 돼지 껍질을 단짠하게 조려낸 조림이다. 부들부들하고 단짠단짠한 돼지껍질과 곤약이 바삭한 쿠시카츠와 다른 식감과 맛으로 조화롭게 어울린다. 없던 맥주욕구를 부른달까.


쿠시카츠는 튀김옷이 덴뿌라와는 다르고 고로케나 핫도그 느낌에 좀 더 가깝다. 우스터 느낌의 묽은 소스와 시치미를 뿌려 먹는다. 다양한 속재료의 튀김이 맛난데 다채로운 재료가 한 개 한 개 맞춰가며 먹는 재미가 있다. 


15종 꼬치는 떡, 새우, 비엔나, 치즈볼, 아스파라거스, 돼지고기, 소고기, 고구마, 어묵, 연근이 기본이고 계절 채소와 식재료를 더해준다. 우리가 간 곳은 소스가 각 병에 담겨 있었지만 원래 오사카식은 공용 소스통을 두고 한 번씩만 찍어 먹는 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고 이 방식이 원래 전통방식이었다고 한다. 위생 이슈로 코로나 이후에는 개인 세팅으로 많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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