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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은 왜 버그를 수정하지 않을까?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Jan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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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한컴독스를 구독하였습니다.


맥용 한글(hwp) 2014년 버전을 사용했었다가 이번에 맥미니를 구입하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맥용 한글 2014에는 문서의 포함된 그림의 위치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치명적인 버그가 있었습니다.


아니, 단순 메모장에서도 그런 오류가 없는데 비싼 돈을 주고 산 유료 프로그램에서 그런 기초적인 버그가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싶지만 프로그램이 출시된지 10년 가까이 버그는 수정되지 않았고, 결국 새 버전이 더 비싼 가격으로 나왔습니다.


새로나온 맥용 hwp는 그림은 제대로 표시되지만 다른 치명적인 오류가 있고,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1. 기본 스타일 지정이 불가능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불가능하다기보다 지정해봤자 프로그램을 종료하면 다시 초기화 됩니다. 


2. 파일의 기본 형식이 hwpx로 고정입니다.

  hwpx는 널리 쓰이지 않는 형식입니다. 저처럼 전자소송을 매일 이용하는 변호사들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자소송에서는 오로지 hwp만 되지 hwpx로는 파일을 전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번 hwpx를 hwp로 바꿔주는 수고를 거쳐야합니다. 


3. 서체관리자에 없는 일부 폰트는 사실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HWP에서 사용하는 폰트 중 맥에 서체관리자에 없는 것은 프로그램을 종료했다가 다시 열면 그 정보가 사라지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령 '휴먼고딕'를 사용하고 싶다면 따로 폰트를 구입하거나 편법으로 폰트파일을 맥의 서체관리자에 등록해야 합니다. 제가 휴먼고딕이 필요한 이유는 판결서에 사용하는 폰트이기 때문인데, 맥용 HWP로 이 걸 쓰는 게 참 힘겹습니다.


4. 한컴독스를 구독해도 ai를 쓰려면 같은 파일을 웹에 다시 올린 후 ai를 돌려보고 다시 다운받아서 저장해야 합니다.

  클라우드 비슷한 저장공간을 제공은 하지만 겨우 10G입니다. 업무를 위해 쓸 수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제가 현재 가지고 있는 문서들만해도 용량이 100G가 넘습니다. 게다가 저 10G는 그냥 웹하드와 비슷한 공간일 뿐이어서 싱크가 되는 것도 아니고 매번 수동으로 올렸다가 내려받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그냥 없는 것이나 다름 없죠.


그 외에도 다른 소소한 문제가 있겠으나, 사실 많은 HWP 유저들은 기대치가 낮습니다. Pages나 마이크로소프트 Word 수준으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90년대 워드프로세서 수준으로 그냥 흰 바탕에 글자만 잘 새겨넣을 수라도 있으면 만족하고 써야합니다. 그런데 맥용은 그것도 잘 안되니까 참 깝깝합니다.


그럼에도 HWP를 유로로 구입해서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관공서에서 사용하고, 법원에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 정부 기관에서 HWP를 사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술력이 낮으면 도태되어야 합니다. 문서에 그림이 제 위치에 표시되지 않는 단순한 버그도 수년 간 개선할 능력이 없는 회사라면 소프트웨어 회사로서의 가치가 없습니다. 윈도나 MacOS에 기본으로 설치된 프로그램이나 하다못해 구글 Docs를 사실상 무료로 쓸 수 있는데, 정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과연 HWP가 한국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었을까요?


프로그램을 개떡같이 만들어도 업무 때문에 돈을 주고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 많으니 개선이 없는 것입니다. 해적판이 돌아다녀도 어차피 공공기관에서 유료로 사 주니까 저같은 사람만 "그딴 프로그램"도 돈을 주고 사는 바보가 되는 것입니다. 


https://myla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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