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딸이 순자 씨 집에 가니 순자 씨는 유튜브에서 요리 강의 삼매경이다. 딸이 무슨 요리를 보냐고 물으니 잡채 만드는 법이란다. 잡채를 할 줄 몰라서 보냐고 하니 순자 씨는 간단하고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요즘은 법륜스님 강의에서 요리 강의로 갈아 탔다고 한다.
순자 씨는 레시피 노트까지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었다.
딸은 순자 씨의 레시피를 보다가 오래전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단편 소설이 생각났다. 오래되어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용은 대충 이렇다.
- 어느 표구사에 갔던 화자는 서툰 글씨의 구겨진 편지를 본다. 그것을 표구해 놓은 표구사 친구의 마음을 다 헤아리지는 못 해도 어쩐지 마음이 간다는 -
딸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 순자 씨에게 글씨를 배우고 학교를 들어갔고, 초등학교 저학년이 되서도 순자 씨에게 숙제를 봐 달라고 했었다. 툇마루에 딸은 배 깔고 엎드려 숙제를 하고 순자 씨는 바느질이나 뜨개질을 하며 공부를 봐줬었다. 세상 모든 딸들의 첫 선생님은 엄마였을 것이다.
그렇게 딸에게 훌륭한 과외 선생님이었다.
순자 씨의 글씨를 보며 귀엽기도 하고 가슴 저리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딸의 가슴에는 여러 가지 마음들이 복잡하게 다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