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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Mar 09. 2022

행운도 불운도 나를 움직이게 한다

나심 니콜라스 탈렙 <행운에 속지 마라>

 “이 책은 위험 감수와 관련된 내 생각과 노력과 경험을 논하는 개인적 수필이다.”     


 혼란스러운 책이었다. 세상사 ‘운칠기삼’이라면 다이어리를 펼친 나는 무엇을 적어야 할까. 운좋은 바보를 꿈꿔야 하나.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부자일 치과의사를 목표로 삼아야 하나. 함께 읽은 사람들도 저마다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토로했다. 저자가 첫 장에 밝혔듯이 이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수필이다. 투자 종목이나 시장 추세에 대한 전망이 아닌 위험 감수에 대한 자신의 동물적인 감각을 이론서의 형식을 빌려 정리한 것이었다.     


 서평을 준비하면서 일기장에 ‘리스크 관리’ 항목을 더했다. 애초에 나는 레드팀을 자처한다. 결정적인 선택을 할 때 남편의 모든 말에 반대되는 가능성을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운 좋은 바보’일 뿐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다. 그 모든 반박과 희미한 가능성에 불과한 나쁜 경우에 수에 대해 남편은 또 그 나름대로의 답변을 내놓는다. 대부분의 경우 그것이 납득이 갈만하고, 그렇게 우리는 ‘소방서 효과’라고 불릴 만큼 우리 둘 사이에서는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확신을 얻는다.       


 잔금을 앞두고 있는 아파트 계약 건에 대해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풀어가야할 수많은 과제들이 있다. 행운에 속아도 좋지만, 걸려 넘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가 내린 결정을 최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찾아온 행운을 잘 받아내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바람이 심한 날 하늘로 떠오른 배드민턴 공과 같다. 본래 공의 궤적이 충분히 짐작되더라도, 갑자기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생각지도 못한 곳에 떨어질 수 있다. 눈을 떼지 않고 몸의 근육을 긴장시키고, 어느 쪽으로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스텝을 밟아야 한다.      


 치과의사의 삶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자제력을 유지하면서, 나에겐 특별한 행운이 따를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행운을 진지하게 믿는 사람이라면 불운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할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 찾아오든 그것을 기회로 받아들이고 그 모든 변수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 행운과 불운 모두 운동 에너지라고 생각하자. 속아 넘어가는 사람은 그것을 원망하거나 자만한다. 하지만 속지 않는 사람은 돗단배의 순풍처럼, 서핑 보드 아래 파도처럼 기꺼이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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