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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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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칠리아정 Dec 04. 2023

엄마가 서운 했던 날도 엄마를 찾는 딸

엄마 노릇하지 않고 엄마 역할만 하는 순자 씨

자식들 중에 딸은 순자 씨와 가장 많이 싸웠다. 아니, 순자 씨에게 가장 많이 대들었던 자식이었다고 해야 맞겠다. 그날도 딸은 무엇이 순자 씨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게 했는지 며칠을 전화도 않고 찾지도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딸은 갑자기 어지럼증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되어 응급실을 갔고 입원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됐었다. 병원에서는 딸이 몸을 가누지 못하니 보호자 없이는 입원이 불가능하다고 했고 딸은 결국 순자 씨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순자 씨는 딸의 전화를 받자마자 한 걸음에 달려왔고 딸이 입원한 동안 내내 딸을 태운 휠체어를 끌고 간호했다.      


딸은 잠깐이었지만 서운해했던 마음에 죄스럽기까지 했다. 자기 살기 바쁠 땐 아프다는 순자 씨 호출을 거절했던 딸과 달리 서운하다고 쏴 붙인 딸인데도 아프다는 전화에 한걸음에 달려온 순자 씨. 딸은 부모에 대해 ‘엄마’에 대해 생각하다가 울었었다.      


이번 입원 때는 아파서 입원한 것도 아니고 단지 검사과정이고 해서 순자 씨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입원한 사실을 알고 순자 씨는 왜 말하지 않았냐고 딸 곁에 있어 주지 못한 것에 아파했다.     

“아무리 검사라 해도 결과 나올 때까지 혼자서 겁났을 텐데... 전화하지 그랬어.”     

딸은 순자 씨가 딸에게 하는 것을 보며 ‘엄마’ 역할에 대해 배운다.


순자 씨는 엄마 노릇을 하지 않는다. 단지 엄마 역할만 할 뿐이다. 엄마로서 보다 그저 한 사람으로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순자 씨를 보며 딸은 자랐고 지금도 딸은 배우고 있다.    

 

순자 씨에게 서운한 날도 순자 씨를 찾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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