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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호사 오광균 Aug 16. 2023

아리아리 스리스리, 아리마 온천

이 글은 함께 여행한 두 명의 저자가 참여하였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에서는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오변이, <강쉡의 먹방일기>에서는 여행하며 먹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강쉡이 썼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


온천을 오랫동안 쉰 것 같아서 오사카에서 가까운 아리마온천에 가기로 했다. 아리마 온천은 고베현에 있는데 오사카에서 바로 가는 버스도 있지만 기차를 두 번쯤 갈아타고 갈 수도 있다. 우리는 간사이와이드 패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두 번 정도 기차를 갈아타고 가기로 했다. 갈아타야 할 기차는 역에 도착하면 바로 맞은편 홈에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시간 낭비도 없었고 한글로 다 표시가 되어 있어서 환승이 수월했다. 기차는 굉장히 오래되어서 수도권 옛날 국철 느낌이었다. 


숙소는 오사카에 두고 아리마 온천은 당일치기로 갔다 왔는데, 온천 근처 숙소가 워낙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짐을 가지고 왔다 갔다 하기도 귀찮고 일정을 짜기도 힘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리마 온천 가는 기차 안


아리마 온천은 온천 많기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굉장히 오래된 온천이다. 오오나무치노미코토와 스쿠나히코노미코노의 두 신이 최초로 발견하였다는 신화가 있다. 두 신이 아리마를 찾았을 때 세 마리의 상처 입은 까마귀가 웅덩이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는데 며칠 만에 그 상처가 아물었고, 그 웅덩이가 온천이었다고 한다. 이후로 신은 온천을 알려준 세 까마귀만 아리마에 살 수 있도록 허락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이 어떻게 아리마 온천에 살게 되었는지는 설화를 찾아봐도 나오지 않아서 모르겠다.


아리마 온천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34대 사이메이 덴노(593~641년)와 36대 다카노리 덴노(596~654년) 무렵이라고 하며, 두 덴노의 행차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그 후 1097년 아리마 온천은 대홍수가 일어나 주변 인가가 모두 휩쓸리고 온천도 거의 괴멸할 정도의 큰 피해를 입었다가 거의 100년 후에나 재건되었고, 또다시 1528년 대화재로 인하여 초토화된다. 이후 1545년에는 전쟁으로 피해를 입고 1576년에도 대화재를 맞게 된다. 


그러다가 1597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대규모의 개수공사에 들어간다. 히데요시는 이미 그전부터 심신의 피로를 풀기 위해 아리마 온천을 방문하고 지원해 왔는데, 아리마 일대에 큰 지진이 있었고 그 이후부터 온천의 온도가 급상승하는 일이 생겼다. 그래서 다음 해에 대규모로 개수공사에 들어갔다. 히데요시는 개수공사를 마치고서 새로 생긴 온천에 어전을 짓고 입탕 할 예정이었으나 거센 비바람으로 공사가 연기되던 중 사망하고 만다. 비록 히데요시는 온천의 완성을 보지 못하였지만 그의 대규모 사업 덕택에 에도 시대에도 아리마가 번성하게 되었고, 에도 후기부터는 일반인들도 많이 찾아 휴식을 취하는 인기 있는 명소가 되었다. 


역에서 내리면 보이는 개천. 물살이 꽤 세다.


아리마 온천은 인공적으로 땅을 파는 기술이 없던 시절에도 자연에서 용출되었던 온천으로 지금도 300m 이내의 얕은 곳에서 온천수를 채취한다고 한다. 


아리마 온천은 금천과 은천으로 유명하다. ‘금천’과 ‘은천’은 아리마 온천 여관 협동조합에서 상표로 등록해 놓아 다른 온천지역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철 성분이 함유된 염화물천을 금천, 그렇지 않은 천을 은천이라고 부른다. 금천이나 은천 모두 원천에서는 투명한 색이라고 하는데 금천은 공기에 닿아 변색되어 녹슨 쇠 색깔이 난다. 은천은 우윳빛도 있고 투명한 탕도 있다.


아리마에서는 금천과 은천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온천이 몇 군데 있다. 교통수단과 온천 입욕료까지 합해진 티켓을 팔 기는 하나 그러한 온천은 입욕료가 굉장히 비싸다. 적당히 비싼 정도가 아니라 수백 엔이면 즐길 수 있는 온센 입욕료를 수천 엔을 받고 있으니 딱히 매력이 있는 티켓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냥 이 온천 마을의 대표 온천인 긴노유(금탕)와 긴노유(은탕)에 가기로 했다. 한글로 적으면 둘 다 ‘긴노유’라고 해야 하지만 구별을 위해 금탕을 ‘킨노유’라고 하기도 한다.


