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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 Aug 19. 2023

작가라는 직업에 굉장한 환상을 품고 있던 때가 있었

문학가, 작가라는 직업에 굉장한 환상을 품고 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서른 중반이라 글쓰기도 꾸준히 하지 않고, 독서 또한 업무 관련 문서를 읽는 게 주된 읽기 생활이 되었다.


세상에 정답이랄게 있나 싶기도 해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가타부타하고 싶은 욕망이 줄어서 글쓰기보다는 침묵하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친한 동생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대단한 글은 아니더라도 모아서 책을 내봐. 내가 아는 사람도 감성적이고 깊지는 않은데 자기가 책 내더라. 그게 어떻게 보면 삶의 기쁨이잖아."


오래 알고 지낸 동생은 아니지만 미용할 때 속으로 의지하던 사람이었고, 미용을 그만둔 지금에서도 미용했던 사람 중에 유일하게 꾸준히 연락하고 얼굴 보는 동생이다.


요즘 나는 글쓰기에 냉소적이었는데, 그 동생은 내 안의 숨어 있던 걸 꺼내서 시작하게 하는 촉매제 같다. 사실 그 동생이 사회복지 쪽 하면 잘 어울릴 거 같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했다. 아예 생각이 없었는데 그 동생 말 듣고 한 건 아니었지만, 평소 마음이 가긴 했으므로.


미용했을 때, 실제 근무 시간 외에 전후로 준비하고 교육받는 시간이 많아서 다른 걸 준비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만두고 집이랑 가까운 곳에서 무엇이든 돈벌이를 하고 학위를 따보자, 해서 생전 안 해 본 가구 공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그때 그 경험이 현재 사회복지를 하면서 후원 물품 중 가구가 들어오기도 하고 트럭을 몰고 여러 짐을 싣고 나르는 데 꽤 도움이 된다. 다른 직원들은 많이 버거워 하시는데 나는 짐 드는 방법도 노하우도 있고, 트럭도 운전해 봤고, 아무래도 가구 공장보다는 덜 힘들므로 기꺼이 그런 하기 싫어하고 기피하는 일들을 나는 하게 된다.


그 동생이 참 고맙고, 일 관련해서 고민이 있는데, 그 친구는 은근히 진지하고 같이 고민해 줘서 내 어려움을 얘기하게 된다. 최근엔 가벼운 농담 하다가도 꿈이 뭐냐고 물어봐 주는 것도 참 좋았다. 


나의 무의식을 발견해 촉매제 역할을 해주는 사람. 이젠 점점 도전보다는 안정을 추구하게 되고 잔잔한 나의 연못에 퐁당 돌을 던져준다. 그런 고마움이 내 안에 작은 소란이 되어서 이런 생각을 적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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