아리마 온천 거리


예전에 한국에서도 쇳빛이 나는 탄산천에 간 적이 있는데 탕이 찬물이었다. 그래서 금탕도 혹시나 차가울까 싶었는데 차갑기는커녕 오래 참기가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뜨거운 물이었다. 물이 강한 산성이어서 상처가 있는 부위가 따끔거리기도 했다. 금탕은 아리마 온천 마을의 입구에 있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이 굉장히 많고 밖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지만 막상 안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다들 어디에서 온천을 하는지 모르겠다.


금탕 긴노유


금탕이 물에 세다는 느낌이었다면 은탕은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우윳빛은 아니고 그냥 투명한 물이었는데 금탕보다도 사람이 적었고 유명세답지 않게 한적했다. 금탕과 은탕의 입장권을 한꺼번에 사면 약간 할인을 해 주는데 어차피 둘 다 체험해 볼 것 같으면 통합티켓으로 끊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통합권은 금탕이나 은탕 입구에서 판다. 티켓은 여느 일본 온천처럼 자판기에서 뽑는 시스템이다. 일본 온천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어차피 바로 곁에 있는 프런트에서 표를 받아갈 건데 굳이 티켓 자판기가 필요할까 싶다.


은탕 긴노유


일본의 온천 문화는 외국인이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가지고 들어가는 수건의 존재다. 여탕은 가본 적이 없으니 남탕을 예로 들면, 한국에서는 목욕 후 탈의실 쪽으로 나와서 수건으로 몸을 닦지만 일본은 탕으로 개인 수건을 가지고 들어가 탈의실로 나오기 전에 먼저 간단히 닦는다. 그래서 이 수건은 목욕하는 내내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우리가 목욕탕에서 보통 사용하는 타월보다 아주 얇은 수건이다. 페이스타월이라고 하면서 판다. 이 수건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라서 어디에 놓고 다니면 안 될까 생각도 해 봤는데, 보통 이 수건은 중요 부위를 가릴 때도 사용한다. 물 밖으로 나와서 이동할 때는 이 수건으로 중요 부위를 살짝 가리곤 하는데,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라서 가리는 사람이 반, 안 가리는 사람이 반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수건은 물속으로 넣으면 안 된다. 이 규칙은 굉장히 잘 지켜져서 물속에 몸을 담글 때에는 머리에 올려놓거나 물이 닿지 않는 가까운 곳에 올려놓는다. 찾아보니 그 이유는 위생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주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물에 수건을 닿지 않게 하는 것은 위생 때문이 아니라 그냥 습관인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수건을 물속으로 잠수시키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라서 가령 탕에 다리를 걸쳐 놓은 채 수건을 다리 사이나 어깨에 걸쳐 놓고서 물을 끼얹는 것은 가능하다. 즉, 수건을 온천에 담그는 것은 안 되지만 온천의 물이 수건을 거쳐서 다시 탕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괜찮다. 수건을 마른 채로 유지하고 싶은 외국인으로서는 좀 찝찝한데 다들 그렇게 이용한다. 그럴거면 그냥 습식 타월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긴 했다.


두 번째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혼탕의 존재다. 유명 온천에는 혼탕이 꽤 많은데, 남녀혼탕이라고 하나 사실 남성만 있고 여성 이용객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노천탕만 아니라 실내탕도 혼탕일 때가 있는데 서로 불편하게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아리마 온천 주변 상가는 여느 온천마을처럼 산에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길이 좁고 복잡하며 다리가 좀 아프다. 물가는 좀 비싸고 밥 먹을 데가 많지 않다. 온천 말고는 딱히 할 게 많지 않은 곳인데 슬슬 산책하는 기분으로 뜨거운 물이 나오는 원천과 찬 물이 나오는 원천을 순례하듯 가 볼 수는 있는데 대단히 흥미롭지는 않았다.


텐진원천



강쉡의 먹방일기


이틀 동안 오사카 투어를 하면 녹초가 될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강행군에 우리의 온몸은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3일째는 근교 온천여행을 가기로 했다. 몇 군데 알아보다 대중교통으로 가기가 편하고 거리도 가까운 아리마온천을 선택했다. 


오사카를 여행할 때 근교 코스로 많이들 간다고 하는데, 고베에 있어 멀지 않아 실제로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근데 웬걸. 환승을 3번이나 해서 당황했다. 알고 보니 고베 산노미야역에는 4곳의 철도 회사가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연결연결마다 환승 구역이 많다고 한다. 


근교라는 이유로 고른 곳이지만 아리마 온천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마을 중 한 곳이라고 한다. 이 마을을 대표하는 두 종류의 온천 보통 금탕과 은탕이라고 부른다. 철성분이 많은 불투명 온천인 금탕 ’킨노유’ 와 탄산 함량이 많은 맑은 온천인 은탕 ‘긴노유’ 이 두 종류의 특색 있는 온천을 같이 즐길 수 있다. 


기차에서 내리면 조그마한 철도에 환영인사가 있고(한국말도 있다), 잘 정비된 개천, 예스러운 건물과 산풍경이 조화롭게 얽혀있다. 


킨노유는 마을 입구 쪽에 있고 긴노유는 꽤 안쪽 언덕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구경도 할 겸 긴노유를 먼저 방문했다. 긴노유는 2001년에 새로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외관은 주변 풍경에 어울려 고즈넉 하지만 실내는 깔끔하다. 내부는 현대적인 대중탕 느낌에 가깝다. 온천 안에 자판기가 있는데 긴노유와 킨노유를 둘 다 즐길 수 있는 세트 티켓을 판매해서 그걸로 샀다. 물은 매우 맑고 기포가 조금씩 올라오며 미끈하다. 사람도 없어 한적하니 좋았다. 하긴 보통은 오전에 관광 후 오후에나 올 것 같다. 우리처럼 호사스럽게 하루를 통으로 비워 아침부터 온천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킨노유는 마을입구에 있어 사람들이 좀 더 많았다. 건물 옆에 불투명한 물이 흐르는 족욕탕이 있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족욕을 한다. 우리도 들어가기 전 수온 체크도 할 겸 발을 담갔는데 매우 뜨거웠다. 그동안 경험도 그렇고 불투명한 온천탕은 들어가기 힘들 만큼 뜨거운 곳이 많았는데 이미 1탕을 뛴 상태라 조금 걱정도 됐다. 다행히 킨노유는 고온탕과 중탕이 온도별로 탕이 나누어져 있어 취향에 맞게 따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중탕은 상대적 중탕이지 미지근하지 않다. 견딜만하다와 못 견디겠다 정도의 온도라고 보면 된다. 오사카 근교라 그런지 오후쯤 돼서 들어가니 서양 관광객도 많았다. 온천을 하고 나오는데 입구를 헷갈려하는 서양관광객이 휴게실로 들어오려는 걸 말리고 입구를 가르쳐 주었다. 


탄산센베 |



한큐 아리마 안내소 앞에서 탄산수로 만든 센베이를 판다. 유통기한이 5초라는 특이한 컨셉의 군것질 거리인데 주문하면 바로 만들어준다. 받자마자 바로 한입 물어보니 막 만든 달고나 사탕처럼 쌉쌀하면서 달달하다. 밀가루 때문인지 끈적하지만 이에 달라붙지는 않아서 조금 신기했다. 사진을 찍을 때쯤 되니 식으면서 식감이 달라진다. 좀 더 전병스럽게 바삭바삭해지는데 이들이 유통기한 5초로 추구하는 맛은 몰캉 몰캉한 상태였던 것 같다. 어떻게든 최상의 상태를 맛 보여 주고 싶은 고객을 향한 배려와 그것 역시 마케팅으로 만들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멋진 과자다. 궁금함에 한 번은 꼭 사 먹게 될 거 같다. 



SABOR |


수제버거, 샌드위치를 파는 카페로 아리마 완구 박물관 2층에 위치해 있다. 스페인어로 풍미라는 뜻을 지닌 이 카페는 탁 트인 실내와 빈티지한 인테리어 그리고 넓은 창가석이 있다. 위치가 아주 좋은데 킨노유 위쪽에 있어 온천 후 나른한 몸을 뉘이고 마을의 풍경을 관망하며 쉬기에 좋다. 샌드위치나 햄버거를 시키면 음료나 프렌치프라이를 세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데 이 집 네임을 붙인 수제콜라가 있다고 하여 시켜보았다. 여담이지만 나는 이 집의 또 다른 메뉴인 연어 샌드위치와 우리가 시킨 포크 샌드위치를 골라 반반 나눠먹어 보길 원했으나 연어의 물컹거림을 좋아하지 않는 오변은 공유를 거부했고(물컹거리는 게 아니고 부드러운 거다 이눔아), 그 와중에 나도 포크 샌드위치가 더 맛있어 보여 결국 둘 다 똑같은 세트로 시키기에 이르렀다.


페퍼 포크 샌드위치 & 사보콜라


사보콜라는 수제맥주집처럼 탄산수를 이용해 각종 향을 첨가한 이 가게 만의 특제 수제 콜라였는데 주문하면 예쁜 병과 잔을  제공한다. 착색료를 넣지 않았다는 메뉴판 설명대로 우리가 아는 콜라 맛과는 다르지만, 상쾌한 허브향이 나면서 너무 달지 않은 시원함이 호불호 없는 맛이었다. 


포크 샌드위치는 그릴채소와 양상추 후추향이 풍부한 돼지고기 슬라이스, 마요네즈 토핑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입 물면 불맛 가득 나는 고기와 어우러진 채소들이 씹힌다. 불맛이 가득한 게 직접 구운 수제 느낌이 물씬 난다. 


메인을 시키면 피클이 같이 나오는데 꽤나 정성 들인 맛이다. 미니오이, 컬리플라워 방울토마토 등등 다양한 채소로 구성되어 있어 새콤하고 아삭한 식감이 입안을 리프레쉬해준다. 여유로운 오후에 맛과 경치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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